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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쏘댕기기/2025년 도시쏘댕기기

"가로수 한 그루의 건강은 당신의 건강이다" - 아보리스트 이재헌과 함께 '벚꽃엔딩 그후 1년'

by 인권연대 숨 2025. 3. 31.
'속절없이 빼앗기는 나무, 그럼에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
유호찬 회원

 

1년 후 다시 왔다.

우암산 둘레길의 벚나무와 소나무, 목련 등을 살피러 수목관리전문가(아보리스트) 이재헌의 설명을 들으며 걸었다.

사진 유호찬

 

'속절없이 빼앗기는 나무, 그럼에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

 

봄바람 불어 따스한 햇살을 흩뿌리는 날, 인간 세상이 혹독한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듯 나무들 역시 아직은 기지개를 켜지 못한 채 까칠하다.

척박한 환경에도 죽을 힘을 다해 물을 빨아들여 작은 싹을 겨우 틔우기 시작한 나무들을 다시 대면하면서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부끄런 기분은 작년이나 오늘이나 매한가지.

 

민간단체에서 부착한 듯한 수목관리대장- 사진 이은규

 

작년과 달라진 것도 있었다, '수목관리대장' 태그.

기왕에 관리대장을 부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라면 IoT, IT 기술을 접목했으면 좋겠고, 태그를 부착하는 방식(나일론 줄로 친친 감아 놓아 성장에 유해함)도 개선했으면 한다.

 

부러진 가지는 여태껏 방치돼 위태롭고, 고사(枯死)의 시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무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식재와 관리의 잘못으로 생기를 잃고 한 곳에 박혀 있는 나무들은, 그저 인간의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진열된 박제와 다름없다.

 

사진 유호찬

 

이재헌 전문가의 해외 사례, 나무의 상태, 관리의 문제점 들을 듣다보니 지금이라도 가로수와 정원수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수목관리사들의 산재 재해율이 광업 현장의 그것보다 2~4배 높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일상에서 흔히 목격하는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자들의 소홀한 안전 관리를 보면 납득이 된다.

최근 법령, 조례에 가로수 관리에 대한 지침을 제정하고 생태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있다고 하니 조금의 기대를 해 본다. 아울러 겨우내 상당산성 보도에 심어진 작은 벚나무들의 관리부터 새로운 접근을 했으면 하고, 청주시와 시의회가 진정성을 갖고 두루 살피기를 요구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노인정에서 이웃 친구분들과 시간을 보내고 계신 어머니께 주전부리를 사다 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 아낌없이 내어 주고 시들어 가는 나무와 어머님이 겹치고, 동요 '겨울 나무'를 흥얼거리며 외로운 세상에 붙박혀 사는 나무와 나를 생각한다.

숲속을 걸으며 깊은 호흡을 하고 나무향을 묻혀오고, 가지 사이로 살짝 비집고 내려오는 햇살 아래에서 게으른 낮잠을 자다가 새소리에 깨어나는... 그런 둘레길과 나무숲을 소망한다. 자연의 품 안에 사람이 살기를.......

 

2025 인권연대 숨 도시쏘댕기기

 

 

가로수 한 그루의 건강은 당신의 건강이다

 

 이재헌 아보리스트

 

나는 하얀 벚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벚나무는 잘못된 이식과 무분별한 가지치기에 취약해서 일찍 죽는 수종이기 때문이다. 인권연대 숨 회원들과 벚꽃으로 유명한 우암산 둘레길 나무를 일 년 만에 다시 찾아갔다. 날씨는 화창하지만 내 마음은 우중충했다. 작년에 답사를 하며 예상했듯이 데크 공사로 뿌리가 다친 나무의 건강이 더 안 좋아졌다. 부후균(나무 썩게 하는 곰팡이)으로 뒤 덮이지 않은 나무가 없고, 일부는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아보였다. 그 아래 어린 나무들도 이미 머리가 잘리고 수간(줄기)이 썩고 있어서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몸통이 덜 상처 입은 나무들도 머리 위에 죽은 가지가 매달린 채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사실 우리 대도시 곳곳에 가로수가 위험한 지경이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태풍 시즌에 쓰러지는 전국의 가로수가 1000여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어쩌다 소중한 도심의 나무들이 이렇게 위험물이 됐을까?

 

사진 유호찬

 

우선 우리의 수목관리 관행은 비용 절감과 행정 편의 위주로 정착했다. 수목 생리를 고려하지 않았다. 일례로 도시 나무는 뿌리와 가지가 뭉텅이로 잘린 채 이식된다.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조경 기사나 나무의사 교과서를 보면 나무 이식할 때 뿌리 이식분을 나무 밑동 직경(근원직경)3~4배로 잘라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면 나무가 물을 마시거나 숨을 쉴 때 필요한 흡수뿌리가 90% 이상 잘려 나간다. 이 상태로 나무는 길어야 3~40년 버틴다. 자연 수명의 ~1/10이다. 반대로 국제 기준에서는 뿌리 분을 나무 밑동 직경의 10~12배로 자르도록 되어있다. 이식을 하더라도 나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흡수 뿌리에 최소한의 손상을 주고자 함이다. 가지치기할 때도 국제 기준에서는 나무의 건강을 위해 25% 이상 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청주시를 지나다 보면 모든 가지가 잘리고 몸통만 남은 가로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이은규

 

제일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수목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나무 이식, 가지치기, 병해충 관리, 지지대, 비료, 물관리, 그리고 안전장비 사용 등 실무에 관련된 짧지만 핵심 매뉴얼이 보급돼있다. 그 매뉴얼 대로 나무를 이식하고 관리하면 예산도 적게 쓰고 도시 공기를 맑게 해줄 큰 나무들을 안전하게 육성할 수 있다. 우리도 2022년에 산림청이 발간한 도시숲 가로수 관리 매뉴얼이 있기는 하다. 그 책자에는 25% 이상 가지치기 금지나 꼭 필요한 내용들은 빠져 있다. 현장에 이해관계 때문에 빠진 것으로 추측한다. 국제 수목관리 기준에서 보면 너무나 부실할 뿐이다. 그나마 이 메뉴얼은 강제력이 없어서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과 소위 전문가라는 관계자들도 무시하거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

 

사진 유호찬

 

안타깝게도 수목관리 현장 작업자의 근무 여건은 참혹한 수준이다. 작년 겨울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KPS에서 근무하던 28세 청년이 감전으로 사망했다. 산림 속 송전탑 주변 수목관리를 하기 위해 혼자 송전탑을 오르다가 감전사했다. 21조 근무조차 지켜지지 않아서 예상 사고 시점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 발견됐다. 수목관리 관련 업무는 감전이나 추락 등의 사고율이 지나치게 높다. 한국 평균 산업재해율의 3.8배 더 많이 발생한다. 1년 사망자가 10~20여 명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안전조치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다. 위 사고 후에 일주일 작업 중지 말고는 다른 조치가 없던 것처럼 말이다.

 

아보리스트 이재헌 - 사진 이은규

 

우리 도시에는 많은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 여성과 남성, 아이와 노인, 식물과 동물, 노동자와 고용주. 그러나 우리 도시는 너무나 불평등하다. 차량을 위한 도로에는 엄청난 예산을 소비한다. 그러나 노약자와 나무를 위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럭셔리 아파트에 수 십억 원의 비용을 써서 경관을 조성하지만 그 나무를 돌보는 일을 하는 작업자의 안전에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것은 인권의 위기이기도 하다. 나무 한 그루 쓰러지면 뿌리 잘린 다른 나무로 교체되듯, 어느 날 나나 내 동료가 사고를 당하고 교체되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 나무 한 그루의 건강은 우리 모두의 건강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사진 유호찬

 

삼일공원과 우암산 둘레길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접근하기 힘들게 설계되었다.
박승찬 시의원

 

공원과 둘레길은 도시안의 모든 시민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어야 하지만, 일부 삼일공원과 우암산 둘레길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공시설의 본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문제다.

 

삼일공원 공중화장실

 

휠체어 접근성이 부족하다. 계단 위주로 조성되어 있거나 인도의 경사가 가파른 경우가 많아 휠체어 이용자가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렵다. 또한, 삼일공원 주차장 바닥은 휠체어 이동이 아주 힘들었다.

 

공원은 모든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배려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공원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장애 친화적인 시설을 확충하며,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공시설이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려면, 장애인을 고려한 배려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5도시쏘댕기기 2 아보리스트 이재헌과 함께 우암산 순환로 나무 생태 탐사 / 사진 유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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