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촌여전 – 상주함께걷는여성들, 지식의편집 : 서른 두번째 펠프미
중요한 것은 사는 곳보다 삶의 태도
이구원
상주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 15명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의 삶이 다양하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기록들이 다채롭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따뜻하며 상주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져 한 번쯤 상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상주라는 지역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고민과 지역적 한계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쉬웠다.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시골/소도시에 산다는 것은 그저 아름다운 일은 아니며 현실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 또한 많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접근권과 이동권의 제약, 의료/문화 시설 등 공공기관의 부족, 익명성의 미보장 등으로 시골, 소도시의 삶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면서도 공감에까지는 이르기 어려웠던 거 같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은 자발적 학교 밖 청소년의 이야기이다. 어쩌다 보니 나도 비자발적 학교 밖 청소년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근본적 차이가 있다면 나에게 학교라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겪게 되는 외로움의 감정은 비슷하지만 그 뒤의 상황들은 너무나 다르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들은 애초에 내가 꿈꿀 수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청소년 시기의 대부분을 나는 끔찍한 방구석에서 살아야 했다. 전혀 원하지 않던 신학대를 입학했던 것 역시 이 지옥을 탈출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보니 저자의 환경이 부러웠고 대조되었던 나의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길 선택할 수 있고, 자유롭게 꿈꾸고 도전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또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상주의 여성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사는 곳보다 삶의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난 나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상주 예찬 ‘촌촌여전’을 읽고
이재헌
경북 북부이자 내륙 한 가운데 있는 시골마을, 나에게 상주는 ‘가부장적인 전형적인 경북 소도시’이다. 그 곳에 사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 목소리를 담은 ‘촌촌여전’을 손에 들며 ‘아 그 좁은 마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촌촌여전은 상주 여성의 분투기를 예상했던 내 생각과 달리, 너무나도 소소하면서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텃밭을 가꾸며 느끼는 행복을, 누군가는 이웃과 먹을 것을 나눴던 이야기를, 누군가는 그 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서로 치유했던 기억들을 담았다. 상주의 아름답고 향토적인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질 것만 같다. 다시 의문이 든다. ‘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상주는 마냥 즐거운 곳이 었을까?’
전남 곡성에 내려와서 산지 6년이 되어간다. 이 곳에 논과 산과 강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런 편안함이 모든 이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예전 회사 20대 여성 동료가 떠오른다. 그는 도시 태생이고 농촌살이 프로그램으로 곡성에 내려와 3년 가까이 머물렀다. 마지막에 그는 곡성과 곡성 사람에 분노하며 서울로 올라갔다. 그에게 곡성 사람들은 너무도 가부장적이라 사생활에 제약이 많았고 같이 일하기에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다른 여성 지인도 소문이 날까봐 흡연을 몰래하곤 했다. 여성들에게 소도시 생활은 참으로 힘들어 보였다.
촌촌여전의 저자들이 살고 있는 상주는 달랐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이 지역에서 살아내기 위해 책에 담기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격었던 고통에 가득찬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연대하고 함께 정을 나누며 그 공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것이 여성과 연대의 힘이겠지. 내가 살고 있는 곡성에도 이런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을 만나서 함께 차를 마시고 밥도 먹으며 같이 책도 읽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촌촌여전처럼 사람 향기가 물씬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우리가 이어갈 수 있는 한걸음
배상철
“밥은 쉽게 이야기하면 인仁과 사랑, 자비의 물질적 표현입니다. 땅을 인문화한 것입니다. 모든 문명의 근본인 밥입니다. 그러나 한 번도 우리는 이를 고귀한 그 무엇으로 여겨본 적이 없습니다.” - 168p. 함께하는 공부는 힘이 세다 -
상주함께걷는여성들은 농촌인 듯 도시 같고 도시인 듯 농촌 같은 지역 상주를 지키고 아끼고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 상주 여성 15인의 모임이다. 상주에서 살아가는 15인 여성의 삶은 참 다양하다. 각자 생각하는 고민 지점도 부딪히는 문제의식도 각각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포현한다. 청소년 당사자, 학교 선생님, 여성 농부, 시인, 수필가, 책방지기, 기후활동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공통된 지향점은 ‘상주지역, 상주 여성, 여성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촌촌여전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그런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듯 진솔한 삶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써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자문자답하게 한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경험은 무척 낯설고 부끄러웠지만 모두 따뜻한 응원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다녀간 전시장에는 온기가 묻어있었다.” -110p. 작은 실험의 기록 -
내가 하는 일이 청소년 관련된 일이다 보니 단연 청소년 작가의 글이 다가온다. 하지만, 상주 여성 15인이 상주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새로운 경험과 당황스러움에도 따뜻한 응원의 눈길로 바라볼 수많은 ‘연대’,‘공조’,‘협력’이 함께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너도 한번 이유를 찾아보렴. 네가 부딪히며 갖는 의문들이 모두 네게 가르침을 주고 있잖아. 여태껏 잘 해왔듯이 너답게 아름답게 답을 잘 찾아봐.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너답고 나다운 방법을 각자 찾아내어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계속 이어가 보자!” - 239p. 지금 우리가 걷는 한 걸음 -
그렇게 그저 한 걸음씩 계속 이어가다 보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이 촌촌여전에 담긴 상주 여성 15인의 공통된 믿음일 듯하다.
“너는 열심히 살지 마. 그게 다 골병이다.”
나순결
6월은 [여성성주의가대체무엇이관대]-이하 줄여서 여대무(펠프미)-4주년이 되는 달. 여대무는 여성성주의가 올골찬 책을 읽구 소회를 적구, 달에 한번 모여서 그 적은 소회를 돌아가며 낭독허는 집회다. 4주년을 기념키 위해 경북 상주에 1박2일루다가 놀러가기루 혔다.(이하는 상상력이 만들어 낸 현실 같은 꿈이야기)
6월 21일 떠난다. 매달 세 번째 토욜 장이 서는 백원장(기차가 서지 않는 백원역 마당과 역사에서 열린다)에 일빠따루다가 간다. 달고나 띠기두 허구 물방개경주에 돈두 걸구, 야바위꾼에게 지갑두 쫌 털리구 혀야 마땅허다.
적당히 먹구 마시구 살거 사구 ‘모디’(상주미래교육지원센터 4층에 있는 작은 책방)루 이동혀야지. 김혜련 전사가 추천헌 책 『‘노년: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시몬 드 보부아르 著, 책세상 刊, 2002』이 있으면 구입혀서 바루 읽기 시작!!! 근데 없지 싶다, 워낙 오래전 나온거라. 상호대차혀서 가야지.
설마 김주애시인 시집은 있겄지. 『‘오래된 의자’ 詩와에세이 刊, 2017』
『‘납작한 풍경’ 詩와에세이 刊, 2014』아니면 박형권 시인으 『‘우두커니’실천문학사 刊, 2009』가 있으면 좋겄다. <흙의 이민>을 낭독혀 보는 것두.
싸돌아다녔더니 배가 음청 고프다. 황진영 전사가 운영허는 ‘꾸 살롱드봉강’(상주시 남성동 203-4)에 가서 타바스코쏘스 듬뿍핏짜와 설탕이빠이 콜라, 맛나게 섬기구.
숙소에 짐풀구선 바루 상주시내 밤거리루 돌격!!! 물어물어 질루다가 오래된 막걸리집 진입!!! 황진영 카수 모셔와서 밤시도록 부어라마셔라 노래허자!
담날 일나자마자 서문동 ‘좋아하는서점’ 앞에서 6시간 읽구 쓰기-讀書-큰잔치. 노니-서점 쥔장- 인스타그램 보니까 ‘일요일은 무조건 쉼’이어서 ‘앞에서’다.
뇌를 쉴 틈 주지 않구선 돌렸더니 이번 허기는 다른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밥 묵으러 가야지. ‘청년농부의 표고칼국수’(상주시 낙동면 영남제일로 608)
정숙정 전사으 모친은 꼭 한번 보구 잡다. 그분으 모든 서사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는데. “너는 열심히 살지 마. 그게 다 골병이다.” 친필 받아가 표구 멋들어지게 혀가꾸 설라무네 玉山獄 집들이 때 선물허구 잡다.
“따로 또 함께 빛이 나는”
이은규
삶의 촉촉함과 따뜻함을 기르고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의 숨결이 온전히 느껴진다.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 하지도 흘러 가버린 과거를 붙잡으려 애쓰거나 매몰되지 않고 지금, 여기를 살기 위해 얼마나 무던히도 버티고 살아 냈을까? 글에 스며든 그이들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오롯이 살아내며 발견하고 길러낸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글들은 촌스럽지 않고 너무나 우주적이다.
빛나는 삶이 따로 있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떠받치고 북돋우며 선선한 바람이 통하는 사이로 살아가는 그이들은 따로 또 함께 빛이 난다. 오래된 미래를 촌촌여전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문득 나를 응원하고 싶은 용기가 났다. 나를 응원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은규야 괜찮아 잘 숨 쉬고 있어”. 내가 나를 응원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응원한단 말인가. 촌촌여전 그녀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올 때 그곳 상주에 가만히 다녀오고 싶다. 스윽~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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