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7 팀웤 팀웤잔디 언제 헤어졌지? 헤어지기는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6, 7년 만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은 나의 오랜 그와 걸었다.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우리가 걸은 길은 우리가 아직, 같은 회사에 다닐 때에는 함께 걸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길. 그땐 점심 먹고 잠시 걷는 것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시절. 잠시의 짬이라도 나면 한 가지의 일을 더 하려고 머리를, 마음을 맞대던 우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라는 걸 함께 기억하며 일하는 비슷한 마음이어서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척하면 척! 이던 우리였다. 어느 날, 그는 생활체육인으로, 혹은 다른 회사에서의 서비스 제공을 선택하며 지금의 회사에 등 돌리며 떠났다. 여름이었다. 그의 업.. 2025. 10. 27. 어떤 기다림 어떤 기다림잔디 빨래를 널으러 뒷마당에서 빨랫줄로 걸어가는 짧은 거리에도 내 등 뒤에서 툭,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주홍빛 해가 하나 뒷마당에 깔아놓은 파쇄석 위에 떨어져 있다. 해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꼭지를 떼어내고 반을 갈라 조금 먹어본다. 어제 먹은 것보다 엊그제 먹어본 것보다 달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혼자만 먹는다. 먹는 동안에도 아까 해 떨어진 옆자리에 해가 또 떨어진다. 냉큼 주워 조금 맛보고 다시 혼자만 먹는다. 온종일 뱃속에 든 두 해님 덕분에 온기가 그득하겠다 싶다. 그래도 가을은 기어이 돌아오고야 말아서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주홍빛 해의 빛깔을 닮은 하루에 한 번뿐인, 노을이를 놓치기 일쑤다. 그래서 피부가 진짜 가을이가 돌아왔나 보다 느끼던 날부터는 퇴근할 때, 동료들.. 2025. 9. 25. 할머니 마음 할머니 마음잔디 매미는 헌신적으로 까만 밤을 환한 울음소리로 채운다. 환한 밤 덕분에 갱년기 증상을 겪는 밤, 슬며시 앉아 매미소리에 기대어 본다. 염색하지 않은 머리카락, 때론 푸석푸석한 피부 그 또한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겹지만 내가 어디에 기대어 서 있는지, 어디에 기대어 여기까지 왔는지 들여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과 앞다투어 경쟁하기라도 하듯 숨 가쁨으로 따낸 금메달 같은 주름을 나는, 숨기고 싶지 않다. 금메달은 다들 자랑하고, 부러워하니깐. 나의 주름은 수없이 웃은 나의 웃음과 미소의 흔적이니깐. 내가 맘껏 사랑스럽게 여겨주어야지 싶다. 이제 아가야들(갓 태어난 아가야부터 일곱 살 즈음 아가야들)을 만나면 이모나 고모라고 호칭하기보다 할머니라고 부르면 어떨까라는 말이 주저 없이 툭 튀어나오.. 2025. 8. 25. 이전 1 2 3 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