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44 글쓰기에 대한 소고(小考) 글쓰기에 대한 소고(小考)박현경(화가, 교사) 언제나 글쓰기를 사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물론 내가 싫어하는 글쓰기도 있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학교생활기록부 특기사항을 쓰는 건 참 싫은 일이었다.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내가 써 놓은 문장들을 참고해서 학생을 평가할 것이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사로서 학생의 대학 입시에 초연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생활기록부 작성은 그 많은 분량을 쓰는 내내 단어 하나하나마다 누군가의 평가를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지극히 종속적이고 타율적인 행위가 된다. 즐거울 리 만무하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에 활용해야 마땅할 나의 어휘력과 문장력과 시간과 노력을 (정작 나 자신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 대학의 눈치를 보면서, 대학에 예쁘게 보이기 위해 쏟아부어.. 2025. 10. 27. 왕순이 발톱 왕순이 발톱박현경(화가, 교사) 왕순이 발톱. 최근 우리 부부의 이슈였다. 고양이 왕순이는 올해 열세 살이다. 젊었을 때는 스크래처를 신나게 박박 긁어 대며 스스로 발톱 관리를 하더니,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스크래처를 잘 안 긁어 발톱이 꽤 자랐다. 하필이면 내향성 발톱이라 발바닥 살을 파고들어 왕순이가 아파했다. 그래서 몇 달 전엔 고양이 미용 하는 곳에 데려가 발톱을 깎아 달라고 했는데, 발톱 깎기를 마치신 미용사분은 왕순이 성질이 보통이 아니라며 이리 저리 빨갛게 할퀴인 팔뚝을 보여 주셨다. 미용사분께 죄송했고, 또 평소엔 순둥이인 왕순이가 이런 공격성을 보였을 정도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전쟁 같은 발톱 정리를 마치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 2025. 9. 25. 아이히만! 아이히만! 아이히만! 아이히만!박현경 (화가, 교사) 10년간 성실히 일했는데 갑자기 ‘그거 무효!’라면서 그동안 일해서 받은 돈 토해 내라고 한다면? 지난 10년간의 근무 기록까지 삭제한다고 한다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충청북도 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충주 국원고등학교 내 ‘직업교육거점학교’는 2015년 충청북도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식품아트과 2학급으로 설립되어 지금까지 운영돼 왔다. 교육과정 및 학생들의 특수성에 따라 한 학급당 두 명의 교사가 각각 ‘행정담임’과 ‘생활담임’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복수담임제로 운영돼 왔으며, 설립 초기부터 매년 복수담임제 운영 내용을 포함한 운영 계획서를 충청북도교육청에 제출해 왔다. 또한 도교육청은 도내 고등학교들에 해당 내용을 공문으로.. 2025. 8. 25. 이전 1 2 3 4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