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1 양파처럼 양파처럼잔디 ‘수치심과 1일’과 이후 하나의 버릇이 생겼다. 내 마음에 ‘수치심 나침반’이란 걸 장착하고 사람들을 보는 버릇. 나를 포함하여, 아니 나를 제일 앞자리에 두고. ‘수치심의 나침반’은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는(당사자가 감각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어떤 상황 속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네 방향이 있다라고 가정한다. 어쩔 수 없이 네 가지 방향 중에 한 꼭짓점에 가서 서있는 경우, 그 꼭짓점에 서서 파생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생각들이 우리를 온전하게 존재하는 상태를 깨뜨린다라고 본다. 우리는 원래 나침반의 중앙에 그려진 커다란 NEEDS(사람들이 품고 있는 보편적인 욕구-사랑하기를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 내 존재가 수용되기를 다른 존재를 수용하기를 바라는 마음, 내 존엄을 공동체 안에서.. 2024. 7. 26. 오늘부터 1일 오늘부터 1일. 잔디 한낮은 뜨겁고, 밤은 서늘하다. 꽃피는 한낮은 찬란하고, 꽃 지는 밤은 아름답다. 한낮의 오이 넝쿨 잎은 열매 오이에게 그늘을 선사하며 축 늘어져 있고, 한밤의 오이 잎은 달의 기운을 받아 축 늘어져 있던 잎을 일으켜 반듯하게 자신을 펴서 스스로를 지킨다. 밤 동안에도 열매를 키운다. 달빛을 벗 삼아, 별빛을 위로 삼아 밤을 지새우며... 하지가 가깝다. 화요일 밤 9시의《분노, 죄책감, 수치심》책 읽기 열 두 번의 만남이 끝났다. 가을에 새로운 책 읽기를 약속하며 휴식에 들었다. 리.. 2024. 6. 25. 부추밭 부추밭 잔디 지금의 나는 그저 시골사람이지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처음 시작했던 이십여 년 전 그때, 내 마음에 들어와 충만한 에너지로 채워주는 두 가지 풍경이 있었다. 집에서 나와 어쩔 수 없이 매일 오가며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부추밭과, 모내기를 하기 전 물로 채워진 무논이었다. 허리를 몇 백 번 폈다 접었다 하며 논흙 한 삽 한 삽 떠서, 구멍 난 곳을 채우고 울퉁불퉁한 면은 고르게 흙을 발라놓은 논두렁. 매우 정갈한 도자기 작품처럼 구부러진 논두렁을 매끈한 곡선으로 만드시는 어르신의 작업과 작품을 봄이면 볼 수 있어서, 물로만 채워진 그 논을 밤에 몰래 가서 한참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그 논이 있는 마을에 지금은 살지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오가며 모내기철에 바다처럼 빈 논과 논 옆에 .. 2024. 5. 27. 이전 1 2 3 4 5 6 7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