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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미 서른 한번째 '페미사냥'

by 인권연대 숨 2025. 4. 16.

펠프미 서른 한번째『페미사냥이민주 , 민음사 , 2025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무지를 깨뜨렸다.
이은규

 

무지를 깨닫게 해주어서 페미사냥의 저자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페미사냥의 사례들을 알고 있고 그 문제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는 오만하고 순진한 착각을 깨뜨려 주어서.

그동안 나는 사건화되는 사례들에 한정해 호기심을 가졌을 뿐 그것들의 맥락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짧은 호흡의 분노로 세태를 비관했을 뿐이었다. 게임의 세계, 서브컬쳐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으므로 무관하다 여기는 사회적 위치와 관계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도사인연한 나른한 태도로서 페미사냥에 일조해 왔음을 고백한다.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그 너머를 이야기하자고 하는 저자의 당부를 잊지 말아야겠다.

서브컬쳐에서 배양된 배제와 차별이 어떻게 폭력으로 그리고 페미사냥으로 더 나아가서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또한 소비자와 소통 경영이란 미명하에 페미사냥에 공모하고 있는 자본과 정치의 구조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사소한 걸로 왜 그렇게 피곤하게 구느냐고?

 

페미사냥은 여성 개인의 사회경제적 삶을 실질로 무너뜨리는 폭력이다. 그런데 이는 여성 집단과 페미니스트 집단의 즐거움과 성취감 그리고 희망을 공격하는 일이기도 하다. 페미사냥의 첫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넥슨 성우 교체 사건부터가 그랬다. 이 사건이 있은 지 8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페미'로 지목되어 부당 해고된 피해자의 사정을 자세히 알기보다 페미의 징표로 조작된 '집게손' 표식이 만든 부당한 사건들을 연일 접하고 있다.(29)

 

다시금 강조하겠다. 페미사냥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억지라는 것이다. 억지 쓰기 전략은 상대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열한 한편 효과적이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GS25 집게손 사태에 관한 인터뷰에서 이 음모론이 힘을 얻는 과정을 '개소리의 담론 전략'이라는 측면으로 분석했다. 개소리의 담론 전략은 일관된 논리가 없고 근거 없는 주장을 생산하면서 관심을 일으키고, 이를 의미 있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188)

 

페미사냥꾼 무리 기업과 정치의 공모

 

페미사냥에서 기업은 그저 사냥꾼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냥개 정도로 보인다. 사냥개가 받는 보상은 소통 경영이라는 긍정적 기업 이미지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현대 소비사회에서 기업은 상품의 생산과 홍보를 통해 이윤을 내고, 소비자층을 구성한다. 기업은 마케팅을 통해 특정한 사회적 의미의 소비를 창출함으로써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그에 따른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반응하면서 누가 소통할 가치가 있는 적법한 소비자인지에 관해 판단해서 소비자의 지위와 가치를 결정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페미사냥 소비자를 '소통' 대상으로 승인하고 안정적인 소비층으로 구성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반페미니즘 정체성의 소비자 집단이 만들어지는 것을 추동할 수 있다.(168-9)

 

사냥꾼들의 요구 앞에 기업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로 인한 위험 부담을 여성 노동자 개인에 전가하는 빠르고 손쉬운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고, 다수의 기업이 이를 실행했다. 이러한 실행은 소비자의 요구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됐다. 나아가 소통 측면에서 높은 사회적 평가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희생되는 사람의 얼굴, 이들의 삶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냉혹한 평가 체계의 힘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체계를 따라 정치적 이득을, 지지 세력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170)

 

페미사냥 구조 자체를 엎어 버려야

 

힘센 편에 빌붙고,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 페미사냥의 비열한 속성을 관찰하다 보면 비겁한 사냥꾼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더 센 구매력,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런데 비겁한 공모자들은 자신들 안에서조차 약한 이들, 이기지 못한 이들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남루한 논리를 들고서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새로 찾아 나선다. 더 강한 힘으로 이들을 눌러야 할까? 끝없는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이 힘의 구조 자체를 엎어 버려야 하지 않을까. 페미니즘 정치는 바로 그것을 이야기해야 한다.(156-7)

 

기나긴 논의의 끝에 이르러 나는 우리 페미니스트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 힘 가운데 하나는 앎의 즐거움이다. 세상에서 나의 위치를 새로이 발견하는 데서, 내가 겪는 부당함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문제임을 깨닫는 데서, 이런 깨달음을 공유하는 이들을 만나고 함께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믿는 데서 오는 즐거움. 또 하나의 힘은 끈질김이다.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더 존엄하게, 즐겁게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은 늘 이어져 왔다. 그 끈질김으로 끝끝내 이길 것이다.(181-2)

 

길고 지루한 밤, 이야기는 어둠을 견디게 한다.

 

오랜 역사에 기입된 권력 구도, 수세에 몰린 듯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의 외침이 의미를 낼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이것이 성차별 구조의 문제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다. 페미사냥은 시장에서 페미니스트를, 나아가 모든 여성을 상시적 감시와 폭력으로 길들이려 한다. 성차별로 이득을 보는 혹은 그러리라 믿는 모든 주체가 여기에 공조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는 우리가 이런 속셈을 꿰고 있음을,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임을 요란하게 폭로해야 한다. 사냥꾼들의 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해.

길고 지루한 밤, 이야기는 어둠을 견디게 한다. 실체 없는 공포를 떨쳐 내고 나만의 재미난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면 밤길을 걸을 힘이 생긴다. (194)

 

나는 당신이, 페미니스트가 만들어 낼 새로운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어느 날 만화책을 사러 나간 서점에서, 딥페이크 규탄 집회에서, 어느 북토크나 강연장에서, 여성 단체의 회원 모임에서, 오타쿠 동인 행사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렇게 결코 끝나지 않을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즐겁게, 즐겁게 이어 나가자. (196)

 

 

개소리에는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이재헌

 

어렴풋이 넥슨 성우가 입은 티셔츠로 인해 메갈이라고 공격받고 해고됐다는 뉴스가 기억난다.

찌질한 놈들

남성 소비자들의 여성노동자를 해고하라는 요청을 실제로 게임사가 받아들였을 때 냉소가 났다. 일부 게임 매니아들의 개소리가 사람을 해고할 수도 있는 현실이 어이없기만 했다. 페미니즘의 정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자 역차별이라 호도하는 피해 의식에 빠진 일부 남성들의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문제 키우기 싫어하는 게임사의 안일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잘 모를 때, 그것을 대충 싸잡거나 문제의 근원으로 쉽게 탓해 버린다.”

 

내가 그랬다. 페미사냥은 더이상 소수의 일탈이나 놀이가 아니다.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공격은 저열하고 치명적인 폭력이다. 해당 노동자의 삶을 붕괴시킨다. 피해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검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주변 모든 여성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이 나타나면 그 주변 여성을 공격한다. 이 치졸한 폭력은 남성인 나도 안전하지 않다.

 

소위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방치되고 있다. 누군가는 놀이로, 누군가는 특권층 여성에 대한 단죄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 기업은 성불평등한 직장을 변화시키기보다 여성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전가한다. 소수자를 착취하는 것에 익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페미사냥은 추악한 불평등을 감추기 위한 쇼에 가까워 보인다. 이 상황에 자유를 부르짖는 정당은 갈라치기로 편승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던 정당은 외면하고 있다. 작은 불장난으로 시작됐을지 모르는 불씨는 기후위기 시대, 건조한 산림을 만난 것처럼 우리 모두를 불태우고 있다.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더 존엄하게, 즐겁게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은 늘 이어져왔다.”

 

이제 젠더 불평등한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숨지 말고 안일하지 말며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즐겨보자. 페미니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민주 著, 민음사 刊, 2025

 

존엄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끈질김을 위하여
배상철

 

이민주의 페미사냥을 읽는 내내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페미사냥은 여성 개인의 사회경제적 삶을 실질로 무너뜨리는 폭력이다. 그런데 이는 여성 집단과 페미니스트 집단의 즐거움과 성취감 그리고 희망을 공격하는 일이기도 하다.’-29p-

 

책을 읽기 전 제목만으로 왜 제목을 살벌하게 페미사냥으로 지었는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작가는 페미사냥이라 불릴 수 있는 이러저러한 사건을 접하는 소비자 집단의 상당수가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대수로운 일로 치부하는 사회적 시선에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은 충격 한 방을 제대로 날리고자 한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오타쿠에게 메갈의 여성성이란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남성을 혐오하는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미소녀 캐릭터에 메갈 이미지가 부여되는 것은 상품의 핵심 가치가 손상되는 일과 다름없었다.’ -61p-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에서 서브컬처 시장은 캐릭터를 가장 중요한 상품으로 여기고, 남성 중심의 서브컬처 소비자 취향에 맞게 감정적 성애적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하는 도구로 인식되었기에 메갈과 같이 남성 캐릭터 소비자의 취향을 거스르는 반란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일베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여성 혐오 표현을 퍼뜨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그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보수언론은 일부 극단적 일베충들의 일탈 행위정도로 치부했고 침묵하는 다수는 선량한 게임 소비자정도로 이러한 사태를 방관했다.

 

페미사냥을 하는 동안 인증되고 공유된 권력이 특정 커뮤니티나 소비자 집단에 한정되지 않은 남성 일반의 것으로 여겨졌음에 주목하자‘ -135p-

사람들을 페미사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페미사냥을 통해 확인되는 권력이다. 페미사냥에 참여하는 대다수는 단지 효능감과 즐거움을 공유하려고 페미색출과 공격에 동조했다.‘ -150p-

 

이 책을 관심 있게 읽기 전까지 나는 <소녀전선>과 같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도 아닌데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을 일에 작가는 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라고 경고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주류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며 성애적인 게임 상품을 생산하고,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기업에 이윤을 안겨줄 소비자층을 확대 재구성하려 한다. 주류 사회에 편성하는 기득권 정치인 또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기업과 남성 중심의 주류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들에게 메갈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비합리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훼방꾼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힘센 편에 빌붙고,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 페미사냥의 비열한 속성을 관찰하다 보면 비겁한 사냥꾼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비겁한 공모자들은 남루한 논리를 들고서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새로 찾아 나선다. 더 강한 힘으로 이들을 눌러야 할까? 끝없는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이 힘의 구조 자체를 엎어 버려야 하지 않을까. 페미니즘 정치는 바로 그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157p-

 

이 책은 페미사냥의 전개 과정에서부터 페미사냥의 본질, 그리고 페미사냥에 맞서는 저항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은 불평등하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일러준다. 또한, 그 싸움은 매우 질기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기에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로 밤을 지새우고, 좌절하지 말고 끈질기게 노력하여 끝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자는 당부를 전한다.

 

 

 

‘통치성’에 ‘피해’관념을 전략적으루 전유허는 페미사냥꾼 무리
나순결

 

먼첨 주문 한나 : '집게손'. 커뮤니티에서 정허라. 쓸건지 말건지! 쓸거며는 어느때 쓸건지 소상허게 세칙으루 명기허라, 그리구 지키서유!!! 크기가 작건 크건 깊건 얇건 드넓건 좁아터졋건간에.

4월 서평낭독집회 <여성성주의가당최무엇이관대> 선정도서다. 어쩜 이리 당찰까? 주욱 써내려간다. 악플에 시달리구 있을터인데. 주변 열씸당원들이 잘 지켜주구 있는지.

어느 누구두 1<사냥터가 된 놀이터>는 읽구선 지지발언이든 반대의견이든 내야헌다. ‘먼지차별을 접허는 순간 , 여기꺼정은 파구 들어야 피해자주의건 가해자색출이건 가능허겄구나란 생각이 바루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라인 게임물 창작노동자가 기업의 일방적 결정으루 일자리를 잃은 것은 <부당해고>. 신고를 접헌 노동부는 적극 사건에 임해야 헌다. 여성아이돌 앨범과 사진을 불태우는 인증사진을 올려두 아무런 비난두 마초 커뮤니티에 올라오지 않는다.

 

방법은 한나. 작금꺼정 여성성주의자들이 줄기차게 써왔던 것.

미러링과 백래시와 리부트에 리부트에 리부트에.

 

웃긴거 한나. “메갈은 일베와 다름없다는 담론. 생존허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헐 권리(아무 생각없이 있어두 숨을 쉬는 행위와 같은)인데 그러지 몬헌 상황을 타개허기 위헌 쟁투와 그러지 몬허게 그를 짓누르는 행위는 다르다, 마이. 더 쓰면 내 손목만 아프다!!!

 

주문 : 일베해고와 메갈해고는 다르다, 마이. 신자유주의 아래 반동들은 더욱 교묘해져 간다. ‘통치성피해관념을 전략적으루 전유헌다. 3년 동안 30번 탄핵혔다구 나라 망허게 생겼다구 계엄이란다. 정쟁은 그런건데, 정치란 그런건데! 3년 동안 300번 탄핵을 혀두 걍 굴러가는거이 나라다, 시스템이 그런거니께. 30번이든 300번이든 그 동안, 아니내두 될 세금항목이 늘었는지, 당연히 받아야 헐 복지혜택이 줄른 건 없는지... 그거만 신경 쓰면돼지... 더 쓰면 내 손목엔 엘보 만개. 누가 치료비 내줄건가!!!

 

이거 단연코 젠더문제를 넘었다. 계급투쟁이다. 기득권과 그 외 노동계급간으. 비남성과 남성으 쟁투가 아니다. 가부장과 그에 귀속된 구성원간으 쟁투다. 역차별이라구??? 작금 현상황에서 숨두 몬쉴 만큼 옴짝달싹 몬헐 만큼 남성성주의가 만연헌데, 제우 몇몇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서 남성소비자중심주의에 먹물 몇방울 튀었다구??? 적당히 허자. PC끄구 전화기꺼두 잼난 일은 쌓이구 쌓였다.

2025.4 서른 한번째 책 - 펠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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