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1 <132호> 그가 나에게 갑자기, 왔다 그가 나에게 갑자기, 왔다. 윤 숲속에 보리수나무의 흰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을까... 밭 한 곁에 옮겨 심어 놓고 아까워서 캐 먹지 못했던 달래 그 몇 뿌리가 이젠 번져 번성하고 있을까... 가로등이 없어 칠흑처럼 깜깜하던 밤, 숲을 비추어주던 달님은 안녕할까. 겨우내 밭에 서 있던 파를 망설이며 뽑아먹던 마음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다시 피어나는 봄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깨어남을 보는 그 시선 자체가 깨어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봄이고 또, 깨어남이라고, 깨어나고 있다고, 피어나고 있다고 고요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하고 싶다. 이렇게 삶에서 깨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는 친구가 다녀가셨다. 한 달 새 두 분이 갑자기... 십 .. 2023. 4. 24. <131호> 두 번째 봄맞이 두 번째의 봄맞이 允 맑은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빨래를 널다 문득 낯선 색깔이 스쳐 지나간다. 하던 동작을 되감기하여 몸을 돌려 다시 보니, 노랑. 아~ 민,들,레,꽃! 겨울동안에도 문득문득 초록빛을 보여주던 얇고 여린 풀들 그 사이로 아주 낮게 땅에 꽃받침을 대고 피어난 민들레꽃. 그 옆에 야옹하며 앉아있는 ‘참치’.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민들레꽃과 고양이를 사진 찍었다. 이곳에서의 두 번째 봄의 첫 풍경으로. 그러고 나니, 봄까치 꽃도, 광대나물 꽃도 보인다. 지칭개 싹도 지천이고. 막내랑 교문 앞까지 같이 걸어가서는 학교 앞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부러 구불구불 코스를 만들어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출근해야 해서 마음은 바쁘지만, 그보다 더 바쁜 건 봄으로 향한 눈길. 어제보다.. 2023. 3. 27. <130호> 길을 나섰다 윤 며칠 동안 아이랑 의논하고 알아보고, 오랜만의 외출이니 무언가 맛있는 것도 먹자고 이야기도 나누고, 설레며 몇 시간 동안의 둘만의 웃음 가득한 데이트를 기대하였다. 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도 감고, 나름 단정해 보이는 상의를 선택하여 입었으며, 오전 일정이 좀 지연되어도 가고자 하는 음식점이 문 여는 시간까지는 배고프지 않을 양 만큼의 아침 식사도 조금 하였다, 동네 빵집에 들러 유자차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여 조금씩 마시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한가한 오전 빵집의 기운에 약간 취해 있다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각자의 컵을 들고, 차에 타서는 웃으며 출발~~~! 목적지까지 가면서, 오늘 날씨에 비해 옷차림이 얇은 것 아닐까? 개학하기 전에 데이트할 수 있어서 좋다, 어제 저녁 식사 때 먹은 만.. 2023. 2. 27.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