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때마다 민언련은 선거보도 모니터 때문에 바빠진다. 이번엔 내 몸과 마음에 탈이 났다. 좀 고달팠다. 양적분석을 하느라 눈이 빠지게 보도량을 체크하는 것도 고달팠지만 내가 쓴 보고서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다, 언론에 대해서 잘 모른다”라고 대놓고 욕을 먹으니 몹시 불쾌했다. (아니, 감히 내 보고서를 놓고 평가하다니! 이런 교만이 내게 자리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화끈거려 죽는 줄 알았다.) . 나는 왜 그리 기분이 나빴을까. 나도 매일 매일 여러 언론보도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하면서 왜 비판 받는 일에는 이리 마음을 상했을까. 좀 억울했나보다.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지 않고 여전히 무시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자격지심인가?!)
지역언론, 내가 지난 15년을 매달려온 화두이다. 충북민언련 활동가로 살아온 게 15년이다. 지난 시간동안 내가 줄기차게 외쳐왔던 건 “지역언론이 중요하다, 필요하다”였다. 그런데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지역언론에 몸담고 있는 이들조차 민언련 활동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이 쉽게 하는 말이 언론을 잘 모르면서 얘기하지 말라는 거다. 이럴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나는 아침마다 지역신문을 보고 뉴스를 간추린다. 오늘 꼭 알아야 할 뉴스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늘 지역언론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정작 내 주변 사람들은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더라. 그래서 언론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꼭 알아야 할 지역 뉴스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충북뉴스브리핑>이고 벌써 9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처음엔 누가 볼까 싶었는데 이제는 충북민언련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고 SNS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빼놓지 않고 듣는 이야기가 바로 지역뉴스를 알게 돼서 고맙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뉴스의 시대,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지만 정작 지역 소식은 모르고 살아가는 게 우리들 아니었던가. 지역언론을 연구하는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는 『지역사회와 언론』이라는 책에서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지역 언론의 부재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바로 지역주민들이다. 생활지역에서 발생하는 뉴스와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는 등잔 밑이 어두운 봉건시대적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지역사회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고, 자기 지역에 혐오시설이 들어설 때처럼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고는 대부분 지역사회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게 된다” (36쪽)
지역사회에 대한 지역주민의 무관심이 가장 심각하게 느껴지는 때가 바로 지방선거이다. 도지사나 시장 정도는 그래도 이름이라도 한 번 들어봤지만 기초의원은 누군지도 모른 채 찍어야만 하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았나. 지역언론을 통해 지역정치인들의 활약상이나 평가를 평소에 제대로 했다면 지방자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 중요한건 선거 때 지역의 정책을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민언련에서는 선거 때마다 언론에 정책을 중심으로 유권자를 위한 보도를 하라고 주문하지만 늘 크게 달라지지 않는 선거보도를 보게 된다. 그러니 지방자치가 잘 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지역언론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단위의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언론이 우선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간 격차해소나 지방분권도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해야 실현가능해진다. 지역주민의 여론과 역량을 결집하지 못하는 지역사회가 공동체로서 발전할 수는 없다. 건강한 지역언론은 자치와 분권의 선행조건이자 필수조건이다.” (88쪽)
내가 더 이상 한숨만 쉬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건강한 지역언론을 만드는 일에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또 다시 뚜벅 뚜벅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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