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 KBS 본부가 지난 9월4일부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지난 십여년간 공영방송은 철저히 무너졌다. 무너진 공영방송,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인물이 바로 언론인 ‘손석희’이다. 공영방송이 무너진 사이 떠오른 곳이 바로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뉴스룸’이었다. 지난 십여년간 신뢰받는 언론인 1위를 놓치지 않는 손석희는 이제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그 이름 뒤에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손색이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 됐다. 손석희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손석희 저널리즘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바로 <손석희 저널리즘>이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가 쓴 <손석희 저널리즘>에는 손석희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다.
# 푸른 수의를 입은 손석희
손석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푸른 수의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1992년 파업 때 당시 노조 대외협력 간사를 맡아 주동자로 구속됐다. 이 사진은 20세기 방송민주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고 정철운 기자는 말한다. 정철운 기자는 손석희 저널리즘의 출발은 공정보도 파업과 공영방송 노동조합 활동에서 비롯된 언론노동자로서의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손석희는 노조에 가입한 이유를 자신을 지배하던 허무주의를 끝장내겠다는 작심 때문이었다고 회고한다. 왜 노조를 하는가는 아주 단순한 문제라며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을 지키는데 노조만이 유일하고 합법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87년 6월 항쟁 당시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아나운서가 ‘공정방송 쟁취’ 리본을 가슴에 걸고,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지금 파업에 나서는 언론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기레기’가 아니라 진정 ‘기자’가 되고자 싸우는 것이다. 정철운 기자는 이 책에서 JTBC에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제기한다.
#팽목항에 홀로 선 손석희
팽목항에 홀로 서 아이패드를 들고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를 보면서 “세월호는 가라앉고 손석희는 떠올랐구나” 싶었다. 파격이었다. 거창한 세트를 지은 것도 아니고, 넥타이를 맨 것도 아니고 그저 홀로 서서 바람에 머리를 쓸어 넘기며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팽목항에 기자를 상주시켜 세월호 관련 보도를 이어갔으며, 목포신항으로 옮겨왔을 때도 매일같이 기자를 상주시켜 보도를 하게 한 방송사도 JTBC 뉴스룸이 유일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게 해준 JTBC뉴스룸의 세월호 아젠다 키핑을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들 속에서 하나의 의제를 지속해서 말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환경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언론을 JTBC와 그 외의 언론으로 양분했다. 정철운 기자는 <손석희 저널리즘>에서 JTBC기자들에게 세월호 사건은 보도국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JTBC 기자들은 실종자 가족이 믿고 보는 뉴스라는 게 가장 큰 칭찬이자 격려였고 현장의 취재원들로부터 뉴스를 인정받고 환대받는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세월호 사건 취재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았기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이었던 최순실 태블릿 PC 사건도 JTBC의 특종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더블루K 건물관리인은 손석희를 믿었기에 JTBC기자에게 태블릿 PC를 줬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JTBC뉴스는 기존 뉴스와 달랐다. 손석희는 출입처 시스템에 기댄 백화점식 나열보도에서 벗어나 몇 가지 이슈에 집중하면서 차별화했으며, 포털 생중계도 시작했다. 손석희는 2013년 5월 MBC를 떠나 JTBC를 선택했으며, 당시 1%의 시청률로 바닥을 기었던 JTBC뉴스룸은 손석희 사장이 맡으면서 3년 만에 지상파인 KBS, MBC, SBS를 압도하는 방송으로 성장했다. JTBC는 더 공영방송다운 민영방송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 손석희 저널리즘의 미래는?
손석희가 MBC를 떠나기까지 국정원이 ‘작업’한 것이 최근 드러났다. 정철운 기자의 표현대로 MBC의 비극은 JTBC에는 기회가 됐다. 손석희 저널리즘은 이미 절정에 이른 셈이다. 언론의 객관성이 중요하다며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우는 기존 언론에 비해 손석희의 뉴스는 맥락을 설명하고 이슈를 심층적으로 파고들며 의제를 계속해서 지켜내고 팩트를 체크하며 우리 사회 언론이 해야 할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손석희는 자신의 의견은 절대 밝히지 않는다는 기존의 태도와 달리 앵커브리핑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시청자들의 신뢰가 있기에 앵커브리핑은 한층 더 뉴스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철운 기자는 손석희가 마지막으로 택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언론사는 MBC라고 말한다. MBC가 회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MBC저널리즘의 상징인 손석희를 다시 MBC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JTBC뉴스룸을 설계하고 정상으로 끌어올린 손석희가 과연 JTBC를 떠나 MBC로 돌아오게 될까. 그나저나 이번 파업은 MBC를, 아니 공영방송을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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