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이하 우병우) 팔짱을 끼고 웃으며 여유롭게 앉아 있고 검찰 관계자들이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서 있는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한 장의 사진이 우병우의 현재적 지위가 어떠한지를 설명해준다.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틴 이유를 알게 해 준 사진이다. 우병우, 그는 검사 출신이다. 승승장구하던 아주 잘나가는 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다. 검찰은 스스로를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라고 한단다. 젊은 나이에도 “영감님” 소리를 듣는 검사들, 그들은 대체 어떤 이들일까. 검사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대체 왜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이렇게 많고, 주요 요직에 검사 출신들이 자리하는 것일까. 궁금해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펼쳐 든 책이 바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이다. 이 책은 사실 선물 받았는데 읽지 않고 사무실 책장에 처박아 뒀던 책이다. 때가 때인지라 다시 읽게 됐다. 이 책은 인권연대가 검찰 문제를 제기하면서 했던 강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검찰의 가장 큰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막강한 권력이란다. 무소불위의 권력 즉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집단을 일컬어 흔히 00 공화국 이렇게 표현하는데 아마도 한국사회에서는 삼성과 검찰만이 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검찰공화국, 그렇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검찰에 신뢰도는 바닥이다.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검찰 아니던가. 이 책에서는 검찰의 역사와 현주소를 통해 검찰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촉구한다. 왜 그리 검찰이 정치적 집단이 됐는지도 설명한다. “검사 자체를 천직으로 생각하기보다 검사로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더 높은 출세를 지향하는 정치 지향적인 검사들이 검찰 조직을 장악할 때 검찰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집권세력에게만 유리한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출세를 거듭하는 검사들, 검찰 조직을 특정 정치 세력의 것으로 사유화하려는 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영향력 행사로 인해 검찰권 행사의 도덕성은 끝을 모를 지경으로 추락하고 있다.(155쪽)”
검찰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 국민들을 탄압한다. 책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더 노골적으로 특권적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공익의 대표자로서 임무를 저버린 사례가 많다고 꼬집는다. 대표적인 사건을 꼽자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미네르바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 때 언론장악에도 검찰이 앞장섰다.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했고, 광우병의 진실을 보도한 MBC PD 수첩 피디들을 기소했다. 두 공영방송을 뒤흔들었고, 미네르바 사건으로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협했다. 결국 혐의 없음이 인정됐지만 우리 언론 환경은 나빠졌고, 사람들은 스스로 검열에 나섰으니 검찰에 정치적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정말 검찰은 대단하다(!) 당시 참여연대는 권한을 남용하고 공익의 대표자로서 소임을 다하지 않았던 사례가 매우 많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며 잊어서는 안 될 검사 명단을 발표했다. (151쪽) 이 명단에 지금 검찰 총장인 김수남, 민정수석인 최재경, 그리고 우병우가 들어있다.
책에서는 검찰이 개혁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담았다. 검찰을 개혁하려면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검찰은 본래의 기능 즉 권력 감시하고 부패를 통제하는 기관으로 공익적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위계적 관료적 질서를 강요하는 조직에서 민주적, 자율적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민의 참여와 감시도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말을 했다. (민언련에서는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주장한다. 검찰과 언론만 바로 서도 나라꼴이 이지경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실제 검찰 개혁을 위해서 한 일은 없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나섰지만 성과 없이 검찰과 끝없이 갈등했고 끝내 검찰에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 20일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피의자가 되었지만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도 못하고 특검을 하게 생겼다. 검찰이 제대로 못하니 번번이 특검이 필요한 세상이다.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별칭에서 이제 검찰도 벗어나야 하질 않나. 창호지로 창문을 가릴 게 아니라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검찰은 우병우 손에 장악되었다는 사람들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길 바란다. 책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푸념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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