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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미 서른번 째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by 인권연대 숨 2025. 4. 3.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네몬테 넨키모 . 미치 앤더슨 지음 / 정미나 옮김

 

따뜻한 사랑과 연대에 기반한 투쟁 안에서의 치유와 공동체성의 회복
이구원

 

삶의 기록이자 투쟁의 기록들을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가슴 두근거리며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뒤에 남는 느낌이 분노와 우울감이 아닌 희망이라는 점도 날 설레게 했다. 물론 책을 읽으며 분노가 치밀고 아픈 지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따뜻한 사랑과 연대에 기반한 투쟁 안에서의 치유와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개인적 경험으로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내 안에 있음에도 이 책의 선주민 공동체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경험했던 공동체가 집단성과 종교적 권위와 폭력성에 기반했기에 내가 공동체를 불편해하고 싫어하게 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자립 이후 느슨하게나마 꾸준히 사회운동의 경계에 걸쳐 있음에도 이 일이 신나거나 즐겁지 않았던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난 그동안 투쟁을 당위성과 도덕적 정당성으로만 접근했을 뿐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대의 감정이 부족했으며 희망의 문을 닫아놓고 있었던 것 같다.

 

넨키모와 그의 동료들이 하고 있는 투쟁은 도덕적 정당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보인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삶과 그들이 잃어버렸었고 도시 문명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이 잃어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는 그들을 지키며 우리가 우리를 구하는 힘이 된다. 같은 방식은 아닐지라도 더 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우리 안에, 내 안에 울려퍼지길 바래본다.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시작만 허기만 혀봐! 산청 양수발전소 세운다카는디.
나순결

 

산청에 양수발전소를 세운다칸다. 15천억. 사업은 26년에 시작혀서 40년 쯤 끝난다 허구. 그 돈으루 군내 도로 옆, 공공건물에 태양광전지판이나 설치허서유. 저리대출루다가 기초생활수급층과 차상위 분덜이 지분투자헐 수 있게 혀드리구.

그리구 니네 개발이익, 투자효과 뭐뭐 주워섬기는데, 안개발 미개발 비개발 이익두 있는거여! 개발루 인해 발생헐 탄소배출, 그로인헌 기후변화, 또 주거와 일터가 바뀌게 되면 필연으루 따라오는 마이나스 요인(대부분 70세 이상 분덜이잔여)두 생각혀야쥐.

걍 냅둬서 얻는 이익 산정혀서 군민덜헌티 기본소득으루 돌려!!! 담 선거에 표 휠씬 마이 나올거여, 대가리는 걸을 때 중심 잡으라구 있는 거기두 허지만, 가끔은 요런 쌈빡헌 생각두 허라구두 달려 있는겨!

다 집어치우구 걍 냅둬! 이승화군수 남동전력 사장님아! 걍 가만히 계셔. 지금은 아닝께. 허드라두 2030년 후-더이상 그 어느곳에두 태양광전지판 설치헐 데가 없을때-에 작금 1020대 분덜이 산청군민으 주체가 되었을 때 그분덜 의사에 맡겨야 맞는겨! 맞지?

시작만 허기만 혀봐! 아주 그냥.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은규

 

나는 우리의 숲과 생활 양식을 지키기 위한 이 싸움이 사실상 전 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의 숲을 잃게 되면서 바다 건너편에서 홍수가 일어났고, 다른 대륙에서 화재와 가뭄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아마존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모두의 고향인 어머니 대지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네몬테 넨키모는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와오라니 족 사람이다. 네몬테라는 이름의 뜻은 수많은 별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조상들의 지혜가 낳은 이름이다. 그녀의 삶에서 어느 한때 네몬테는 이니스라는 코리노 이름도 있었다

와오라니 족이 코리노라 부르는 백인들의 하얀 이가 갖고 싶어 망치로 이를 부러뜨리기도 했고 숲을 떠나 백인들이 세운 선교학교에 가기도 했으며 그들이 세운 도시에서 살아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몸과 영혼에 심각한 상처를 받았다. 네몬테는 상처가 모두 자기 탓인 양 자책하며 되는 데로 살기도 했다.

 

"석유 회사들은 모든 걸 파괴할 거야." 오빠가 말했다. 우리 이야기, 우리 가족, 우리의 숲, 우리의 폭포까지·····."

"우리는 뭘 해야 할까?" 내가 물었다.

한참이 가도록 침묵만이 흘렀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네몬테는 오빠에게서 고향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어떻게 할지를 두고. 네몬테의 첫 시도는 유리문 앞에서 무참히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무참한 첫 시도는 다음 행보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네몬테는 숲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숲의 실태를 그 처참함을 영혼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 석유 회사는 우리 숲에서 석유를 가져가고 우리의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도시로 옮겨진 석유로 백인들은 자동차를 몰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정작 와오라니족 여자들은 가시철조망 밑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물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내 부족 사람들과 타로메나네족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본연의 우리와 변한 우리 사이의 싸움이었다.

나는 말 없이 창밖을 내다봤다. 도로의 끝에 이르자 햇빛에 바랜 표지판에 석유는 발전이다'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미치가 잠시 그 표지판을 응시하다 나를 돌아봤다.

"내 나라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숲에서 나는 석유 대부분이 캘리포니아로 실려 가며, 우리 사회 전체와 우리 모두의 안락함이 수많은 강과 숲과 삶을 파괴하면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요······”

 

네몬테는 숲의 돌봄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돌봄으로 자각했다. 구원은 코리노의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 숲의 사람들이 스스로 한다는 것을. 혼자서, 분노만으로는 유리문에 얼굴 들이박기밖에 못한다는 것을 절감했던 첫 시도가 혼자였다면 새로 시작하는 시도는 숲 전체 부족의 지혜와 연대로 이루어졌다. 숲의 오랜 나무 그늘에서 이루어진 세이보 연대.’(세이보는 나무 이름이다) 어찌보면 네몬테의 이름에 따라, 우리가 우리를 구원하는수많은 별의 연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물어보자는 게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그들이 무엇을 꿈꾸는지 묻는 게 중요해요.”

"우리가 꿈에 대해, 그들 부족 공동체의 이상을 물으면 신성한 것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얘기할 거예요."

그리고 또 우리 연장자들에게 꿈과 이상을 이야기해 달라고, 그분들의 지혜로 우리를 이끌어 달라고 부탁해야 해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문명은 보아뱀의 혀와 같다고 말해주셨어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우리의 얼을 빼놓는 힘이 있다고요. 하지만 우리의 연장자들에겐 보아뱀의 혀보다 더 강한 힘이 있어요. 그분들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실 거예요.“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지금 여기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생각했다. 정말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우리의 꿈과 이상을 그리고 사랑하는 것들을 말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지혜를 구하고 기꺼이 차이를 인정하는 연대를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저 멀리 아마존 숲의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며 견디어 냈던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 냈던 것처럼 말이다.

 

웃음은 재규어 약이었다. 내 조상들이 근래의 수년간 나에게 가르치려 애썼던 것이었다. 나 자신의 고통을 비웃고 숲의 바람처럼 웃으며, 끝까지 웃음으로 싸우라고. 그 웃음은 내 부족이 가진 하나의 힘이었다. 우리의 약이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쓰는 가면, 즉 생존의 웃음이었다.”

서른번 째 펠프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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