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생각보다 괜찮다. 세상이 끔찍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침팬지만큼도 세상을 모르는 것이다. 당신이 세상이 괜찮지 않다고 여기는 이유는 언론과 활동가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세상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괜찮은 이유, 우리가 세상을 바로 보는 아니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 <팩트풀니스>의 주장이다.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되나, 세계 인구 다수는 어디에 살까,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대수명은? 아동인구는? 어떤 인구층이 늘어날까? 자연재해 사망자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앞으로 100년 동안 평균기온 변화를 어떻게 예상할까? 책 첫 부분에는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문제들이 제시돼 있다. 총 13개 문제였는데 10점은커녕 5점도 간신히 얻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세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침팬지도 33%의 답을 맞히는 확률을 보였다는데, 매일같이 뉴스를 본다면서도 세계를 잘못 이해했다니 저자의 주장이 맞는지를 따져보고 싶었다.
저자 한스로슬링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오해하고 있는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침팬지보다도 못한지, 왜 사람들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세계관이 자리잡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저자는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하기에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고. 사실에 근거한 (사실충실성 바로 팩트풀니스) 세계관을 갖는 방법, 즉 세상을 바로 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왜 그토록 우리가 세계를 잘못이해하고 있는지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잘못된 점을 경계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첫 번째 간극본능, 현실은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간극의 차이가 크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세계에서 9%가 저소득 국가에서 사는데 훨씬 많은 비율로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현실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평균비교와 극단비교를 조심하라는 게 저자의 충고다. 두 번째는 부정본능, 극빈층을 예로 들면 극빈층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명확한 자료가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나쁠 수도 있지만 많이 나아졌는데도 세상이 나쁘다고 여긴다. 저자는 부정본능이 많아진 이유로 부정적인 면만 보도하는 언론 문제를 꼽았다.
세 번째 경계할 것은 직선본능이다. 그래프 상에서 모든 수치가 증가할 것이란 착각을 버려야 한다. 네 번째는 공포본능, 오늘날은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살고 있고 갈등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저하게 줄었는데도 공포감 때문에 더 위험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크기본능,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서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으니 비교하고 나눠보라는 조언이다. 여섯 번째는 일반화 본능, 사람들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성향이 있다며 집단내 차이점을, 집단 간 유사점을 찾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일곱 번째는 운명 본능, 더디지만 변화는 계속 되고 있는데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덟 번째는 단일관점 본능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단점을 꼽는다. 전문가는 자기분야만 말하고 활동가는 자신이 몰두하는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다. 세계를 이해하려면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홉 번째는 비난 본능이다. 문제가 생기면 악당을 찾지 말고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데 힘을 쏟으라는 조언이다. 열 번째는 다급함 본능,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무언가가 다급하고 중요하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충고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흔하게 저지르는 열가지 본능을 잘 억제한다면 팩트풀니스, 사실충실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본능을 자극할 때도 그 사실을 눈치 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려서부터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꿀 수 있는 겸손과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는 호기심에서 길러진다는 주장이다.
세계를 오해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내내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던 저자는 언론인이나 활동가들에 대해서 극적인 세계관의 피해자일 뿐이라며 정기적으로 세계관을 점검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며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라고 충고한다. 늘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류투성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책 <팩트풀니스>! 세상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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