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3 달리기 달리기잔디 달리기 앱을 다운로드받고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기를 안내에 따라 4주를 완성한 후 달리기 순서가 되었을 때가 아득하다. 기억이 아득하여 찾아보니 지난해 9월의 일이다. 갱년기에, 그리고 수면에 대해 무가치하다고 여겨온 나의 오랜 습관에 의해, 늘어나고 늘어난 체중과 넓어진 어깨, 등등의 이유로 기대를 가지고 다운로드 받았던 그 앱이 아주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며칠 전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두가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니깐 움직일 이유는 이미 연두처럼 충분하다. 거의 매일 군에 간 아들과 전화데이트를 한다. 매일의 소재가 충분하고 어떤 날은 대화보다 침묵이 많아도 괜찮은 그런 통화의 이어짐이다. 우린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함께 있는 듯 이야기를 하기.. 2026. 4. 27. 나는 첫 문장을 기다린다. 나는 첫 문장을 기다린다.잔디 소나무 그늘아래에서 엄지와 검지를 펴서 길이를 잴 만큼 키가 큰 수선화가 노오란 꽃을 일곱 개 피우고 있다. 태숙이 언니네 방울토마토 하우스 앞에 형님이 심어놓은 수선화, 그 옆에서는 수선화보다 더 작은 체구의 팬지가 딱 한 송이 여리게 피어나고 있다. 수선화처럼 팬지처럼 봄을 기다리듯 나는 첫 문장을 기다린다. 겨울햇살이 비추다가 어느 날 봄 햇살이 따스히 다가오는 날을 봄동이 기다리듯 첫 문장을 기다린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아침의 첫 커피를 기다리듯 그렇게 기다린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글이 멈추었는데, 십 년 넘게 보아온 아이의 부고를 듣는다. 하루종일 미루어왔다가 퇴근할 즈음 부러 자세히 그리고 사실을 말해 줄 사람을 찾아가서 듣는다... 2026. 3. 25. 사진 사진잔디 # 1 산 능선에 가지런히 서 있는 나무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 해가 차오르고 산 능선의 나뭇가지 수형은 더 선명해진다. 산 능선에서 하늘을 떠받들 듯 나란히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노을이 질 때 나무를 바라보며 퇴근해 집에 와서 마당에 차를 세운다. 어둑어둑해져서 그때쯤 나무는 또 잘 보이지 않지만, 나는 나무가 거기 서 있다는 걸 안다.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구름이 변하는 걸 보고, 구름이 흩어지는 걸 보면서 나무는 거기에 서 있다. 아침이면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태양이 노을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한 아름다움을 펼칠 때도 그 풍경 속에 서 있으며 짙은 어둠속에서 조차 그저 서 있는 능선의 나무. 때론 마음 담아 바라보게 되는 나무, 때론 출근하면서 바쁜 마음에 .. 2026. 2. 26. 이전 1 2 3 4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