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호(2026.8.25 발행)
- 수행자의 자리 명진 스님 “내가 왜 힘 있고 돈 있고 걱정할 것 없는 사람들 편에 섭니까?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야지요. 그게 수행자의 자리 아닙니까?” “수행자가 이러한 세상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치인이 됐건, 그 누구가 됐던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묻고,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나은 길인가 고민하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치적일 수 있다.” “저마다 고통이 다른데 자비가 어떻게 똑같은 모양으로 드러나겠는가. 배고픈 자에게 밥이 되어 달려가야 하고, 중병이 든 이에게는 약풀이 되는 게 자비다. 처지와 조건에 맞게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자비이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따뜻한 말로, 또 어떤 이에게는 엄한 꾸지람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불가의 자비는 때로 .. 2026.08.25
- 새끼발가락에게 들은 이야기 새끼발가락에게 들은 이야기 박현경(화가, 교사) 1.놓친 핸드폰이 왼발 위에 떨어졌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핸드폰 모서리에 세게 부딪힌 새끼발가락이 빨갛게 부풀었다. 지난 주 화요일 밤의 일이다.수요일과 목요일, 다리를 절었다. 새끼발가락 하나 다쳤을 뿐인데 균형 잡기가 힘들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왼발 전체가 아팠다. 앉아서 업무를 할 때도 욱신욱신, 내내 신경이 쓰였다. 하도 아파서 신발을 벗어 보니, 새끼발가락은 보라색이 돼 있었다. 새끼발가락을 다치니 온 신경이 새끼발가락에 집중했다. 늘 이런 식인 것 같다. 치아가 하나 아프면 온 신경이 그 치아에 집중한다. 손가락 하나를 다치면 온 신경이 그 손가락을 향한다. 몸 어딘가에 상처가 생기면 온 신경이 그 상처에 매달린다.조그만 환부에 그토.. 2026.08.25
- 육아와 집안일의 정치학 육아와 집안일의 정치학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세상에는 수많은 일(work)들로 넘쳐난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불쉿잡(Bullshit Jobs)> 폭로한 것처럼 세상에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해악적이고, 철지난 권위주의의 옷깃을 세워주기 위한 ‘하나마나한 일’들도 넘쳐난다.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 가치를 스스로 폄훼하고, 냉소한다. 두 손 두 다리 멀쩡한 ‘회장님’이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열어주는 이의 노동을 생각해보라. 육아와 집안일에 대한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를 덧붙여보아도 일이고 노동이다. 다만 이 노동은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육아를 하고, 아내와 육아, 집안일에 관한 수다와 토론, 그리고 논쟁을 하다 보면 육아와 집안일을 .. 2026.08.25
-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AI 통제, 속도보다 공존을 모색해야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AI 통제, 속도보다 공존을 모색해야 이내 2023년 개봉했던 영화 ‘크리에이터’는 인류와 AI의 대립을 그렸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악한 AI와 싸우는 착한 인류라는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의 세계관을 비튼다. 미군이 대표하는 인류의 세상을 디스토피아로, AI와 함께 사는 뉴아시아를 이데아와 가까운 세계로 그린다.1960년대 위대한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최후의 질문’이 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작품이라고 평했다. 여기엔 인류가 개발한 고성 컴퓨터 ‘멀티박(Multivac)'과 마이크로박, 갤럭시박, AC 등이 수조 년에 걸쳐 차례로 등장한다. 요즘 말로 생성형 AI 시스템이다. 소설의 인류는 AI를 활용해 우주 에너지를 맘대로 쓸 수 있게 .. 2026.08.25
- 내탓이오의 무지 여름이고 여름이었으며 여름이다. 폭염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세 번의 여름이 한꺼번에 몰려온 여름이라고. 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는 예언은 저주가 아니라 현실이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누가 이렇게 했을까?온열질환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탓은 아닐게다.밭에서, 공장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탓은 아닐게다.무턱대고 ‘내탓이오’라고 하지 말기를.입발린 ‘내탓이오’는 무지다.허울뿐인 제도와 체제에 면죄부를 주고 자본과 권력의 야합을 정치와 법치, 먹사니즘으로 회칠하며 국민 모두를 두루두루 고루고루 공범임을 가스라이팅 하는 무지.허벌나게 더워도 양복을 벗지 않는 사내들과 전쟁과 학살을 멈추지 않는 사내들과월가의 사내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내들과AI 메가 특구 앞에 90도로 절 하는 .. 2026.08.25
- 대화 2026.08.25
활동나눔
- 이재명 정부의 길은... 이재명 정부의 길은... 이내 검은 머리 미국인 둘이 관심을 끈다. 하나는 지난달 30일 주한 미대사로 부임한 미셀 스틸이다. 그는 MAGA로 알려졌다. 미셀 스틸은 지난 2일 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남대문시장에서 호떡을 사먹었다. 영락교회는 남산1호 터널 아래 있다. 분단 전후 북한에서 넘어온 이들이 세운 교회다. 영락교회는 4.3 당시 제주도민 학살에 앞장선 서북청년단의 본산이기도 하다. 지금도 강경 보수 노선을 지키는 개신교 대표 교회다. 미셀 스틸이 여기 적을 뒀다는 건 MAGA 정체성에 부합한다. 다른 한명은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예비후보 1위로 떠오른 프란체스카 홍이다. 그는 무상 보육, 대중교통 지원, 학자금 탕감 등의 공약을 제시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뉴욕시장이 된 우간다 태생 조란 맘.. 2026.08.04
-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지음 펠프미 마흔 세 번째 –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지음. 김이삭 옮김 / 마티스블루 출판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탐색이구원 살아가면서 악의적 차별과 혐오에 부딪힐 일은 아주 많지 않다. 물론 현재 우리는 악의적 차별과 혐오가 갈수록 만연해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필요하지만 이런 차별들에 대해서는 무시, 회피, 저항과 같은 대응을 할 수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긴밀한 관계와 선의에서 비롯된 차별이다. 선의의 차별은 하는 경우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당하는 경우에는 대처하기 난감하다.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는 이러한 선의의 차별들을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미식 탐방의 포장지로 부드럽게 감쌌.. 2026.07.27
- “이제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세워야 할 수밖에 없다.” 펠프미 마흔 두 번 째 : 돌봄 민주주의 / 조안 c. 트론토 지음, 김희강 · 나상원 옮김 : 박영사 내 삶에 더 중요한 것은?이구원 돌봄이 민주적일 수 있을까? 아니 돌봄이 민주적으로 되는 게 옳은가? 책을 보기 전 내가 가진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돌봄을 제공자와 수혜자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민주적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쉽게 말해 가정에서의 부모와 영유아 자녀가 민주적 관계 조성이 가능한가?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 또는 학생, 교사의 관계 등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라 일컬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 자체로 불평등한 관계이다. 그런 까닭에 일부 장애계에서는 활동지원을 돌봄이 아닌 지원으로 부르고자 하며 난 여기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돌봄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어느 정도는 수직적인 의미를 지니.. 2026.06.23
- 예민하거나 무디거나를 왜 니들이 판단하는데? 펠프미 마흔 한 번 째 :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 - 여자의 내장에 대해 말하기 지은이 : 김영연 김은하 민가경 박다솜 박혜진 백지은 서영인 성현아 소영현 심진경 양윤의 이경수 장은애 장은영 전승민 전청림 정은경 최다영 허 윤 황유지 / 펴냄 : 오월의 봄 패배와 승리를 잊은 채 또 살고 다시 살아가는 ‘마녀 들’의 이야기이은규 최근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심독하고 있다.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감독님은 천 개의 문이 활짝 다 열려 있는 사람 같아요.” 이 장면을 보며 천 개의 문이 활짝 다 열려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상상하며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보았다. 숨을 불어 넣는 사람, 숨이 되는 사람, 창조하는 사람, 북돋우는 사람, 스스로 거름이 되는 사.. 2026.05.20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후보 인권행정 강화 정책 제안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후보 인권행정 강화 정책 제안 제안취지 행정은 단순한 공공서비스 제공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 특히 12.3 내란극복을 통해 민주주의 성숙과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중시하는 가치가 강조되면서, 행정 전반에 인권 개념을 반영하는 ‘인권행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 이러한 ‘인권행정’은 국가 및 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전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하는 행정을 의미함. 하지만 여전히 행정과정에서 차별, 권리 침해, 사회적 소수자 배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요구됨에 따라 충청북도와 청주시 인권행정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함. 충청북도 모든 행정 영역에서.. 2026.05.15
- 더 큰 환대와 사랑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펠프미 마흔 번 째 :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 박정훈 지음, 한겨레엔 펴냄 “페미니즘이 남자들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혐오가 남자들을 망치고 있다”이은규 대충 건드리고 달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밑바닥까지 샅샅이 더듬어 긁어모았다. 그래서 더 고약하고 찌질하고 음습한 실제를 마주한다. 직면. 그렇다. 직면해야 한다.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성다운 용기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용기 즉 성숙한 인간성의 전취이다. 2021년 6월 펠프미 첫 번째 책이 박정훈 님의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였다.그로부터 약 5년이 흘러 펠프미는 마흔 번 째 책으로 박정훈 님의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을 선택했다.피해자의 자리와 억울함이라는 무기로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에 대한..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