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이색적인(?) 책방을 찾아다니고 있다. 괴산에 있다는 그 유명한 ‘숲속작은책방’에도 다녀왔고, 지난 봄 통영 여행은 ‘봄날의 책방’을 구경하기 위해서 계획하기도 했다. ‘#질문하는 책들’ 밖에는 못 가봤지만 청주에도 독특한 작은 책방들이 하나둘 자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주말엔 세종시 전의면 비암사 근처에 위치한 단비책방이란 곳에 다녀왔다. 주인장 부부는 숲 속에 집을 짓고 책방을 열었다. “나만 알고 싶은 숲속 작은 책방” (주인장이 선택한 광고문구다.) 단비책방은 지난 7월에 문을 열었는데 벌써부터 입소문이 났나보다. SNS만으로 홍보를 한다는데도 알음알음 책방을 찾아오는 이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도심과 외따로이 떨어져있는 전원주택에 자리한 작은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신기했다.
청주에 살다 이 곳으로 옮겨왔다는 단비 책방 주인 부부는 책방을 계획하고 풍경 좋은 시골에 집을 지었으며 마당엔 좋아하는 꽃을 가득 심었단다. 단비 책방 주인은 자신은 꽃과 책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두 가지를 다 즐길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며 웃었다. 정말 그의 모습엔 여유와 열정이 뚝뚝 묻어났다.
단비 책방은 소박했다. 문학, 살림, 가드닝 등 주인장의 취미를 반영한 서가와 여러 종류의 독립출판 책들로 채워졌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독립출판 책들을 살펴보니 참 다양했다. 책 판형도 소재도 주제도 자유롭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단비책방 주인은 묻지도 않았는데 독립출판 책을 펴내는 작가들과 독자들을 잇는 역할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마침 우리가 책방을 찾았던 때에도 세종시에 사는 그림책 작가가 직접 책을 갖고 왔다. 단비책방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 입고된 책이 다 팔려 새롭게 입고하는 거란다. 독립출판 책들을 펴내는 작가와 이를 파는 책방과 책방 주인을 만나니 뭔가 색달랐다. 말로만 듣던 독립
출판의 한 과정을 이렇게 보는구나 싶었다.
그날 단비 책방에서 내가 구입한 책은 <탐방서점>과 <독립출판 1인5역>이다. (책 제목에서 눈치들 채셨겠지만) 대체 독립출판이 뭐길래 하는 호기심과 가보진 못했지만 이런저런 책방 이야기가 궁금해 집어든 책들이다. 두 책 모두 인터뷰 모음집이다. 독립출판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서점을 찾아가 서점 주인과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독립출판 작가들은 단순히 글만 쓰지 않는다. 책을 기획하고 글을 쓰고 디자인과 인쇄를 직접 알아보고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직접 만들어 제본까지 하는 경우도 있단다) 자신의 책을 입고해 달라 전국 서점에 입고 요청서를 보내고 SNS를 이용해 홍보하는 등 출판에서 판매 유통까지를 작가 스스로 다 해내는 방식이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움이 가득할 것만 같다. 그래서 <독립출판 1인5역> 같은 책이 나오는 모양이다. 독립출판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꽤나 유용할 듯 싶다.
독립출판 작가들과의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공통적으로 독립출판의 매력을 묻는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장소이자 물건이자 통로죠”, “일상이 새삼 특별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는 것”, “평등하게 독자와의 소통을 기대할 수 있는 …”,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정형화 되지 않은 게…”, “자기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내는 게…”, “실물로 봐야 온전히 알 수 있다는 게…”, “상업적인 제약 없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주제로,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좋아요”
책속의 독립출판 작가들이 말하는 독립출판의 매력이다. 핵심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 같아 보인다. <독립출판 1인 5역>을 펴낸 작가들이 프롤로그에서 한 이야기도 이게 핵심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길 바란다며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단비책방에서 독립출판 책들을 한참 구경하던 남편은 내게 “당신도 콘텐츠가 많지 않아, 독립출판은 당신이 해야 할 거 같은데… ”라며 거들었다. 구경삼아 찾아간 책방에서 오래된 내 꿈을 마주했다. 아직 마저 다 읽지 못했는데 <탐방서점>을 읽고 나면 책방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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