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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33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박현경(화가) 나는 겁쟁이다. 어릴 때부터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유난히 많았다. 요즘도 하루에 수백 번 ‘하느님, 저는 두렵습니다. 저는 두려워요.’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몇 년 전부터는 공황장애도 생겼다. 차를 20분 이상 타려면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한다. 지금도 나는 두렵다. 이 글을 완성하지 못할까 봐. 이렇게 두려움이 많은 나지만 돌이켜보면 대담한 행동을 한 일이 몇 번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2013년 2월, 나는 보은에 있는 카르투시오 수도원 입회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고 이미 수련장 수녀님의 지도하에 수도원 생활 체험까지도 마친 상태였으며 몇 월 며칠에 짐 싸서 들어오면 된다는 말씀까지 들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돌다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꼭 두드.. 2023. 11. 27.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박현경(화가) ‘교육이란 인간 행동의 계획적인 변화이다’, ‘교육이란 가르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배우는 사람의 행동이나 사고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대학교 때 외웠던 교육의 정의들이다. 교육이 정말 그런 거라면, 나는 현재 교육을 전혀 혹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매일같이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면서도 말이다. 2007년에 교사가 됐으니 올해로 교사 생활 17년차다. 한때는 나도 학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 무진 애를 썼다. 그때는 ‘바람직한 방향’이 어느 쪽인지에 대해 어쩌면 그리도 확신에 차 있었나 신기하다.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확신이 강했기에 마치 투사처럼 학생들을 변화시키려 달려들었다. 지각하는 학생은 지각하지 않게, 산만한 학생은 수.. 2023. 10. 25.
시를 들려주겠니 시를 들려주겠니 박현경(화가) 중학교 2학년 남자반 담임에 학년부장. 학교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온갖 사건, 사고, 정쟁과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학교 일과는 어김없이 계속된다. 그동안 나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와 이후 이어진 또 다른 교사 집회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틈틈이 10월 단체전을 위해 그림 작업을 해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나날이었다. 그런 가운데 담임으로서 그리고 학년부장으로서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아무리 중요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한다 해도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보도 자료를 내고, 기자들과 통화하고, 집회 성명문을 작성하고, 3만 명이 운집한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길.. 2023.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