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까지 몸에 집중했던 적이 있었나? 요즘엔 몸이 주는 신호에 즉각 응답하는 편이다. 몸살 기운이 올라오면 무리하지 않고 곧바로 뜨뜻한 잠자리에 든다. 푹 자고 나면 생기가 살아나고 시야가 선명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수리야 나마스카라(요가에서 태양경배 자세)를 하면 다리 안쪽, 무릎 뒤쪽, 골반 주위, 허리, 어깨 근육들이 쫙 펴지면서 혈액이 쭉쭉 뻗어나간다. 혈관의 가장 끝자리에 위치한 모세혈관은 머리와 내장 생식기에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혈액이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전달되므로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되고, 생식기 기능이 좋아진다.
짝꿍은 작년부터 요가원을 다니며 그 ‘효능’을 몸소 체험했다. 자주 체해서 활명수류의 소화음료를 들고 다니고 병원에도 자주 다녔는데 요가를 다니고 나서부터는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지난 초여름 코로나19로 요가원이 문을 닫아 선생님이 직접 녹음을 해서 수강생들에게 보내주었는데 짝꿍은 집에서 그 오디오를 들으며 요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누워 요가를 하는 짝꿍과 오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타라요가원 박-완-봉입니다~”선생님은 특이한 리듬과 억양으로 자기를 소개했는데, 이 소개가 인상 깊어서 짝꿍 앞에서 종종 따라하곤 했다. 곧이어 박-완-봉 선생님은 동작을 순서대로 설명했다. 요가 동작은 호흡을 유지하면서 근육을 늘려 펴고 견고하게 유지하는 자세들이 많은데, 짝꿍은 온 몸을 떨면서도 입을 꼭 다물고 자세를 하고 있었다.(대견하다)
나도 요가에 관심이 있어 2년 전 서울에 잠시 있을 때 동생과 요가 수업을 잠깐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거기엔 사람도 너무 많고, 다들 너무 잘해서 내 리듬에 맞춰 요가 동작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내 짝꿍이 다니는 곳이라면… 음… 괜찮을 것 같았다. 옆에서 사시나무처럼 떨던 짝꿍의 얼굴이 금세 맑아졌다.
여름에 요가원을 찾아가 오디오로만 듣던 박-완-봉 선생님을 만났다. 힘이 쭉 빠지고 재밌는 억양을 가진 목소리와 닮은 모습이었다. 요가원은 요가 수업과 요가 테라피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사정인지라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요가 테라피를 하기로 했다. 요가 테라피는 몇 가지 기구들을 이용해서 몸을 정렬시키는 수업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여러 근섬유가 다발로 모여져 있는 형태인데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의해 근섬유가 제각각 늘어져 있기도 짧아져 있기도 하여 힘을 잘 못쓴다고 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완을 시켜서 근육을 정렬하면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가 경전에는 몸을 쓰는 요가를 꾸준히 10년은 해야 비로소 호흡을 할 수 있는 몸이 된다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지난주 금요일, 요가 테라피를 받은 지 벌써 30회차가 되었다. 테라피를 시작하면 2시간 30분이 후딱 지나갔는데 날짜도 금방 금방 지나갔다. 그 사이 선생님하고도 친해지고 자세도 조금 늘었다. 요가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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