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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37

괜찮은 순간들을 위하여 괜찮은 순간들을 위하여                                                                                              박현경(화가, 교사) 1.괜찮은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새벽에 커피를 홀짝이며 종이에 크레용 선을 그을 때. 어제저녁 푸르게 물들여 놓은 종이 위에 흰색 선을 반복해서 긋는 동안, 도톰한 종이와 단단한 크레용이 마주치는 그 질감이 기분 좋게 몸에 전해지고, 창밖이 서서히 밝아 오는 그 시간. 새들이 재잘대는 그 시간.무사히 퇴근. 저녁에 다른 스케줄이 없어 다행인 날. 학교를 빠져나와 편의점에만 들렀다가 곧장 관사(官舍) 방으로 직행. 아침에 작업하던 그림 앞으로... 2024. 6. 25.
눈물 버튼 눈물 버튼 박현경(화가, 교사) 1.이상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내 안에 잘못 눌린 버튼이라도 있나? 아니면 무슨 호르몬의 영향인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눈치 없이 솟는 울음을 삼키느라 목구멍이 아프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어제는 거의 종일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들으며 고양이들이랑 장난도 쳐 가며 슥슥삭삭 색연필 선을 긋고 또 그었다. 그렇게 일고여덟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렇게 평온한 토요일을 보내는데 왜 감정은 이토록 요동을 치는 건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가 다시 괜찮아졌다가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눈물이 나는 건 대개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다. 이를테면 직장 일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다 ‘고등학교 때도 자퇴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다녔는데, 그렇게 다니기 싫은 학교를 이제껏 다녔.. 2024. 5. 27.
쥐어짜는 사회 쥐어짜는 사회 박현경(화가, 교사) 1. ○○○: 저희 입장에서는 사실은 편의성도 좋지만 안정성도 같이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에요. 사고 나면 사실 학교만 힘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시스템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부분도 저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데……. 박현경: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되고요,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이해가 되는데, 저는 한 가지 좀 염두에 두시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점이, 아까 ○○○ 연구사님께서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을 지켜야 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현장에 오래 있어 왔던 사람으로서 제가 체감하기로는, 현재의 안정성은 교사 개개인의 희생, 쥐어짬을 통해 유지가 되고 있어요. 얼마 전 .. 2024.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