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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가능하지 않은 사랑

by 인권연대 숨 2026. 10. 17.
가능하지 않은 사랑
이내

 

달이 뜬다. 보름달이 뜬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200억짜리 집에서도, 늙어 더 이상 농사지을 힘 없는 충청도 빈촌에서도 같은 달을 본다.
보이는 달은 같지만 보는 달은 다르다. 그들은 각각 이어질 수 없는 자리에서 각각의 달을 본다. 그냥 그랬어야 했다. 모르는체, 달은 지고 또 뜨고 그랬어야 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가능하지 않은 사랑을 말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실체가 없기에 안보일 뿐이다. 그걸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은 말하고 토론하고 때로는 싸운다.

새벽 다섯시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를 아침 9시까지 출근하는 노동자는 보지 못한다. 지은지 40년이 넘었어도 반짝이는 빌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노동자는 지하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를 보지 않는다.
저층의 노동자와 고층의 노동자는 자본의 물길을 열고 닫는 이들을 보지 못한다. 물길이 열리면 살고 닫히면 죽는다. 노동자는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뉜다. 살기 위해 연대하고 죽은 뒤에 서로 돌아선다. 

일상은 평화롭다. 각각의 자리에서 세상은 평화롭다.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지붕에 경찰특공대가 내리고 같은 해 용산 남일당이 불 탈 때 세상은 평화로웠다.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내 자리는 안녕한가?
시간이 지나면 생각은 옅어진다. 달은 차면 이지러지고 다시 차오른다. 그 달은 한남동에도 뜨고 시골 묵밭에도 뜬다. 그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은 가능하지만 절대 불가능하고 균열은 다시 붙지 않지만 ‘유지’된다.
그렇게 살아간다. 다들, 꾸역꾸역… 그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만날 수 없었다. 영화 같은 얘기였기에 만났을 뿐이다. 

만날 수 없고 만나지 않을 사람들을 영화였기에 만나게 했다. 일상의 그들은 차이를 지운다. 가진자는 나이스한 가식으로, 가지지 못한 자는 가릴 게 없는 가난으로 차이를 가린다.
애초에 다른 세상을 엇물려 그 막막한 간극을 눈 앞에 드러나게 한다. 이창동의 작법이다. 이창동과 봉준호는 냄새로 만난다. 이창동의 냄새는 자각으로, 봉준호의 냄새는 지적으로…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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