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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4

여름밤의 이야기 여름밤의 이야기잔디 한밤엔 고요 속에서 풀벌레 소리가 어둠 속에서 반짝거려요. 별빛에게 소리를 입힌다면 아마도 지금 들려오는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낮의 뜨거움은 어디로 사라지고, 고요 속에서 반짝이는 소리만 제 귀에 들릴까요. 뜨거움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여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 식탁 주위에 앉아 당신을 향해 이야기를 보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더위는 더위대로, 또 비는 비대로 그대로 맞이하고 계시겠지요. 오늘은 저녁 차리면서 뉴스를 힐끗힐끗 보았어요. 화면에 등장하면 고개를 돌리고 싶은 얼굴들, 사건들이 즐비합니다. 평정심을 거실 바닥에 떨어뜨리기가 일쑤예요. 그러다 순식간에 뭉클해지기도 하죠. 산불 때문에 아직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동병상련이라며.. 2025. 7. 24.
수다 수다잔디 휴일 오후 문득 나선 길. 접시꽃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피어난 걸 숨죽여가며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담고, 조금 걷고, 도서관 앞에 있는 자그마한 샐러드 집에 들어가 이제 막 진하고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그때 뜻밖에, 어떤 이의 눈물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내 속도 내 속이 아닌데 어째 이리 우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것인가요? 내 과거의 한 때 어릴 적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눈물이 그냥 흘렀지 하며 눈물 흘리는 그의 마음과 잠시 머무를 것인가요? 저는 돌아서지 못하고 그의 등을 쓸거나 흐르는 그의 눈물이나 콧물을 닦을 티슈를 자꾸 건네거나 슬픔이 차오르면 눈물로 콧물로 내보내야지 그래야지 생각하며 그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 시절의 어떤 아이처럼.. 2025. 6. 24.
작은 것들. 작은 것들. 잔디 하루 이틀 사이에 개구리 소리가 밤공기를 가득 채운 것처럼 들린다. 아침에는 서늘하다가 오전이 되면 덥고 오후엔 땀이 나다가 밤엔 다시 서늘해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 지구의 기후가 이상하다고 하여도 개구리는 개구리의 때에 소리를 내고, 작약은 작약의 때에 피어나고 지고, 어느새 상추는 부지런히 뜯어먹고도 넘쳐서 어쩔 수 없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상추의 작은 잎을 뜯을 때는 정말 소중히 부드러운 손길로 뜯고, 정말 귀한 걸 먹듯 소중히 먹었는데, 이제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겁내며 밭에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만(小滿)이라고 그래서 달력을 들여다보며 소만이라는 한자를 자세히 보니 ‘작은 것들이 세상을 꽉 채운다’는 뜻이라고 그러고보니 정말 사람이건 자연이건 작은 것들.. 2025.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