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민언련 사무실은 구도심에 있고 내 집은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에 있다. 내가 다니는 출퇴근길은 청주에 가장 중심 도로이다. 가로수로를 지나 공단오거리 지나 사창사거리, 시계탑사거리, 그리고 청주대교를 지난다. 제법 큰 도로인데 임대 현수막이 나붙어 있는 건물이 한 두개가 아니다. 오래된 건물만이 아니다. 새 건물도 임대 현수막을 단 곳이 많다. 그나마 1층엔 가게들이 문을 열지만 2,3층은 비어있는 경우도 많다. 청주의 중심 도로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체감한다. 화려했던(?) 상권은 왜 무너진 것일까?!
민언련 사무실이 있는 북문로 2가는 구도심 활성화 정책 탓인지 그래도 사정이 낳은 편이다. 이색적인 가게도 늘어나 젊은이들이 찾으니까. 길 정비도 연중행사처럼 하고 있다. 본격적인 도심재생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곳은 슬럼화 돼 대낮에도 찾기가 꺼려진다. 사직동만 그런 게 아니다. 청주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복대동도 아파트 단지 아닌 주택가는 텅 비어 있다. 이곳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몇 년 사이 청주를 둘러싼 외곽에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이 넘쳐나는데도 계속해서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준다. 사람 사는 집이 들어서서는 안 될 듯 싶은 공장근처 산업단지에도 아파트를 짓는다. 공장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청주 테크노폴리스란 산업지구도 개발하면서 아파트를 짓는다. 이 곳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오길 바라는 주민들이 많단다. 그들의 바람은 지난 선거 때 조직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마강래 교수가 지은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책을 보니 이런 현상은 청주에만 나타나는 게 아닌가보다. 지방중소도시들이 대게가 이런 형태로 쇠퇴하고 있다. 마강래 교수는 많은 중소도시들에서 원도심 인구의 감소는 공통적으로 도시 외곽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과 맞물려 나타났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중소도시에서 외곽 택지개발은 건설업자와 부동산 소유주 둘의 합작품인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지역유지인 토호들은 자신들이 가진 대규모 부동산을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을 챙기고 건설업자는 아파트를 분양해 이익을 챙길 수 있었고 잘 팔려나가니 가격도 상승했고 도시 외곽의 아파트는 더 많이 지어졌다는 것이다.(162쪽) 인구가 늘어나 살집이 필요해 외곽에 택지를 개발한 게 아니라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아파트를 짓는 현실이다. 외곽으로 인구가 흩어지면 도시는 감당해야 할 공공기능을 갖추기 위해 세금이 또 들어가기 마련이다.
마강래 교수는 소멸을 앞둔 지방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흩어지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오히려 다시 도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심에다 임대주택을 공급해 흩어진 인구를 모으고, 모든 정책이 도심으로 사람을 모으는데 역점을 두어야 하며 상업기능도 도심으로 집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218쪽) 인구감소와 분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도시 일수록 주거시설, 공공시설, 의료시설, 상업시설, 교통시설 등을 한곳으로 모으는 압축 도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강래 교수는 압축 도시계획이 성공하려면 외곽의 아파트 건설을 못하게 하고 외곽개발로 이익을 보는 이들이 원도심 쇠퇴의 치유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들이 재생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역민의, 지역민에 의한, 지역민을 위한, 마을기업을 육성하거나 지역주민을 고용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유치하거나 키워야 한다는 해법도 내놓는다.
마강래 교수는 지방의 모든 도시들이 수도권만큼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허울뿐인 지역균형발전 주장의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며 진정한 균형발전이란 사는 지역에 관계없이 문화‧ 경제‧의료‧주거‧교육 등의 기회를 고르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질적 발전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책에서 말하는 지방중소도시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감소다. 지방엔 양질의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이들이 떠난다. 지역에 있는 젊은이들은 일자리만 시원찮은 게 아니라 주거도 불안정하다. 월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운 좋게(?) 결혼을 했다고 해도 아이를 낳아 기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지자체는 대기업 유치, 대형쇼핑몰 유치, 고속철도 건설에만 목을 맨다. 이런 게 생겨야 지역이 발전하는 거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들은 애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말하지 않는다. 내 출퇴근길이 점점 황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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