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포털 중심의 뉴스유통구조에서 지역언론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충청언론학회 세미나가 열려 토론자로 참여했다. 지역언론 관련 토론회는 지역언론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언론이 중요하니 지원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번엔 네이버가 지역언론을 모바일 검색 설정에서 아예 빼버렸기에 이전과 달리 더욱 위기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민언련 활동가로 산지 15년, 지난 15년간 늘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지역언론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해왔고 지역언론에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요즘은 회의감에 자괴감까지 …. 한마디로 괴롭다.
지역언론 사정이 나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치단체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자치단체가 주는 보도자료를 받아 신문을 만들고, 자치단체에서 주는 밥을 얻어먹는다. 사주를 위해서 사업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을 휘두르고 여론을 호도하기도 한다. 도시공원 민간개발, 고속터미널 현대화 사업 등 지역언론 사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업들이나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개발 등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언론은 적극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다.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아 없는 일처럼 여기거나 시 입장만 대변하면서 반대여론을 깎아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언론은 시민을 대변하지 않고,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 지역언론은 시민의 편에서, 시민을 위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지도 모른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니 지역에 민주주의도 설자리가 없다.
한마디로 지금은 저널리즘의 위기다. (아니 지역에 저널리즘이 있기는 한가?!) 저널리즘의 위기는 민주주의를 침몰시켰다. 지역에 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있는 건가? 선출직 단체장은 지역민의 요구를 무시하기 일쑤이고, 시민을 대변하라고 뽑아놓은 의회는 무기력할 뿐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대안은 없는 것일까.
지난 4월 강준만 교수는 한겨레 칼럼 <민원해결 저널리즘을 위하여>에서 민원해결 저널리즘을 제안한 바 있다. 민원해결 저널리즘 혹은 솔루션 저널리즘이 지금 지역에 필요하다는 예기다.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자는 거다. 강준만 교수는 “사사로운 민원이 아니라, 공적 성격을 갖는 민원 해결에 지역언론이 앞장섬으로써 생활밀착형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동시에 지역민의 신뢰를 얻어 지역 발전의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내자”고 했다.
우리 지역 현실을 보자니 민원해결 저널리즘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강준만 교수는 이 글에서 기자들은 기존의 권력자 모델에서 새로운 봉사자 모델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 모델을 말하는 듯하다. 시민공동체가 아니라 지역 토호세력이나 기득권층의 봉사자 노릇을 하는 기자들 아닌가.
저널리즘의 위기를 말하면서 지혜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뉴욕대 아서카터연구소 저널리즘 담당 미첼 스티븐스 교수는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에서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첼 스티븐스는 누가 어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단순히 전달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을 정기적으로 해내는 저널리즘을 갈망하자고 요구한다. 전통 저널리스트들의 사고방식을 바꿔 사실을 수집하는 대신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 대신 독창적인 관점이 기사의 핵심 부분이 될 수 있게, 세계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저널리즘이 이젠 필요하다는 거다.
솔루션 저널리즘, 민원해결 저널리즘, 지혜의 저널리즘 모두 꿈같은 이야기들이다. 나는 이날 세미나에서 충북지역에 사정을 이야기하며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보다 지역언론의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려면 다시 저널리즘의 원칙을, 언론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있는 사실 그대로만 전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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