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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58호> 비슷해야 차이를 느낄 수 있다_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23.

비슷해야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한국과 중국·일본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라고 하면 다들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사실 서양인들은 세 나라 사람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심지어 뭉뚱그려 지칭하기도 하지만, 여러분은 한국이 중국·일본과 무엇이 다른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아주 길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 예를 들어 탄자니아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라고 하면 대부분 몇 마디 못하고 말문이 막힐 것입니다. 그 나라에 대해선 아는 것도 많지 않고 또 접할 기회도 적기 때문입니다. 다르기로 따지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훨씬 더 하겠지만, 너무 다르면 오히려 차이점을 느낄 수 없습니다.

과연 다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노란 바나나와 노란 우산 노란 바나나와 빨간 사과!

한국 남자와 한국 여자 한국 남자와 중국 남자!

어느 쪽이 더 많이 다를까요? 그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릅니다.

 

원래 갈등이 많았던 나라였지만 작년 연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로 우리 사회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수구꼴통같고,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종북좌빨같고우린 너네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박근혜,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만든 사회·문화·정치·경제 속에서 탄생한 인물들입니다.

반대말이란 것은 잘 생각해보면 신기한 개념입니다. 왜 엄마의 반대말은 할머니도 이모도 여동생도 아닌, 아빠일까요? 그리고 동물의 반대말은 식물인데, 고양이나 소나무의 반대말은 없는 걸까요? 반대되는 대상이 존재하려면 딱 하나만 다르고 나머진 모두 같아야 합니다. , 반대말이 있다는 것은 그 둘은 그만큼 비슷하단 뜻입니다. 내 반대편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면,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보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수구꼴통이라 욕하는 사람들 중엔 과거에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나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만만하지 마세요. 나도 언제 저렇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송곳이란 웹툰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사람은 환경이 달라지고 세월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입니다.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입니다. 또한 초심이라 것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진보를 외치다 수구세력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수구세력이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초심을 잘 유지한다고 칭송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옳았지만 환경과 세월이 달라지면 처음 품었던 생각과 원칙이 틀린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이병관이나 이은규라는 사람의 반대말은 없습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나와 다릅니다. 하지만 차이를 많이 느끼면 느낄수록, 내 반대편 저 멀리 있다고 느낄수록, 그 사람은 나와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너무 다르면 차이를 느낄 수조차 없습니다.

2017년은 차이를 분노가 아닌 포용으로 받아들이는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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