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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준11

<105호> 겨울과 마당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이사 온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집 앞 마당에 소복소복 눈이 쌓인 걸보고서야 마당 딸린 주택에 이사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갓난아이처럼 귀엽고 흠 없이 반짝이는 모습은 경이로워서 한동안 쳐다보게 만들었다. 이사 오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모충동의 겨울. 쓰윽-쓰윽, 싹, 싹. 대문 너머 골목에는 이웃집 할머니의 비질 소리가 들려온다. 50년은 더 된 오래된 가옥은 최근까지 몇 번의 공사를 거쳤다고 한다. ㄷ자 모양의 마루(거실?) 공간 앞쪽을 ㅁ자가 되도록 증축했고 집 왼쪽편을 조금 증축해서 보일러실과 현대식 화장실을 두었다.(전에는 어딘가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겠지?) 그리고 보일러실이 있는 곳에 현관문을 두어 기괴함을 더했다. 본채와 마주보는 자리에는 창고들이 칸칸이 있었는데 문 달린 곳으로 .. 2021. 1. 27.
<104호> 요가 입문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이렇게까지 몸에 집중했던 적이 있었나? 요즘엔 몸이 주는 신호에 즉각 응답하는 편이다. 몸살 기운이 올라오면 무리하지 않고 곧바로 뜨뜻한 잠자리에 든다. 푹 자고 나면 생기가 살아나고 시야가 선명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수리야 나마스카라(요가에서 태양경배 자세)를 하면 다리 안쪽, 무릎 뒤쪽, 골반 주위, 허리, 어깨 근육들이 쫙 펴지면서 혈액이 쭉쭉 뻗어나간다. 혈관의 가장 끝자리에 위치한 모세혈관은 머리와 내장 생식기에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혈액이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전달되므로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되고, 생식기 기능이 좋아진다. 짝꿍은 작년부터 요가원을 다니며 그 ‘효능’을 몸소 체험했다. 자주 체해서 활명수류의 소화음료를 들고 다니고 병원에도 자주 다녔는데 요가를 다.. 2021. 1. 6.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