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5 챗님. 챗님.잔디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밭 한가운데서 감자 캔 자리에 호미로 살짝 흙을 걷어 올리고 콩 세 알을 넣는 걸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며 반복하겠지. 그러다 허리를 펴려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하겠지. 누군가는 시를 쓰려고 잔뜩 등을 구부리고 다가올 언어를 찾거나 기다리거나 하겠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침의 분주함으로 사람을 맞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 한 잔을 만들어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고요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도 친절한 듯 물결무늬 문장 부호 “~~~”를 상대에게 보내는 문장의 끝에 어쩔 수 없이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하나 정도는 넣고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조금 전 하안거 프.. 2026. 6. 25. 걷기, 지금이 좋다 걷기잔디 밤공기를 가르며 아들과 걷는다. 집 안에서 과묵한 아들은 걷기를 시작하면 이야기를 어딘가에 쌓아놓았다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풀어놓는다. 나의 아이는 어느 통계에서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아이에게 들었는데, 그 분류에 의하면 ‘쉬었음 청년’이다. 쉬었음은 일상에의 경험을 잠시 쉬었다는 그 쉼의 완료를 뜻하는 것일까? 지금 쉼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도 그 분류에 넣는 걸까? 생각하다가 찾아보지는 않았다. 자신을 ‘쉬었음 청년’이라고 말할 때 아이가 그 순간 하고 있는 생각, 그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니까. ‘쉬었음 청년’을 제도적으로 돕고자 한다면 그 분류는 그 존재를 돕기 위한 것이니까 그 도움의 동심원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나에.. 2026. 5. 26. 달리기 달리기잔디 달리기 앱을 다운로드받고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기를 안내에 따라 4주를 완성한 후 달리기 순서가 되었을 때가 아득하다. 기억이 아득하여 찾아보니 지난해 9월의 일이다. 갱년기에, 그리고 수면에 대해 무가치하다고 여겨온 나의 오랜 습관에 의해, 늘어나고 늘어난 체중과 넓어진 어깨, 등등의 이유로 기대를 가지고 다운로드 받았던 그 앱이 아주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며칠 전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두가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니깐 움직일 이유는 이미 연두처럼 충분하다. 거의 매일 군에 간 아들과 전화데이트를 한다. 매일의 소재가 충분하고 어떤 날은 대화보다 침묵이 많아도 괜찮은 그런 통화의 이어짐이다. 우린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함께 있는 듯 이야기를 하기.. 2026. 4. 27. 이전 1 2 3 4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