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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3

수다 수다잔디 휴일 오후 문득 나선 길. 접시꽃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피어난 걸 숨죽여가며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담고, 조금 걷고, 도서관 앞에 있는 자그마한 샐러드 집에 들어가 이제 막 진하고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그때 뜻밖에, 어떤 이의 눈물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내 속도 내 속이 아닌데 어째 이리 우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것인가요? 내 과거의 한 때 어릴 적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눈물이 그냥 흘렀지 하며 눈물 흘리는 그의 마음과 잠시 머무를 것인가요? 저는 돌아서지 못하고 그의 등을 쓸거나 흐르는 그의 눈물이나 콧물을 닦을 티슈를 자꾸 건네거나 슬픔이 차오르면 눈물로 콧물로 내보내야지 그래야지 생각하며 그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 시절의 어떤 아이처럼.. 2025. 6. 24.
작은 것들. 작은 것들. 잔디 하루 이틀 사이에 개구리 소리가 밤공기를 가득 채운 것처럼 들린다. 아침에는 서늘하다가 오전이 되면 덥고 오후엔 땀이 나다가 밤엔 다시 서늘해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 지구의 기후가 이상하다고 하여도 개구리는 개구리의 때에 소리를 내고, 작약은 작약의 때에 피어나고 지고, 어느새 상추는 부지런히 뜯어먹고도 넘쳐서 어쩔 수 없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상추의 작은 잎을 뜯을 때는 정말 소중히 부드러운 손길로 뜯고, 정말 귀한 걸 먹듯 소중히 먹었는데, 이제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겁내며 밭에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만(小滿)이라고 그래서 달력을 들여다보며 소만이라는 한자를 자세히 보니 ‘작은 것들이 세상을 꽉 채운다’는 뜻이라고 그러고보니 정말 사람이건 자연이건 작은 것들.. 2025. 5. 26.
사월 편지 사월 편지잔디 2025년 자비의 선교사학교 7기로 다시 등록하였어요. 한 달 한 번 두 시간. 침묵으로 있거나 선교사님의 강의를 듣고 묵상하고 마무리할 때 다가온 생각이나 기도, 마음을 나누고 헤어집니다. 가끔 선교사님들이 직접 요리한 스페인 음식을 한 접시 스페셜하게 내어주실 때도 있어요. 마음을 돌보고 몸도 돌보고. 무엇보다 때마다 환하게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선교사님들의 웃음과 포옹이 큰 힘이 되어 제 안에서 스마일 에너지가 됩니다. 첫 모임에서 회심(回 心)이라는 주제로 마리아선교사님의 강의를 듣고 에스텔 선교사님의 KINTSUGI 활동을 하였어요. 원래 연결되어 있던 지점으로 돌아섬을 회심이라고 들었어요. 삶속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떤 마음 때문에 사랑, 자비, 자유를 살지 못하는 부분이 금.. 202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