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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제75호>나는 어떤 메신저인가, 메시지를 생각하다_이수희(회원,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15.

예전에 즐겨듣던 팟캐스트에서 정치 분석을 하는 패널에게 푹 빠졌더랬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분석해 정치 분석을 했는데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나는 트위터 언급량을 분석해 저런 해석을 내놓다니 대체 어떻게 분석하는 걸까 궁금해 하며 귀 기울이곤 했다. 한참 잘 들었는데 어느 날부터 목소릴 들을 수 없었다. 참 아쉬웠다. 그 후로 한참이나 지나 페이스북에서 그를 발견해 팬심을 담아 친구 신청을 했다. 페친이 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메시지가 미디어다>라는 책을 낸 걸 알게 됐다. 너무나 궁금했다. 특히 제목에 끌렸다. 미디어가 메시지가 아니라 메시지가 미디어라니! 그는 메시지 기획, 소셜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하는 정치커뮤니케이션 회사 스토리닷 유승찬 대표이다.

 

책은 금방 읽었다. 최근 상황들과 지난 대선 이야기가 담긴 따끈따끈한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저자는 스마트폰 시대의 미디어 권력이 이제 기존 미디어가 아니라 메시지를 가진 시민에게 넘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메시지는 정치인들에게도 꼭 필요하겠지만 활동가인 내게도 절실하다.

나는 시민단체에서 일한다. 시민단체의 일이 바로 메시지를 만들고 그 메시지로 하여금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거다. 뜻을 같이하고 기부를 약속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까지 참으로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성공적이진 않은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성공적인 메신저인가를 생각해봤다. 충북민언련 활동가인 내가 만들어내는 메시지의 주제는 지역언론의 필요성이다. 나는 매일 아침 충북지역 일간지를 대상으로 일간뉴스 브리핑을 만든다. 내가 지역일간 뉴스브리핑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 단체의 목표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지역언론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외쳐도 사람들에게 가닿지 않았다.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지역언론을 아예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역언론을, 지역뉴스를 보게 할 방법이 필요해 뉴스브리핑을 만들었다. 뉴스브리핑은 지역언론개혁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실천할 작지만 큰 무기라고 생각했다.

 

충북뉴스브리핑이 만들어진지 십년이 다되어간다. 미디어의 변화와 함께 충북뉴스브리핑도 플랫폼의 변화를 겪었다. 처음 시작한 2009년만 해도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게 전부였다. 그 다음엔 블로그를 만들어 포털에 노출을 많이 시키려는 전략을 썼고, 그 다음엔 페이스북에 둥지를 틀었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좋아요라는 반응은 지금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만이 아니라 밴드, 카카오톡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 단체 회원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충북뉴스브리핑을 전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접한다. “지역뉴스를 보니까 좋더라, 몰랐던 걸 알게 됐다, 고맙다라는 말을 들으니 활동하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반응이 나쁘진 않지만 나는 성공적인 메신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뭔가 더디기만 한 듯 해 답답할 때도 있다. 폭발적인 반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건 아닌 듯 싶어서 그렇다.

 

유승찬 대표는 메시지만 훌륭하다면 메신저가 메신저의 삶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연결되기만 한다면 미디어 형식과 관계없이 메시지는 퍼져나간다고 했다. 유승찬 대표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메시지는 메신저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며 메신저의 삶이 가치 있고 그것이 메시지가 된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미디어가 된다고 강조한다. 좋은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야한다고, 좋은 삶이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용기를 통해 실현된다고도 했다.

 

좋은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 책 <메시지가 미디어다>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일상을 끝없이 드러내는 이들이 읽으면 왠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 나도 좀 더 용기를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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