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전북민언련은 12월 창립기념 행사로 ‘매체환경 변화와 지역시민언론운동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전국에 지역민언련 활동가들도 토론회에 참여하기로 해 발제를 요청받았다. 마침 충북NGO센터도 오는 26일 ‘충북지역의 시민운동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며 참여 요청을 해왔다. 외부에서 요청도 받았지만 ‘이제 뭔가 좀 바꿔봐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올해 내내 해왔던 터라 이 기회에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쉽게 써지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
11월26일이면 충북민언련도 벌써 창립 16주년이다. 지역언론 활성화와 지역언론 개혁을 위해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16년이다. 나는 지난 16년 동안 지역언론이 중요하다고,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매일 아침 지역일간지를 모니터링 해 <충북뉴스브리핑>을 만들고, 매주 방송 보도를 모니터링 해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선정하고, 뉴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겠다며 취재에 나서고 사람들을 만나고 언론문제를 알려내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지역언론에 관심이 없고, 지역언론은 변화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지역언론이 정말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나? 지역주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지역주민을 대변하고 있는 건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가 지난 해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엮어 펴낸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한국의 언론과 언론 운동 성찰>이라는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민언련 대표인 세명대 정연우 교수의 글 ‘한국 시민언론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정연우 교수는 시민언론운동이 민주적 공론장을 매개하는 공정한 언론구조, 여론 다양성을 지향해 주류 미디어의 저널리즘에 집중해왔다며 주류언론의 보도, 정치적 독립, 공정성 등에 집중해왔다고 말한다. 언론 시민단체는 시민들을 대의해 주류언론을 감시‧ 비판하며 시민들의 언론 주권을 찾으려는 운동을 펼쳐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로 기존 운동의 형태로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지역에서는 지역언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지역언론 활성화를 주장해왔고, 지역언론이 어려우니 지원할 수 있는 법 체계를 마련하자고 적극 나섰다. 이런 활동 외에도 지역언론의 관행을 개혁할 것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앞으로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지역언론에 대한 변화를 기대한 건 무리였다는 생각도 한다. 나름 최적화된 방법으로 겨우 생존하는 이들에게 혁신을 요구하는 게 가당찮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다.
정연우 교수가 제시하는 시민언론운동의 방향은 여섯 가지다. 첫째 합리적인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 언론노조, 언론단체 등 사회적 힘을 결집하는 새로운 연대방식을 모색하기, 둘째 시민들이 운동의 의제와 활동방식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셋째 언론 핵심 문제를 시의성 있게 발굴하고 사회적 의제로 확산할 방법 찾기, 넷째 전통적인 미디어에 대한 견제와 감시, 정책과 제도의 제안을 넘어서서 언론운동 외연을 확장하기, 다섯째 콘텐츠 생산 운동까지 운동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공론장 모색하기, 마지막은 시민 생활 속의 풀뿌리 미디어 운동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연대하는 방법이다. 최근에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동체 운동이 일어나고 주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소통의 중심 매개체로 마을미디어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주민들이 실질적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으니 이제 시민언론운동도 이들과 연대하면서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써놓고 보니 새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지금껏 해오고 있거나 해봤거나 하려다 말았던 활동들이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건 조직이나 활동가인 내 역량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에 다다르니 더 답답해진다. 지역시민언론운동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니 활동가로서의 내 문제에 다다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름 혼자서도 잘 버텨왔다고 자부했는데…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고민하는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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