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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00

<131호> 두 번째 봄맞이 두 번째의 봄맞이 允 맑은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빨래를 널다 문득 낯선 색깔이 스쳐 지나간다. 하던 동작을 되감기하여 몸을 돌려 다시 보니, 노랑. 아~ 민,들,레,꽃! 겨울동안에도 문득문득 초록빛을 보여주던 얇고 여린 풀들 그 사이로 아주 낮게 땅에 꽃받침을 대고 피어난 민들레꽃. 그 옆에 야옹하며 앉아있는 ‘참치’.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민들레꽃과 고양이를 사진 찍었다. 이곳에서의 두 번째 봄의 첫 풍경으로. 그러고 나니, 봄까치 꽃도, 광대나물 꽃도 보인다. 지칭개 싹도 지천이고. 막내랑 교문 앞까지 같이 걸어가서는 학교 앞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부러 구불구불 코스를 만들어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출근해야 해서 마음은 바쁘지만, 그보다 더 바쁜 건 봄으로 향한 눈길. 어제보다.. 2023. 3. 27.
<130호> 길을 나섰다 윤 며칠 동안 아이랑 의논하고 알아보고, 오랜만의 외출이니 무언가 맛있는 것도 먹자고 이야기도 나누고, 설레며 몇 시간 동안의 둘만의 웃음 가득한 데이트를 기대하였다. 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도 감고, 나름 단정해 보이는 상의를 선택하여 입었으며, 오전 일정이 좀 지연되어도 가고자 하는 음식점이 문 여는 시간까지는 배고프지 않을 양 만큼의 아침 식사도 조금 하였다, 동네 빵집에 들러 유자차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여 조금씩 마시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한가한 오전 빵집의 기운에 약간 취해 있다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각자의 컵을 들고, 차에 타서는 웃으며 출발~~~! 목적지까지 가면서, 오늘 날씨에 비해 옷차림이 얇은 것 아닐까? 개학하기 전에 데이트할 수 있어서 좋다, 어제 저녁 식사 때 먹은 만.. 2023. 2. 27.
<129호> 포옹 포옹 윤 아침에 눈을 뜨고 습관처럼 벌떡 일어나 쌀항아리 뚜껑을 재빠르게 열지 않는다. 가만히 눈을 뜨고, 코로 숨 쉬고 있는지를 본다. 뒷목이 편안한지 살핀다. 손바닥도 좀 비벼주고, 얼굴이 붓지는 않았는지 살피며 쓸어주고, 손가락이 붓지는 않았는지, 발뒤꿈치도 좀 만져주고, 왼손은 오른쪽 어깨에 오른손은 왼손 어깨에 올려 감싸 안는다. 토닥토닥. 그리고는 조용히 말해준다. 다시, 아침 맞은 것을 축하해. 오늘도 잘 부탁해. 때론 작은 목소리로, 때론 머릿속으로 속삭인다. 천천히 일어나 숨 들이마시고, 숨 내쉬며 겨울 창밖을 좀 바라보고, 전기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물이 데워지면 컵에 반쯤 담고, 찬물을 그 위에 담아 조금씩 조금씩 마신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말해준다. 나에게.. 2023.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