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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41

네 얼굴을 만지려고 네 얼굴을 만지려고                                                                                      박현경(화가, 교사) 1.“너랑 함께 살려고 이 땅에 왔어. 날개가 있지만 난 이 땅에 있지. 하늘이 아니라 바로 이 땅에. 이 세상은 아름다워. 서로 다른 색깔들이 얽히고설킨 촘촘한 그물 같은 오묘한 이 세상. 내 한쪽 귀는 위쪽에, 반대쪽 귀는 아래쪽에 달렸어.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를 두루 들으려고.내 왼눈, 오른눈은 서로 다른 빛깔이야. 서로 다른 존재들을 잘 살펴보려고.나는 사람의 눈과 귀, 짐승의 코와 입, 식물로 된 발을 지녔지. 어떤 경계에도 얽매이지 않으려고.내 눈에는 보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내 눈에는 보여, .. 2024. 10. 25.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박현경(화가, 교사) “난 원체 무용(無用)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 扮)이 말했다. 추석 연휴, 남편이랑 친정 부모님이랑 넷이서 서울 여행을 했다. 대림동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숙소에서 잠을 실컷 자고, 이태원 골목들을 산책하고,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우리가 걷고 음식을 먹는 속도만큼이나 시간도 느리게 흘렀다. 그 느린 시간 속에 차곡차곡 돋아나는 기쁨이 있었다.이박삼일의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내겐 닷새의 휴일이 더 남아 있었다. 늦잠을 자고, 낮잠을 자고,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고, 고양이들이랑 장난을 쳤다.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아니 무용하기에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이 ‘무용한’ 순간.. 2024. 9. 26.
이제 알게 되었으니 이제 알게 되었으니박현경(화가, 교사) 2024년 6월 21일 금요일떨리고 긴장되고 두려운 아침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고 가자. 하느님을 믿고 가자. 언제는 안 떨리고 안 긴장되고 안 두려웠나. 그런데 그렇게 걸어온 발자국 나중에 돌아보면 다 결국은 괜찮지 않았나. 하느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2024년 6월 23일 일요일어제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펑펑 울고, 오후에는 그림 그리면서 펑펑 울었다. 울면서도 계속 그렸다. 2024년 6월 26일 수요일어제 정책협의회를 마치고 든 솔직한 생각은 다 그만두고 싶다는 거였다. 나는 이런 일에 맞는 인간이 못 되는데 어쩌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내 자신이 이 교육 시스템에도 전교조 투쟁에도 맞지 않는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2024년 6월 28일 금요일결국.. 2024.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