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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96

<122호> 다시 봄 2 _잔디 큰마음 먹고, 나에게 주었던 선물의 시간. 동시 배우기 한겨레문화센터 줌 강의 여덟 번의 수업이 끝을 맞았다. 어차피 안될 것이지만, 응원하신다던 시인 선생님은 그 응원을 반복하시고, 다음 학기 8덟번(^^)의 합평 수업을 제안하셨고, 나는 고민하다 저질렀다. 이제 막 들어선 설레이지만 고통스러운 이길. 그저 즐기며 좋은 독자로 살다가 창작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 나를 보았다. 필명도 지어놓고, 혼자 끄적끄적 쓰기는 하는데, 길잡이 없이 그것에 대한 공부 없이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았다. 영법을 모르면서, 혼자 수영복 입고, 수영장 안에 들어가서, 수영을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하는 사람처럼... 그러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서,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손을 이미 내밀고 계신.. 2022. 6. 28.
<121호> 바라보기_允(잔디) 주방 작은 창 한 켠을 따라, 군데군데 아기감나무가 자라고 있는 긴 밭을 바라보며, 아이비가 한껏 줄기 끝에 새로운 아기 이파리를 키우고 있다. 매일 그를 바라보지만, 매일 신기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본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한다. 아, 나는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보고 싶었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일어나려고 마음먹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5시 30분, 5시 40분께에 눈이 떠진다. 누군가 이제 일어나 너를 보아, 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거는 것처럼. 내 몸을 세차게 흔들어 깨우거나,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손 내밀며 어딘가로 초대하는 기운으로 내가 나를 깨운다. 자주 공책을 마주하며, 쓰기의 방식으로 나를 바라보아준 지.. 2022. 6. 2.
<120호> 생각_잔디 별다름 없이 그저 초록이 새록새록, 꽃이 퐁퐁퐁 모두들 깨어나고, 저마다 반짝이고 있다. 낮에도, 밤에도. 그것이 위안이 된다. 내가 여전히 초록을 볼 수 있고, 꽃을 보며 안녕~!하고 인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정한 것 없어 보이는 계절이 흐를 때, 그 계절처럼 그렇게 여여히 그 흐름 따라 같이 흘러간다는 것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다만, 그뿐이라고. 그렇게 별것 없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너그러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내 앞의 초록이, 내 옆의 꽃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 욕실의 슬리퍼는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고, 어제의 의자는 그곳에 있지 않고 저쪽에 가있으며, 바구니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할 손톱깎이는 탁자 위에 있으며, 조용히 잠시라도 더 있고 싶은데 식구들은 벌써부터 깨어 내 주위를 .. 2022.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