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해외여행
이구원
3월 7일부터 10일까지 3박 4일간 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다녀왔다. 어른이 되어 내 의지로 결정하고 시행한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말로는 맨날 해외 여행을 가고 싶다 했으나 막상 시행에 옮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여행 준비에 필요한 과정들이 너무나 막막했으며 반드시 알아보아야 할 여행지의 장애인 접근성 상황 또한 쉽사리 감이 오지 않았다, 재헌 활동지원사의 제안과 적극적인 지원, 동료 장애인들의 여행 영상 기록이 없었더라면 평생토록 그저 상상 속 여행으로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대만을 가는 여정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사는 지역 청주 공항에도 대만을 가는 항공편은 존재했지만 공항 상황과 소형 항공사의 기종 상태에 따라 탑승을 위한 편의 시설이 미제공될 수 있다는 말을 예약 상담 과정에서 들어 청주 공항은 포기하고 인천 공항에 가서 이용해야 했다. ktx와 공항철도를 타며 상당한 시간이 들었고 대만에 도착해서도 시내의 숙소까지 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녹초가 되어 첫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날은 지하철을 타고 미쉐린에 등재된 유명 맛집을 찾아가 아점으로 우육탕면과 비빔면, 산라탕, 만두, 오이절임 등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지하상가에 식당이 있었음에도 상가 내 엘리베이터가 존재해 식당에 방문할 수 있었고 웨이팅이 있긴 했으나 회전속도가 빨라 예상보다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대만의 유명 디저트인 흑당 밀크티도 즐긴 뒤 2.28 기념관을 갔다. 2.28 사건은 국공 내전에서 패배하고 대만으로 내려와 정권을 잡은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의 부패와 대만 현지인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조사와 정부의 사과가 이루어진 아픈 역사로 우리나라의 제주 4.3사건(항쟁)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셋째 날은 재헌 쌤과 여행에 동행한 재헌 쌤 파트너의 대만 친구들과 함께 했다.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셔서 대만의 다양한 음식들을 먹고 101 전망대에 다녀왔다. 엄청 빠른 엘리베이터와 85층에서 바라보는 도심 풍경이 꽤 볼만하긴 했다. 마지막 날은 이른 시간에 항공편을 잡았기에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한 후 귀국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타이베이는 서울만큼 사람도 많고 복잡하지만 휠체어 이용인이 다니기에는 상대적으로 덜 불편했던 거 같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 간격이 넉넉했고 사람들 역시 다 내리고 탑승하는 게 대부분이라 동선이 겹쳐 충돌할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되었다. 턱이 있는 고속 열차의 경우 리프트를 미리 신청하지 않아도 역무원이 목적지를 물어본 후 열차가 도착하면 경사로를 설치해 주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로 경사로를 설치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열차 출발 최소 10분 전 리프트 신청이 원칙이다 보니 시간적으로 쫒길 때가 종종 있다. 고속열차 탑승 시 장애인 탑승 전용 구간을 정해 놓은 것 역시 열차 이용을 편리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휠체어로 보행을 하기가 편리했다.

물론 대만 역시 가파른 경사나 끊어진 인도가 존재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적었고 기본적으로 보행로 상태가 덜 울퉁불퉁해 휠체어를 오래 타고 다녀도 허리가 덜 아팠다. 보행로도 넓은 편이라 차도로 질주하는 위험을 덜 감수해도 되었다. 물론 당연히 대만에도 여러 한계와 불편한 점이 있다. 지하철 요금에 교통약자에 대한 할인이 따로 없는 듯하며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갈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전담 인력을 배정해 이동하게 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고 자율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었다. 또한 대만 내 활동지원제도가 충분히 제공되고 노동권이 보장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배우고 변화시켜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장애인들이 더 다양한 활동과 경험에 도전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의 지원과 협력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 나의 첫 해외여행에 지원자와 동반자가 되어 준 재헌 쌤과 재헌 쌤의 짝꿍 죠이스님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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