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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제73호> 언론의 연대가 언론자유를 지킬 수 있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1.

“1971, 뉴욕 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특종 보도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고,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톰 행크스)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정부 기밀문서를 손에 쥔 ’(톰 행크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 영화 <더포스트> 줄거리 소개.

영화 <더 포스트>를 봤다. 영화 줄거리에서 소개한 대로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를 언론이 폭로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언론 관련 이야기인지라 여러 대목에서 곱씹을만한 부분이 많았다.

 

첫째 바로 언론사 사주도 언론에 대한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워낙 한국 사회의 왜곡된 언론사주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캐서린은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인 그는 남편이 죽자 회사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이사들은 그를 없는 사람취급하며 그를 좌지우지할 궁리만 하는 듯 보인다. 영화 초반부에 캐서린은 유약해 보이기만 하고 귀부인 같은 느낌을 줄 뿐이지 신문 발행인으로서의 모습을 연상시키지는 않았지만 캐서린은 뉴스가 무엇인지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주였다. 기자의 수준이 수익과 연결된다며 훌륭한 기자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이다. 편집장 벤을 사주라는 이유로 억누르지 않으며 끝까지 그와 대화하고 존중하는 모습도 좋았다. 캐서린이 남편이 기사를 두고 역사의 초고라 말했다며 편집장 벤에게 말하는 장면은 캐서린이 처음부터 언론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준비된 발행인이라는 걸 짐작케 해준다.

 

두 번째, “신문을 발행해야 신문을 유지할 수 있다”. 영화 속 편집장 벤이 하는 말이다.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보도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는 거다. 베트남 전쟁을 하면서 국민들을 속여 온 정부를 고발하는 펜타곤 문서를 입수한 벤과 기자들은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펜타곤 문서가 보도될 경우 빚어질 수많은 위험요소 앞에서 사주와 경영진은 갈등하지만 캐서린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신문 발행을 지시했다. 펜타곤 문서는 사실 뉴욕타임스의 특종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가처분 신청이 내려지자 특종을 놓쳤던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에게도 기회가 왔다. 미국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국가 기밀을 누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허락한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그 결정에 환호하던 영화 속 워싱턴포스트 편집국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세 번째, 언론의 연대가 언론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펜타곤 문서를 보도로 정부의 압박과 투자자들의 위협을 감수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지만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외침과 다른 신문들의 펜타곤 문서 관련 보도가 위험에 처한 그들을 고립시키지 않았다.

펜타곤 문서를 보도하고 나서 불안해하던 캐서린 앞에 펜타곤 문서를 보도한 각 지역 신문들이 차례차례 놓이던 그 장면도 참 좋았다. 특히 이 대목에선 현재의 한국 언론 상황이 더 겹쳐졌다. MBC가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장충기 문자를 보도했을 때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는 대다수 언론들이 떠올랐다. 삼성이 MBC 광고를 끊겠다고 했다는데, 만일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장충기 문자를 보도하며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보도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언론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한다.” 당연한 이 명제에 새삼 더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언론의 현실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더포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우리 현실에 비춘다면 어쩌면 판타지에 더 가까운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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