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52 장소들 장소들박현경(화가, 교사) 1.상담을 받고 나면 거의 언제나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며 도교육청 건물을 빠져나온다. 저 길 건너편엔 버거킹이 있다. 거기까지만 걸어가면 목을 축이며 쉴 수 있다. 아니 숨어 있을 수 있다.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기분으로 겨우 걸어서 버거킹에 들어선다. 스프라이트 제로 라지가 할인해서 천 원이다. 달콤하고 톡톡 쏘고 시원한 스프라이트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삼키며 남몰래 운다. 그렇게 삼십 분이 흐르면 나는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 걷고, 버스를 타고, 또 걸어 집에까지 갈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힘을 얻는 장소, 도교육청 맞은편 버거킹 1층 구석 자리가 나의 명당이다. 2.작업실에 들어설 때마다 안도감에 젖는다. 바닥엔 고양이 털 뭉치와 종잇조각이 굴러다니고, 책상 위엔.. 2026. 6. 25.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박현경(화가, 교사) 1.2024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나의 일곱 번째 개인전 내게 오는 날개>에 담긴 시간이다. 그 기간 나는 전교조 충북지부 지부장-사무처장 선거에 출마해 선거 운동을 하고, 사무처장이 되어 노동조합 활동에 몰두했다. 선생님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교장실도 가고 교육청도 가고 교육부도 가고 국회도 갔다. 성명서를 쓰고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회견을 했다. 피켓 시위를 하고, 교육감실을 점거하고, 노숙을 했다. 어떤 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어떤 일들은 다행히도 해결되었다. 학교에 출근해 수업을 하고 학생들과 어울리던 예전의 생활과는 많이 다른,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었다. 새로운 길을 걷는 건 쉽지 않았다. 재미있고 보.. 2026. 5. 26. 내게 오는 날개 내게 오는 날개 박현경(화가, 교사) 1.일곱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내게 오는 날개>. 2026년 5월 25일 월요일부터 6월 6일 토요일까지, 청주향교 올라가는 길 ‘아트센터 올리브’에서 열린다. 전시 첫날인 5월 25일 월요일 오후 3시에는 오프닝 행사가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구상 중이지만 확실한 것은 첫째, 그곳에 맛있는 음식과 음료가 있을 것이고, 둘째, 그 시간이 아주 재미있을 것이고, 셋째, 따라서 여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참석한 사람들을 몹시 부러워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나는 전시 기간 중 가능한 한 많은 날을 전시장에 있을 수 있도록 연가를 쓸 계획이다. 나를 통해 이 세상에 나온 그림들에 둘러싸여 그림들을 마음껏 바라보고, 그림들과 마음속으로 이야기 나누고.. 2026. 4. 27.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