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찾은 조문객처럼1 <제96호> 빈소에 찾은 조문객처럼 안녕하신지요. 슬픔이 많은 계절입니다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 덕에 소생할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꽃들이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들을 남김없이 써버리는 것처럼, 저 역시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남김없이 쓰리라 생각합니다. 제 앞에 놓여진 비단향꽃무는 우울한 저를 위해 사랑하는 이가 선물해준 것인데, 그 꽃을 전해주는 그녀의 얼굴빛이 저에게는 구원이었습니다. 그 꽃은 그녀를 닮아 꽃잎이 풍성하고 향이 멀리 퍼지고 생명력이 강했습니다. 그녀와 다투고 난 후에 화병에 놓인 꽃을 발견했습니다. 어느새 줄기 끝 물관이 막혀서 꽃은 꽤 말라있었습니다. 꽃을 살짝 건드리니 보라색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꽃잎들은 시들기보다는 그 모양.. 2020. 4.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