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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0

저마다 별을 품고 저마다 별을 품고 잔디 들판이 가을빛으로 흔들리고, 크고 작은 나팔꽃과 여뀌, 고마리, 쑥부쟁이, 익모초꽃이 바람 따라 피어나는 지금, 나의 부엌, 작은 창가에서는 백정화가 자라고 있다. 봄에, 한 달에 한 번 서는 마을장터에서 만 이천원을 미니선생님에게 주고 안고 왔다. 흰 꽃이 피어서 백정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하는데, 아직 꽃은 만나지는 못했다. 꽃말은 관심, 당신을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 하는데, 두메별꽃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어서 꽃이 참으로 궁금하여 가끔 물을 흠뻑 부어주며 기다리고 있다. 꽃모양과 꽃향기가 궁금하다. 설레인다. 그 화분 옆에는 로즈마리가 자라고 있다. 로즈마리는 5월엔가 막내가 엄지손톱만한 로즈마리를 삽목하여 들고 왔는데 코코넛 껍질로 만든 화분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2023. 9. 25.
풍덩 풍덩 잔디 한낮부터 해질 때까지 수영장에 푸웅덩, 포옹당 빠져 얼굴이 빨개지도록 노는 아이들을 한 눈만 뜨고 보는 돌멩이처럼 앉아서 보던 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풀벌레소리만 가득한 깜깜한 밤 아이들이 놓고 간 튜브를 끼고 수영장으로 냅다 뛰어 들었어 앗 차가워, 하며 혼자 수영장 바닥을 짚고 이리저리 헤엄치다 돌다 걷다가 튜브를 빼고 살며시 뒤통수를 물에 담그고 팔, 다리를 쭉 펴고 힘을 빼고 둥둥 떠서 눈만 깜박깜박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풀벌레소리가 딱 멈추고 별빛 이야기가 들려왔어 물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다가왔지 뭐야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다가오고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나를 감싸주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나를 안아주고,.. 2023. 8. 25.
“지금, 어때?” 툭, 톡, 탁. 잔디 어느 날, 딸 아이가 갑자기 ‘툭’ 말하였다. “ 내가 4, 5학년 때 엄마랑 아버지가 매일 싸워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언제 이혼하려나 불안하기도 했고.”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말을 건네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렀다. ‘내가 언제 싸웠다는 것이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 내어 싸운 적이 없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때의 나는 나와 힘(권력)이 엇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들에게 듣기 좋은 말은 자주 건넸지만, 상대가 들어서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말은 내 생각 속에서만 빙빙 돌리는 그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딸 아이가 3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툭’ 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 걸어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며칠 동안 곰곰 생각하였.. 202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