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미 서른 두번 째
『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 ‘사회적 생태론과 꼬뮌주의 선언’ / 머레이 북친 著, 동녘 刊, 2024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와 내 이웃의 삶을 위해 모두가 정치를 펼치는 민주주의를 꿈꾼다
이재헌
나는 매일 매일 기후위기와 불평등 때문에 불안과 분노를 느끼며 살아간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야하나 고민하는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다 읽고 드는 감정은 생태적 삶과 작은 민주주의가 온 세계에 펼쳐지는 설렘과, 현실에서 욕망만이 가득한 자본주의와 위계 구조의 큰 장벽에 서서 느끼는 좌절감이다.
저자 북친은 기후위기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인간 사회의 위계 질서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 내의 착취 구조는 결국 자연에 대한 착취로도 이어짐을 설명한다. 자본에 따른 위계 사회에서 노동자도 여성도 사회에 이윤을 위한 도구로 취급받는 것처럼 자연 또한 자원을 공급하는 도구일 뿐이다. 북친은 녹색 자본주의처럼 위계와 착취가 사라지지 않고 생태주의로 포장한다고 해서 기후붕괴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그는 모든 권력을 부정하는 아나키즘도 우리가 실제 겪고 있는 전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는 생태붕괴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생태론을 주창한다. 그는 생태적 자연인 1차 자연과 그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문화를 2차 자연으로 정의했다. 2차 자연은 1차 자연 속에서 분리된 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자본주의와 위계 구조를 해체하고 지방분권과 진정한 사회주의라고 이야기한다. 마을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평등하게 정치를 펼쳐나가는 상상은 참 설레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회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준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사회적생태론은 고사하고 구시대 유물인 헌법을 유린한 세력들조차 처벌하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양당 대선 후보들의 메세지에서 생태위기와 불평등은 배제되었다. 내 삶과 너무나 떨어진 대선이 한창인 주말에,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나와 내 이웃의 삶을 위해 모두가 정치를 펼치는 민주주의를 꿈꿔본다. 민주주의가 책이나 국회에서만이 아니라 마을과 우리집에서 펼쳐지길 희망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상상을 멈추지 않는
이구원
책을 읽기 전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고 나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진보 정치의 흐름을 잘 모르기에 기본 진보 진영의 한계를 비판하는 내용에 크게 공감이 안 갔다. 나도 현재의 진보 정치에는 한계를 느끼지만 저자와는 포인트가 다르다. 애초에 나의 경우 변화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변화를 추구하고 바란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제외지만 대부분의 정치적 의제들은 그 의제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대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현실과 적절한 타협과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정치만 봤을 때이긴 하지만 기존의 진보 정치는 그 점에서 아쉬웠다. 옳고 그름과 이상에 조금은 묶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다양한 진보 정치에 대한 저자의 비판 내용도, 방향도 따라가기 어려웠다. 또한 제시하는 새로운 대완 역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분권과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 준하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듯 보이는 저자의 상상은 엄청난 시민의식과 성숙한 민주주의가 동반되어야 하는 너무 어려운 길 같아 보였다. 제도적 민주주의조차도 다시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한 현 상황에서 무언가를 꿈꾸는 게 참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변화와 상상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아직 세상이 굴러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나구 만나구 만나구 많이 만나구
나순결
두 여성을 만났다. 자이텔 깔루스까야(Zeitel Kaluskaya, 1860–1930). 머레이 북친 사상가으 조모. 혁명가였다. 마리야 스피리도노바(Мари́я Спиридо́нова, 1884-1941.9.11)는 나로드니키 혁명가. 20살 때 탐보프주 민란을 무자비허게 진압헌 주지사 루제놉스키를 직접 처단.
용어 둘을 만났다. 머레이 사상가가 맹글어서, 요 네편 논문으루다가 切허구 磋허구 琢허면서 磨헌. 그래서 이 두 용어는 머사상가와 항꾼에 빛을 내는 초신성이 된지 이미 오래!!! 먼첨 용어 설명버텀 ‘사회적 생태론’은 사회체계를 환경이 쫓아간다는 듯. 시방 사회는 다국적기업, 초국적자본, 군산복합괴물이 꽉잡구 있다. 환경이 어떻겄나? 누더기가 돼서 몸부림 치구 있는거지, 뭐.
‘꼬뮌주의’는 communism이 아니구 communalism이다. communalism은 생산수단을 꼬뮌이 장악허구, 생산에 따른 분배 또헌 꼬뮌으 권리인 체제.
communalism의 구체적 정치 형태는 리버테리언(자유지상)-지역자치주의. 절충주의으 가장 큰 모습, 공동체주의(communitarian)는 우습기만 허다. 삶과 노동의 일심단결이 원칙이다. communalism은 꼬뮌들으 묶음, 련방제를 먹구 오래 살아야 헐틴디.
내가 꼽은 머레이 북친 사상가 최고으 일갈은 103쪽
“한 사회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퇴락혔는가는 그 사회가 신비주의와 절충주의에 얼마나 빠졌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내 결론 : 내는 아나르꼬-쌩디칼리스트다. 거칠지만 남고려 말루다가 풀면 ‘자유지상-조합주의자’. 요기서 아나르꼬는 당신, 머레이 북친 사상가가 말헌 ‘리버테리언’이다. 당신이 말헌 꼬뮌이, 당신이 말헌 련방이 내겐 ‘조합’이다. 내는 ‘조합’ 태두리 안에서 먹구 싸구 찢구 까불며 왔다갔다 헌다.
그 와중에 심층생태론자나 절충주의자를 만나구 돈 잘버는 여성성주의자두 만나구 허겄지. 거버넌스에 함몰된 진보들두 다수 매우 많이 만나게 되겄지. 호상간 설득이 필요없는 텃밭가꾸기 좋겄구, 3.8행진 좋겄구. 또 뭐가 좋을라나.
‘이성적’이며 ‘이타적’인 정치적 상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은규
책 제목부터 고전스럽다. 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 이라니. 게다가 부제는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선언. 읽기는 어렵지 않았다. 손안에 들어오는 책 크기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네 가지 주제의 소논문을 모아 묶은 책이다. 사회적 생태론이란 무엇인가?(1993), 고도자본주의 시대의 급진정치학(2001), 반동의 시대, 사회적 생태론의 역할(1995), 코뮌주의 프로젝트(2002). 머레이 북친이 주장하는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그리고 리버테리언 등 책은 몇몇 개념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실에 적용, 실현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최근의 한국적 상황, 12.3 내란과 광장의 열기와 6.3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방법들에 대해 궁리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선거라는 정치적 공간속에서 급격하게 소거된 광장의 요구들과 쪼그라든 진보정치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머레이 북친의 주장에 냉소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쩌면 나의 한계일 터이다. 부끄럽지만 그 의심은 나에 대한 의심이며, 인간에 대한 의심이기도 하다.
“사회변혁의 과제에 관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들은 여전히 역사의 테이블 위에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메스꺼운 타산적 문화 앞에, 그리고 경찰의 최루가스와 물대포 앞에 완전히 패배해 굴복한 것이 아닌 한, 우리는 자유를 향한 싸움을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자유를 지켜야 하며 기회가 되는 모든 곳에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오늘날 온갖 무기와 수단이 동원되어 생태가 파괴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급진적 사회변혁의 요구를 무작정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이성적 사회를 포기하기엔 너무도 영리하다는 점이다. 다만 남은 심각한 문제는 과연 인간이 그것을 이룰 만큼 충분히 이성적인가 하는 것이다.”(169면)
정치적 상상력은 너무도 영리하며 동시에 ‘이성적’ 사회를 포기하지 않는 충분히 ‘이타적인’ 인간들에게서 나오는 것인가?
많은 생각과 의심이 오락가락하는 중에 책의 마지막 면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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