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사람들이 잠든 사이, 조용히 내린 창밖 새하얀 눈을 보면서 마음에 고요함과 함께 한 귀퉁이 어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보고, 듣게 된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참으로 돈 앞에서 법도 무용지물인가? 매일 상식밖에 일들이 쏟아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더디 가는 시간을 미워하면서 내 맘 한켠에 어두운 원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느낀다.
최근 사람들의 일상에 빠지지 않는 나라걱정(?) 오늘은 또 어떤 상식 밖의 일들이 나올지,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터지기 일보직전인 분노는 어찌 추슬러야 할지, 이렇게 끝도 없는 고민과 걱정을 하다보면 물에 젖은 솜처럼 몸도 마음도 가눌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다. 한 없이 끌려들어가는 수렁처럼 허우적거리면 더 깊게 끌려들어간다. 그렇게 지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그들은 사람들이 지쳐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던 국회의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도 당당하기 그지없는 뻔뻔한 기업인, 그런 기업인을 구속을 해야 할지 모셔야 할지를 고민하는 검사들을 보면서 참 힘 빠지고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렇게 상식 밖의 일로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힘 빠지게 하는 일들은 아직도 더 많을 것이다.
우리가 아니 내가 지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답은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장애운동이다. 장애인 인권, 장애운동을 함께 고민하고 시작한지도 어느덧 8년이 되어간다. 처음 시작은 열 손가락에도 채워지지 않는 장애당사자들이 만나서 서로가 힘들고 아픈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간절함을 모아 시작하였다. 누구의 도움도 없었고 어떠한 재원도, 사무실도 없이, 살고 있던 방 한 칸을 비워 사무실로 삼았고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8년이 지난 지금은 하나, 둘 중증의 장애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그 숫자로만 본다면 미약하다. 하지만 중증의 장애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에는 수많은 좌절과 분노, 그리고 기나긴 시간들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충실 한다면 그들이 그 어떠한 상식 밖에 일을 한다고 해도 지치지 않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칠 수 없도록 매주 꺼지지 않는 광화문의 촛불과 지역의 촛불이 그러하고 잊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세월호의 촛불, 백남기 농민의 촛불이 꺼지지 않음에 지치지 않고 꼭 진실을 밝힐 것이다. 각자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함께 하는 연대를 지지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우리는 지치지 않을 것이다. 노래가사 말처럼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듯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곧 우리 곁에 따스한 온기를 품고 찾아올 봄, 그 화사하고 따뜻한 봄날에 사람들과 함께 진실의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믿어봅니다.
매달 어떤 이야기로 소통을 할지 고민을 했던 ‘숨’에서 1년은 제 내면의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미약한 글을 실어주시어 감사드리고 읽어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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