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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34

시를 들려주겠니 시를 들려주겠니 박현경(화가) 중학교 2학년 남자반 담임에 학년부장. 학교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온갖 사건, 사고, 정쟁과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학교 일과는 어김없이 계속된다. 그동안 나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와 이후 이어진 또 다른 교사 집회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틈틈이 10월 단체전을 위해 그림 작업을 해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나날이었다. 그런 가운데 담임으로서 그리고 학년부장으로서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아무리 중요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한다 해도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보도 자료를 내고, 기자들과 통화하고, 집회 성명문을 작성하고, 3만 명이 운집한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길.. 2023. 9. 25.
바닥과 소통 바닥과 소통 박현경(화가) ‘네가 보고 싶어서’의 ‘너’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세상을 떠난 누군가일 수도 있으며,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비밀에 싸여 있는 어떤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네가 보고 싶어서’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연결과 소통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는 말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세월호 참사나 10.29 참사 유가족들처럼,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며 두 눈 부릅뜨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분들의 아픔을 표현한 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층위에서 읽힐 수 있는 ‘네가 보고 싶어서’라는 주제로, 간절하게 ‘너’를 그리워하고 결연하게 행동하는 어떤 눈빛과 몸짓들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저마다 자기만의 어떤 그리움, 어떤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이렇.. 2023. 8. 25.
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박현경(화가) “……그러게 선생님이 잘 다독여 주셨어야죠!……” A 학생 어머니의 날 선 말들이 빠르게 이어졌다. 대답할 겨를을 찾기 어려웠다. 통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심장이 쿵덕거렸다. 금요일 퇴근 무렵이었다. 그 주말 내내 A네 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웃으며 A를 마주하는 데 참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취약하던 시기였다. 업무에 대한 압박감과 뿌리 깊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고, 흉부에 원인 모를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고, 아무 때나 눈물이 주룩 흐르곤 했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엔 그냥 확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버릴까 하는 충동마저 느.. 202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