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호(26.9.28 발행)
- 보조출연자 블루스 보조출연자 블루스 이내 #1. 분당의 큰 절 앞에 45인승 버스가 줄줄이 도착했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20~70대 남녀 약 200명이 우르르 내렸다. 야구모자를 쓴 40대 남자 일행 5~6명이 이들을 불러모았다. 연령별로, 대충의 생김새로 또 10명, 20여명씩 추려냈다. 각각 정재계 인사, 사회원로, 보안요원, 안내원 등의 역할을 맡겼다. 이들은 OTT 드라마 보조출연자였다. #2. 보조출연자들은 각각 여의도, 강남 등에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업체는 영화, 드라마 제작사와 직접 거래하는 원청사와 이들로부터 하청을 받은 하청사가 있다. 원청사는 임금을 작업 다다음달 초 지급한다. 대신 수수료를 떼지 않는다. 하청업체는 다음날 지급하는 대신 수수료와 세금을 뗀다. #3. 보조출연자들은 이.. 2026.09.28
-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 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해인을 양육하면서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이 있다. 감정이란 얼마나 풍부한 세계인가. 미움, 슬픔, 짜증, 분노, 기쁨, 즐거움, 아쉬움, 우울, 무서움, 불안, 설렘, 뭉클함, 대견함, 고마움, 존경스러움, 질투, 배신감, 사랑… 수많은 감정의 낱말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 단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22개월의 해인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고 있다. 키, 몸무게는 정체되어 있는 반면, 인지, 교감, 언어, 신체 능력 면에서 커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예전에는 낱말 카드나 그림책에서 같이 읽었던 단어 몇 개를 따라했다면, 요즘에는 출처 불명의 말들을 내 앞에서 쏟아냈다. “반딱 반딱 쟈근 별 아듬답께 .. 2026.09.28
- '너'의 검정 보자기 '너'의 검정 보자기 박현경(화가, 교사) 눈을 뜨면 어김없이 가슴을 덮쳐 오는검정 보자기가 두려웠습니다햇발이 환할수록 몸 속엔 자꾸자꾸검디검은 그늘이 밀려들어 왔습니다새들이 눈이 부셔 비명을 내지를 때나는 가위눌렸습니다 검정 보자기 그늘깜깜하고 물큰한 슬픔 속 나를만질 수 있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대를 만났을 때 이 어둠 팔랑날아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날기엔 아직 너무 무거운 물기난 쓰디쓰게나마 고갤 끄덕입니다깜깜하고 물큰한 슬픔 속 날 만지는그대 손끝에서도 나옵니다 모락모락검정 보자기 물밀듯이 내 가슴을 덮치고눈 감아도 온몸 속 넘실대는 밤바다하염없이 검디검은 이 그늘이 내 숨입니다젖은 검정 보자기가 바로 내 살입니다 - 졸시, 검정 보자기 그늘> 나의 메모에 따르면 2004년 10월 8일에 이.. 2026.09.28
- 다정한 목록 다정한 목록 잔디 퇴근하면서 동네 단골 슈퍼에서 약간의 장을 보았다. 추석 연휴 바로 전날 퇴근하면서 장을 다 보기엔 빠뜨리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빠뜨린 것을 채우기엔 또 긴박하여 마음이 지나치게 바빠질 수 있으니깐 나름 나를 위한 배려를 한 조각 이루었다. 집에 돌아와 장 본 것을 저녁 설거지를 하기 전에 싱그러운 쪽파의 뿌리를 자르고 질기거나 시들한 부분을 벗겨내어 쪽파를 다듬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 냉장고에 넣는다. 아직 씻기엔 이른 시기이다. 동그란 육전을 할 다짐육을 밑간을 해서 통에 넣어 김치냉장고 빈칸에 넣고, 설거지를 하고 잔디 광장으로 달려간다. 물론 슬로우조깅이다. 달리기가 아닌 것도 같고, 달리기인 것 같기도 한 그 달리기를 하며 3킬로미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씻고, 하루를.. 2026.09.28
-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책의 제목은 원제 ‘지구가 녹색일 때’이다. 난 그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이재헌 식물을 돌보고 가까이 관찰하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환경에 적응이 빠르고 민첩한지 놀라곤 한다. 키 큰 나무들뿐만 아니라 길가의 하찮아 보이는 잡초도 사실 수 억 년 이상 대기, 육지, 그리고 바다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고 후손을 남긴 생존의 대가들이다.‘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이 책에서는 식물들의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명체들을 서로 어떻게 포섭하거나 잡아 먹히거나 상호 작용했는지를 독자가 생생히 상상해 보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나 또한 이번 독서를 하며 수 억 년 전의 해변에 서서 생존을 위해 터를 잡은 식물들과 그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하.. 2026.09.28
- 가을, 오면 가지말아라. 혹독한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어야 했다. 엄동설한이 대개의 인간에게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 호된 고통이었다.봄은 낮잠처럼 나른하고 여름은 파리처럼 성가시고 가을은 푸욱 익어가는 계절이었고 그렇게 확신에 차서 맴맴 도는 계절이 영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언제나 그러할 거라고 진심 믿었었다...인간의 믿음이란 얼마나 하찮은 결말로 끝나는지 영영 모르고 살고 싶었는데.백 년도 못 사는 마음이 영원한 믿음을 품는다는 것부터 하찮다.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여름(살아있는 한 매년 갱신할 혹독함)을 견디고 몸과 마음에 새겨진 빗금이 처절하게 선명하다. 올 여름에는 차라리 죽을 때까지 엄동설한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다가도 어찌 어찌 살아내고 시간이 흐르니 너무나 뻔하고 말짱한 한 줄기 선선한 바람.. 2026.09.28
- 잘 참았어 2026.09.28
- 9월 8/31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부회의 참여9/4 최중증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종사자 심화교육 강의9 충북이주여성상담소 운영위원회 참여19 라우렌시오빌 인권지킴이단 활동20 남성페미니스트 모임 ‘펠프미’진행 2026.09.28
- 173호(2026.9.28 발행) 2026.09.28
활동나눔
-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를 읽으며 이상한 나라의 폴이 되는 시간 펠프미 마흔 네 번째 :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구원 과학에 무지하고 상대적으로 무관심해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생동감 있는 상상력으로 여러 생태계의 장면들을 촬영하듯 기록한 것도 나름 그럴듯하고 흥미로웠다. 생물의 공존, 공생 관계도 잘 표현한 거 같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 책의 내용이 잘 들어맞는 느낌은 아니었다. 지나친 의인화는 왜인지 모르게 불편했고 제목과 달리 식물에 크게 집중한 느낌도 아니라 아쉬웠다. 그럼에도 가볍게 한 번쯤 읽기는 좋은 책 같다. “책의 제목은 ‘지구가 녹색일 때’이다. 난 그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이재헌 식물을 돌보고 가까이 관찰하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환경에 적응이 빠르고 민첩한지 보고서 놀라곤 한.. 2026.09.21
- 2026 충북 인권 북콘서트: 관계, 그리고 존엄 📚 2026 충북 인권 북콘서트: 관계, 그리고 존엄 나와 타인을 잇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지켜내야 할 '존엄'의 가치를 문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두 작가님의 책을 통해 일상 속 인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따뜻한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회차]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 (선착순 80명) - 9월21일 현재 마감되었습니다! • 주제 도서: 『안녕이라 그랬어』 • 진행: 김은숙 시인 / 패널: 이은규 인권활동가 • 일시: 10.15(목) 15:00 • 장소: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 대회의실 🗓️ [2회차] 문형배 저자와의 만남 (선착순 150명) • 주제 도서: 『호의에 대하여』 • 진행: 김은숙 시인 / 패널: 진홍 인권활동가 • 일시: 10.22.. 2026.09.13
- 이재명 정부의 길은... 이재명 정부의 길은... 이내 검은 머리 미국인 둘이 관심을 끈다. 하나는 지난달 30일 주한 미대사로 부임한 미셀 스틸이다. 그는 MAGA로 알려졌다. 미셀 스틸은 지난 2일 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남대문시장에서 호떡을 사먹었다. 영락교회는 남산1호 터널 아래 있다. 분단 전후 북한에서 넘어온 이들이 세운 교회다. 영락교회는 4.3 당시 제주도민 학살에 앞장선 서북청년단의 본산이기도 하다. 지금도 강경 보수 노선을 지키는 개신교 대표 교회다. 미셀 스틸이 여기 적을 뒀다는 건 MAGA 정체성에 부합한다. 다른 한명은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예비후보 1위로 떠오른 프란체스카 홍이다. 그는 무상 보육, 대중교통 지원, 학자금 탕감 등의 공약을 제시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뉴욕시장이 된 우간다 태생 조란 맘.. 2026.08.04
-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지음 펠프미 마흔 세 번째 –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지음. 김이삭 옮김 / 마티스블루 출판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탐색이구원 살아가면서 악의적 차별과 혐오에 부딪힐 일은 아주 많지 않다. 물론 현재 우리는 악의적 차별과 혐오가 갈수록 만연해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필요하지만 이런 차별들에 대해서는 무시, 회피, 저항과 같은 대응을 할 수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긴밀한 관계와 선의에서 비롯된 차별이다. 선의의 차별은 하는 경우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당하는 경우에는 대처하기 난감하다.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는 이러한 선의의 차별들을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미식 탐방의 포장지로 부드럽게 감쌌.. 2026.07.27
- “이제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세워야 할 수밖에 없다.” 펠프미 마흔 두 번 째 : 돌봄 민주주의 / 조안 c. 트론토 지음, 김희강 · 나상원 옮김 : 박영사 내 삶에 더 중요한 것은?이구원 돌봄이 민주적일 수 있을까? 아니 돌봄이 민주적으로 되는 게 옳은가? 책을 보기 전 내가 가진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돌봄을 제공자와 수혜자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민주적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쉽게 말해 가정에서의 부모와 영유아 자녀가 민주적 관계 조성이 가능한가?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 또는 학생, 교사의 관계 등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라 일컬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 자체로 불평등한 관계이다. 그런 까닭에 일부 장애계에서는 활동지원을 돌봄이 아닌 지원으로 부르고자 하며 난 여기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돌봄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어느 정도는 수직적인 의미를 지니.. 2026.06.23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후보 인권행정 강화 정책 제안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후보 인권행정 강화 정책 제안 제안취지 행정은 단순한 공공서비스 제공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 특히 12.3 내란극복을 통해 민주주의 성숙과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중시하는 가치가 강조되면서, 행정 전반에 인권 개념을 반영하는 ‘인권행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 이러한 ‘인권행정’은 국가 및 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전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하는 행정을 의미함. 하지만 여전히 행정과정에서 차별, 권리 침해, 사회적 소수자 배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요구됨에 따라 충청북도와 청주시 인권행정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함. 충청북도 모든 행정 영역에서..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