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거울54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
<100호> 바람은 아직도 부른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시인은 아직도, 아직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태우는 담배가 늘어나도, 돌벽에 머리를 박고서 애꿎은 민들레 뿌리 뜯어지도록 발길질 하는 날이 많아지더라도, 모락모락 김을 피어올리는 국밥 한 그릇 앞에서 공손한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빌딩을 올리고, 누군가는 빌딩에 세를 내며 일하고, 누군가는 일하고 버린 쓰레기를 담고, 누군가는 그 바닥을 닦지만, 이처럼 불평등한 세상에서 아직, 미치지 않고, 섣불리 화 내지 않고, 무력하게도, 무력하게도 매일 그 고통을 몸에 단단히 새기는 노동자들이다. 잔근육처럼 박힌 애환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이들이다. 그에게 먹이를 챙겨주려 정작 돌보지 못한 자기 몸을 더듬고, 빈 주머니 속을 뒤.. 2020. 9. 1.
<99호> 노래하고 춤추고 키스하는 사람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인생은 애저녁부터 고통 속에 파묻혀 있었다. 어딜 가나 못돼먹은 인간들은 있었고 꽤 많은 인간들은 괴롭힘을 당하며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야 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살던 사람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만든 거대 선박에 태워져 노예로 팔려갔다. 가서 푼돈도 받지 못하고 고된 일을 해야만 했다. 그 중 스페인 선박을 타고 온 흑인들은 쿠바라는 스페인 식민지이자 섬나라에 내렸다. 그들은 사탕수수를 베고 설탕을 만들어 자신들이 타고 온 선박과 비슷한 배에 자루째 싣어야했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떠나갈 설탕들이었다. 설탕의 맛은 노예들이 처한 고된 노동과 가난과 비례하듯 달콤했다. 사는 일의 고달픔에 관해서는 사실 지구 반대편인 쿠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어제 오늘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사실 .. 2020.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