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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쏘댕기기/2026년 도시쏘댕기기

아보리스트 이재헌과 함께 참가자 후기(2026 도시쏘댕기기)

by 인권연대 숨 2026. 3. 23.
아보리스트 이재헌과 함께 우암산순환로나무생태탐사

 

박윤준

 

지난 일요일에는 해인과 인권연대 숨 <도시 쏘댕기기>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도시 쏘댕기기는 도시 현장을 직접 찾아 인권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프로그램. 2020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6년 넘게 청주 곳곳을 다닌 셈이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참여했는데 해인이와 단 둘이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라 기대가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해인이와 삼일공원 광장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한창 하다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이번엔 '아보리스트' 이재헌님으로부터 국내 가로수 행정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아보리스트는 클라이밍 장비를 이용해 나무에 직접 매달려 나무를 관리하는 직업이다. 국내에 몇 없는.. 

나무의 생리, 생장을 무시한 채로 전기톱으로 강전정(가지치기를 할 때에 가지를 많이 잘라 내는 일)을 하는 광경을 많은 분들이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2020년 4월 식목일 기념으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KBS스페셜' <서울나무, 파리나무> 편을 보면 파리에서는 아보리스트 "공무원"들이 나무에 매달려 능숙하게 가지치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보리스트들은 국제협회로 연결되어 있는데 해마다 가지치기 '시합' 같은 것을 벌이며 우정과 연대를 다진다고. 재헌님도 말레이시아, 대만, 호주 등등에 있는 아보리스트들과 친교를 맺고 지낸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홛동을 벌이는 아보리스트는 이재헌님이 유일하다고.

삼일공원에서 우암산 둘레길, 수암골 카페거리로 향하는 길에 있는 가로수들은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일부 나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무는 뿌리를 아래로 깊숙이 내리지 않고, 표층에 가까운 깊이에서 멀리 뿌리를 내보내 공기 중 산소와 땅 속 무기 성분들을 흡수한다고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밑둥으로부터 넓게 뿌리들이 뻗어져 있는 것. 하지만 대부분 가로수들은 나무 줄기 주위로 좁은 공간만을 남기고 보도블럭을 깔거나, 우레탄 재질로 포장한 채로 식재된 경우가 많다. 

재헌님은 나무가 동물들과 매우 비슷하게 생명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나무를 포함한 식물도 성장을 하고, 상처난 곳을 자가 치료할 때 등등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이른 바 '식물 호르몬'. 뿌리에 더불어 살아가는 균들은 나무와 나무 간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나무들은 어느 한 부분에 심각한 훼손을 당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을 통해 계속해서 생명을 이어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동물보다 훨씬 더 생명력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지난 1년 사이 우암산 둘레길 주변으로 '청주우드하늘길'이 조성되었는데, 우암산 둘레길에 피어날 벚꽃들을 '관람'하기 좋게 고공 데크길을 설치한 것이다. 고공 데크길을 세우기 위해 둘레길 바깥 경사를 깎아내는 과정에서 잘려나간 나무 뿌리 단면들이 이곳 저곳에서 돌출되어 있었다. 그 비탈면에 새로운 나무들을 가져다가 심기도 하고...

음성군 금왕읍에 '용담산 근린 공원'을 조성한답시고 일단 산을 깎고, 나무를 죄다 베어버린 참상이 떠올랐다. 벌채 업체들만 좋은 일.

'아보리스트'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가 성장시켜야할 직업 중에 하나다.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나무를 돌보고 가꾸는 사람들. 재헌님은 서울환경연합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로수시민연대'와도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보리스트 노동조합을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잘 되지 않는다고.

이름 짓자면 '나무 정치'는 '사회생태적 공공성'이 실현되어야할 부문 중에 하나로 여겨져야한다. 2023년 11월 방영된 KBS <녹색카르텔> 폭로했던 것처럼 산림청과 지자체, 관련 기업들 간의 유착 관계는 오늘날에도 견고하다. 몇몇 논자들과 아보리스트의 활동만으로는 개선될리 만무하다. 나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지금의 체제가 얼마나 이윤 중심적이고, 반기후적인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박승찬

 

우암산 둘레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1년 전에도 이 길을 걸었고, 오늘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 사이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나무는 그대로 서 있었지만,

그 나무를 대하는 행정의 시선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암산은 단순한 산이 아닙니다.

청주시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고,

아이들과 어르신, 가족들이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나무들은

그저 정비 대상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며 이 자리를 지켜온 생명입니다.

 

하지만 오늘 둘레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여전히 나무를 생명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관리의 대상, 제거의 대상, 효율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었습니다.

1년 전에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청주시의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우리는 개발과 정비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쉽게 판단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이제는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만 사는 곳은 아닙니다.

나무가 있어야 도시가 숨을 쉬고,

자연이 있어야 사람이 살아갑니다.

우암산은 청주의 허파입니다.

그 허파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곧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대하느냐와 같습니다.

 

나무를 생명으로 대하는 도시,

자연과 함께 가는 청주,

그 방향으로 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끝까지 고민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유호찬

 

최연소 회원 박해인 과 함께한 도시쏘댕기기.

1년만에 다시 찾은 우암산 둘레길 나무들은 더 쇠약해졌고, 조망할 것 없는 곳에 청주우드하늘길이라는 데트를 만들었다. 근린공원 조성 작업, 폐업한 카페 무덤인 수암골...

삼일공원에 식재된 정이품송 후계목(2013.8.15. 식재)이 단종의 운명이 되지 않기를.

 

이은규

 

3년 째 우암산 순환로 나무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맞다. 벚꽃길로 유명한 그 우암산 순환로.

사람들은 꽃이 필 때 아름답다 칭송을 하지만 나무가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그때 나무의 생장주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가지를 치거나 자르거나 하며 생명을 해친다

나무들은 작년에 비해 더 심각한 상태에 처해져 있었다.

 

청주우드하늘길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가지들이 잘리어지고 뿌리들 또한 잘리어졌다.

꽃을 피운다고 나무가 건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잔가지들이 돋아나고 억지 억지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예산을 들인다고 시민을 위하는 사업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적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암산 조망과 관련없이 지어져 있는 이름부터가 억지스러운 '청주우드하늘길'이라니...

아보리스트 이재헌은 말한다.

"나무도 생명입니다. 우리 사람과 같이 나무도 서로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발 나무를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나무가 살아야
사람이 숨 쉬고
도시가 산다

 

# 사진 : 유호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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