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는 정말 깜짝 놀랄만한 발견이었다. 대학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매달 1만원을 내는 구독자를 모아 하루 한편씩 에세이를 메일로 보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하는 이슬아 작가의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았다. 그러다가 미디어오늘 컨퍼런스에 나선 이슬아 작가 얘기를 듣고는 호기심이 더해졌다.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이슬아 작가의 매력은 컨퍼런스 무대를 압도할 만큼 충분했다. 올해 4월 <일간 이슬아> 시즌2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1만원을 내고 구독했다. 거의 자정쯤 메일이 도착했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나는 늘 이튿날 아침에 <일간 이슬아>의 어제 이야기를 읽었다. <일간 이슬아>의 글은 1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읽기 좋았다.
스스로를 연재노동자라 칭한 이슬아 작가는 “날마다 쓰고 싶은 수필을 썼다고, 잘 쓴 날도 못 쓴 날도 있었고 잘 쓰나 못 쓰나 쓰는 동안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일간 이슬아>를 통해서 학자금 대출도 다 갚았고 좋은 평가를 받아 꽤 유명해졌다. 등단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는 이슬아 작가는 그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독립출판사 대표가 돼 요즘은 독립출판업자 혹은 가내수공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단다. 이슬아 작가는 이제 신문에도 칼럼을 쓰고 거의 매일같이 강연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쁜 유명인이 됐다.
나는 겨우 한 달 <일간 이슬아>를 구독했다. 책으로 묶여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에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렸던 책이 바로 이슬아 산문집 <심신 단련>이다. <심신 단련>에는 <일간 이슬아>에 연재했던 글을 비롯해 다른 매체에 썼던 글들이 실렸다. 특히 이슬아 작가가 출판사 대표가 돼 일하는 마음을 담은 글들도 실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즘 책 한권 제대로 읽지도 않고 지냈는데 <심신단련>은 금방 읽었다. 여전히 글이 참 좋다. 빠르게 읽었지만 이슬아 작가의 ‘읽고 쓰는 마음’은 고스란히 내게 전달돼 며칠 째 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심신단련>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읽고 쓰는 마음’이다. 나는 이슬아 작가가 비건이 된 이유도, 매일 같이 운동을 하는 이유도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리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산문에 등장하는 화장실 락스 청소를 전하는 일상에서도, 아버지가 만들어주었다는 서재에 놓인 소나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혼자서 일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낮잠을 자곤 한다는 이야길 읽으면서도 작가의 읽고 쓰는 마음을 느꼈다.
이슬아의 산문을 읽노라면 그 사람에게 쏙 빠져드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 보이는 것처럼 투명한데 <일간 이슬아>의 글들은 대부분 가공된 이야기라니 그 마저도 놀라웠다. 작가는 자신의 글이 어떻게 읽히는 지는 자신의 손을 떠난 문제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슬아가 느껴졌으니까!
자신의 삶을 마주대하는 태도가 바로 좋은 글을 만들어낸다는 걸 알게 해 준 이슬아 작가는 “<일간 이슬아>를 통해서 자신이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고, 윗몸일으키기 횟수를 늘리듯 꾸준히 훈련하면 쓰는 근육도 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도 뜨겁게 달궈졌다고, 매일 좋은 글이 완성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글을 쓸 확률이 높아지기는 했다”고 몸으로 터득한 글쓰기도 이야기 한다. “글 쓰는 일이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겠다고, 더 잘 쓰기 위해 많은 책을 읽겠다”고 말하는 이슬아 작가의 이야기는 나를 자극한다.
읽고 쓰는 마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내 마음들이 얼마나 무디어졌는지를 깨닫는다. 다가오는 새해엔 더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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