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기자 질문 수준”, “한국언론사망” 이런 검색어 실검 1위를 차지하는 요즘 세태, 저널리즘의 미래, 아니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미디어오늘 주최 컨퍼런스 ‘저널리즘의 미래’, 벌써 세 번째로 참여다. 컨퍼런스는 보통 3일간 열리는데 하루만 참여했다. 마침 내가 참여한 날에 주제는 바로 “진짜 이야기”이다. 진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진짜 이야기는
박상현 미디어칼럼니스트는 키노트 강연 주제는 <진짜 이야기의 조건>에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스토리텔링의 진화,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끌어내는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박상현 칼럼니스트는 저널리즘에서의 속보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저널리즘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늘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많은 뉴스가 쏟아져도 끝까지 읽게 되는 뉴스는 그리 많지 않다. “운전을 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을 만큼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생산해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호기심을 충족하는 취재에 있다고 했다.
질문이 좋아야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호기심을 충족하는 취재, 진짜 이야기를 찾기 위한 노력은 시사인 천관율 기자의 강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천관율 기자는 시사인이 보도한 <20대 남자 현상> 보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대표적 그룹, 페미니즘에 강한 저항감을 보이는 그룹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20대 남자들 이른바 20대 남자를 설명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데이터가 없었기에 데이터부터 만들어야 했다고 천관율 기자는 말했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208개의 문항이 담긴 초대형 여론조사를 기획했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해석해나가며 질문하고 그 결과 특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천관율 기자는 질문이 좋아질수록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진짜 이야기를 써낸 기자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탐사보도를 훌륭하게 해낸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서 요양원에 취업해 돌봄 노동의 실태를 고발한 한겨레 권지담 기자, 쪽방촌의 소유주들을 추적한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 간병살인과 안락사 조력 자살 사례를 찾아내 보도한 서울신문 탐사보도팀의 이성원 기자의 취재후기를 들었다. 세 기자 모두 현장에서 질문을 갖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사례를 찾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몸으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뻔한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는 주제를 탄탄한 취재의 힘으로,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는 이런 보도들은 우리가 잘 몰랐던 세계에 대해 알게 해주고,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줘 사회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의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짜 이야기를 쓰는 기자들이 많아진다면 한국 언론의 현실은 달라질까.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수많은 언론보도들을 보면서 검찰 개혁만이 아니라 언론개혁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조국을 무조건 까거나 비호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취재를 성실히 하고 팩트를 검증하고 분석하고 맥락을 설명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언론이 했다면 좀 다르지 않았을까. 개혁 이전에 언론이 진짜 이야기를 저널리즘의 본령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어땠을까.
저널리즘의 미래를 찾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도 대한민국 저널리즘에 미래가 있을까 싶어 답답하기만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진짜 이야기를 쓰다>라는 책도 선물 받았다. 하버드 대학 니먼재단에서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를 담은 책이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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