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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by 인권연대 숨 2025. 7. 28.

펠프미 서른 세번 째

귀신들의 땅 鬼地方 천쓰홍 장편소설, 김태성 옮김 / 민음사

 

“바람은 한 겹 한 겹,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은규

 

포르모사, 아름답다.’ 타이완의 포르투갈식 옛이름이다. 1542년 이 섬을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의 일지 속에 기록되어 있다. 타이완의 또 다른 이름은 메이리다오. 아름다운 섬. 타이완 사람들은 포르모사와 메이리다오라는 별명을 좋아한다고 한다.

타이완은 오스트로네시아인을 위주로 선주민의 역사가 유지되었으며 16세기 무렵에야 세계사에 등장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쟁탈 지역으로 그리고 한족의 집단 이주와 정씨왕국인 동녕국의 지배. 청나라의 정벌. 청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에 할양. 그리고 국민당의 지배. 오백여년에 걸친 타이완의 역사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침략당하고 그로 인해 이질적인 요소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포섭되며 갈등하는 땅이다.

타이완 사람들이 바라는 아름다운 땅은 평화로운 시간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외부에 간섭없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 그 결을 따라 자유롭게 살고 싶은 바람이랄까.

 

천쓰홍의 소설 귀신들의 땅은 한 가족의 서사를 통해 현재적 시점에서 타이완의 역사를 반추하고 있다. 외부의 강제된 폭력, 가부장적인 국가와 사회, 가족간의 물리적이며 정서적인 폭력에 의해 지배되고 유린당하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소수자들의 삶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피해자임에도 사회화되고 학습화된 폭력의 사슬을 끊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사람들의 삶이 피폐할수록 이들을 둘러싼 자연 또한 사람의 삶을 닮아가며 상처투성이로 파헤쳐지고 훼손당한다. 이렇듯 사람과 자연의 상처와 아픔의 기억들이 첩첩이 쌓여 있는 귀신들의 땅이 타이완이라고 말하고 있다.

숨겨놓고 드러내지 못한 기억의 뿌리들이 깊고 깊어 그 기억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귀신들과 결코 절연할 수 없는 땅. 우리가 사는 여기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람은 한 겹 한 겹,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을 통해 아름다운 섬, 메이리다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를.

 

귀신들의땅-천쓰홍

 

‘귀신들의 땅’을 읽고서…. 

 

이재헌

 

천쓰홍 작가의 귀신들의 땅80년대 용징이라는 대만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을 5명이나 낳은 가족 이야기다. 작가 천쓰홍은 독일에 거주하는 대만 출신 동성애자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가족들을 깊이 있게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소설에 가깝다. 주인공인 천수페이도 독일로 이주한 작가이자 동성애자다. 이야기의 핵심 서사는 그가 그의 파트너를 죽이고 형량을 마친 후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고향마을 용징으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그의 귀환에 누나들이 모인다. 그의 누이들도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착취와 무시를 당하거나 혹은 가정폭력을 겪으며 굴곡지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여기서 가족들의 오랜만에 재회에는 살아있는 이만 참석한 것은 아니다. 이미 죽었으나 귀신이 된 가족들이 있다.

 

왜 작가는 소설 속에서 귀신들을 등장시켰을까. 소설 속에서 마을사람들은 죽은 여자들이 한이 서려 귀신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지 않은가? 가부장제의 폭력과 욕망이 넘쳐나는 개발 시대에 희생된 약자들은 그곳에 머물며 자신의 한과 미련, 지나버린 욕망을 구술한다.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닌 존재가 넘쳐나고 죽었지만 우리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존재가 넘쳐난다. 도시와 사람들의 이름만 조금 낯설 뿐, 여성과 동성애자 같은 마이너리티가 겪었던 무시와 경멸은 타이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인물은 주인공의 엄마 아찬이다. 여성이라서, 엄마라서, 글을 알지 못해서 약자인듯하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한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 탈주한 존재다. 결국 뱀이 탈피하듯 가족도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새로운 인생을 선택한다. 그리고는 그렇게 미워하던 천수페이가 돌아오자 다시 나타난다. 난 그녀에게 묻고 싶다. “왜 돌아왔나요? 설마 그리움이라고?”

 

천쓰홍 작가의 귀신들의 땅은 나에게는 첫 타이완 소설이다. 타이완이라는 낯선 나라의 문화와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천수페이처럼 에어컨도 없는 우리집에서 7월에 이 책을 읽다보니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피부가 끈적이고 짜증이 커져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을 비처럼 흘리던 천수페이가 있는 용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읽기엔 이보다 좋은 소설이 있을까.

 

ps. 이 책을 마치고 에어컨을 샀다. 사고 나니 후련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좀만 더 참을걸 그랬나.

 

 

창대하여라, 타이완 同志 문학이여!!!

 

나순결

 

큰 박수받을진저. 당신으 분투가 타이완 비이성결혼합법화와 의사조력사법 제정에 옴파로스였다는 걸 누가 부인헐 수 있겄는가!

당신으 분투 뿐이겄는가? 혐오와 차별, 타자화, 비난과 협박, 직접테러에 시달리면서두 너내우리으 소수자성을 옹위혀내는 거이가 우리으 시대정신을 지켜내는 길임을 옹골차게 보여주구 있는 작가들이 있다.

-朱天文(주톈원). 荒人手記(황인수기)

-陳雪(천쉐). 그으 同婚十年我們靜靜的生活(같이 산 지 십년)

-邱妙津(추먀오진). 그으 蒙馬特遺書(몽마르트르 유서),鱷魚手記(악어 노트)

-白先勇(바이셴용)孽子(서자)

 

창대하여라, 타이완 同志 문학이여!!!

귀신들의 땅여성성주의가대체무엇이관대’-줄여서 여대무- 7월 선정도서. 이재헌동지-여기에서 사용헌 동지는 쩌그 우에 동지허구는 때때로가 아닌 사뭇 다른 의미-가 추천. 이동지에게 감사으 념 전헌다. 3년간 공백을 걷게허구 다시 타이완 전사들을 만나는 시간을 견인혀 주었기에. 박차를 가하자!!!

펠프미 25년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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