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거울54 꽃덤불 꽃덤불 신석정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항상 태양(太陽)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오롯한 태양(太陽)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내갔다. 다시 우러러 보는 이 하늘에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太陽)을 안고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 .. 2025. 3. 25. 군함 없어도 책 한 권이면 돼 군함 없어도 책 한 권이면 돼 에밀리 디킨슨 군함 없어도 책 한 권이면 돼우리를 멀리 대륙으로 데려다주지군마 없어도 한 페이지면 돼시를 활보하지이런 횡단이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갈 수 있지통행료 압박도 없고인간의 영혼을 실을전차인데 이다지도 검소하다니 -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파시클, 2020) 2024. 12. 26. <111호> 종이 선생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집에는 짙고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니, 그에 따라 내면도 자연스레 변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냈으며,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나는 종종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죽음 앞에 벌거벗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떠올렸다. 어느 날은 세상만사가 쉬워 보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한없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걸까. 그 무렵 내게는 남의 불행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원인을 해부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불행의 형태는 다 달랐다. 어떤 불행은 처절했으며, 어떤 불행은 천진했고, 어떤 불행은 아름다웠다. 남의 불행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거기서 내.. 2021. 7. 22.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