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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거울52

<104호> 요가 입문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이렇게까지 몸에 집중했던 적이 있었나? 요즘엔 몸이 주는 신호에 즉각 응답하는 편이다. 몸살 기운이 올라오면 무리하지 않고 곧바로 뜨뜻한 잠자리에 든다. 푹 자고 나면 생기가 살아나고 시야가 선명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수리야 나마스카라(요가에서 태양경배 자세)를 하면 다리 안쪽, 무릎 뒤쪽, 골반 주위, 허리, 어깨 근육들이 쫙 펴지면서 혈액이 쭉쭉 뻗어나간다. 혈관의 가장 끝자리에 위치한 모세혈관은 머리와 내장 생식기에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혈액이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전달되므로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되고, 생식기 기능이 좋아진다. 짝꿍은 작년부터 요가원을 다니며 그 ‘효능’을 몸소 체험했다. 자주 체해서 활명수류의 소화음료를 들고 다니고 병원에도 자주 다녔는데 요가를 다.. 2021. 1. 6.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
<100호> 바람은 아직도 부른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시인은 아직도, 아직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태우는 담배가 늘어나도, 돌벽에 머리를 박고서 애꿎은 민들레 뿌리 뜯어지도록 발길질 하는 날이 많아지더라도, 모락모락 김을 피어올리는 국밥 한 그릇 앞에서 공손한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빌딩을 올리고, 누군가는 빌딩에 세를 내며 일하고, 누군가는 일하고 버린 쓰레기를 담고, 누군가는 그 바닥을 닦지만, 이처럼 불평등한 세상에서 아직, 미치지 않고, 섣불리 화 내지 않고, 무력하게도, 무력하게도 매일 그 고통을 몸에 단단히 새기는 노동자들이다. 잔근육처럼 박힌 애환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이들이다. 그에게 먹이를 챙겨주려 정작 돌보지 못한 자기 몸을 더듬고, 빈 주머니 속을 뒤.. 202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