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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나에게- 나의 또 다른 이름은, 그대_ (잔디)允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1. 6.

 

이제 우리들의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네

같이 걷는 이 길 위에서

어떤 얘길 지을까

때론 힘들어 할퀴면서

상처주기도 하겠지만

깊고 아픈 상처 위에

작은 꽃 한 송이 놓아주길...

때론 아픈 등 쓰다듬으며

깊은 위로를 건네어 줄게...

 

가을 낙엽처럼 흙에 떨어져서도 바람따라 이리저리 뒹구는 마음을, 생각을 바라보며, 때로는 그 생각과 마음을 지나치게 사랑하며, 때론 흘러가려고 하는 생각의 뒷자락을 움켜잡고, 괴로워하며 화를 내다 뒤돌아서기도 하며, 때로는 무척 아쉬운 마음에 되풀이해서 말하는 나를 발견하지도 못하고, 친구의 한마디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 아쉬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와 이야기하다 눈물 나도록 웃기도 하며, 때론 도란도란 얘기 소리를 들려주는 사람들 등 뒤에 앉아 들으며 미소 짓기도 하며, 때론 어느 지점에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바라보며 다른 지점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보기도 하며, ‘오늘에 도착했다. ~~~.

 

일회용 마스크와 면 마스크, 나의 안전과 지켜야 할 지구, 환경,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남 얘기를 하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과 시를 쓴다는 것의 사이. 이미 가지고 있는 연필을 쓰는 것과 새 연필을 사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 내가 통제하고 싶은 것과 나를 통제하려는 것의 사이를 걷는 것. 내가 상상하는 것과 내가 모르고 알지 못하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사이. 나의 두려움과 불안으로 일어난 상상을 그대로 상대에게 줄 것인가와 불안과 두려움이 일어날 때 그것을 바라보고 충분히 사유한 후 어떤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의 사이. 나의 서글픔과 너의 서글픔을 걷는 사이. 이런 수많은 사잇길을 걸으며, 왔다 갔다 하며 살겠지...

 

내일이면 또 다른 오늘을 맞고, 며칠 후면 그냥 오늘과는 다른, 엄청 새로운 오늘을 맞을 테지만, 또 며칠이 지나면, 별다른 다짐이랄 것도 없이, 그냥 오늘 하루를 그럭저럭, 또 고마움에 살겠지 싶다.

 

어떤 사람의 어록에는 어떤 그릇에 나를 담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지만, 나는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를 더 고민하고 싶다. 잘 늙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의 빛깔이 어느 가을 하루에 적어놓았던 그 마음으로 흐르면 좋겠다. ‘흐르는 물에 돌을 던지고 그 물결이 수많은 겹의 둥근 선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나보다 뒤에 오는 식구를 기다리기도 하고, 물속에 헤엄치는 물고기 보기에 하염없는 아이의 놀이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가을 하늘빛을 보기도 하고, 가을 햇살 아래 누워 파란 가을 하늘에 두 손을 담그기도 하며...

 

그 어느 해보다 노래를 많이 지어 부르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나 자연을 마주하며 다가오는 생각을 연필로 공책에 적으며, 신생아 때만큼 아이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나의 밖에서 구하거나 찾던 것을 나를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구하는 지혜를, 그 시간을 살아온 한 해. 흐트러지지 않고, 스스로를 쓰러지지 않게 일으켜 세우며, 좀 더 각별한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다시 켜켜이 쌓여 흐르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빵을 배우고, 배운 것으로 나에게 먹이고 싶어서 때때로 빵을 한다. 떡을 할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계량하고, 반죽하고, 부풀기를 기다리고, 구워지기를 기다리고, 빵 맛이 어떤지 맛보는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의 숙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의 숙성의 과정이란 것이 지난하기만 하다기보다 넘고 넘는 기회들 속에 다시, 배움의 기회를 맞았을 때, 한숨 쉬거나 먼저 답답해하다 뒤돌아서기보다 어떻게 풀어갈지를 사유하는 과정으로 살아보기를 나에게 부탁한다. 이제 열일곱의 지점에서 걸어 나와 지금으로 와도 좋으니까... 그렇게 가고 있으니까. 많은 실험과 실수를 거쳐 이제는, 좀 가벼워질 시간. 진지함을 웃음과 섞어 표현해도 좋을 시간. 만나는 인연 모두에게 나의 모든 것이 그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여 나를 누르지 않아도 좋을 시간.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안아주는 손길들

나를 감싸주는 그 손을

기억하여 떠올릴 수 있다면

, 좀 더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가끔 꺼내 보는 고마움

자주 잊게 되는 감사함

늘 꼬깃꼬깃 품고 있는 상처

그래서 뛰어나오는 화살

가끔 들춰보는 설레임

자주 그리운 부드러움

항상 맴돌아 어지러운 날개짓

그래도 돌아가고픈 아름다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안아주는 손길들

나를 감싸주는 그 손을

기억하여 떠올릴 수 있다면

, 좀 더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퇴근 길, 저녁 라디오를 들으며, 디제이 분이 읽어주는 글을 들으며 생각한다.

그 이름을 생각하면 축 쳐지거나 기운 빠지는 이름이기보다 생각하면 혹은 그 이름을 말하면, 힘이 나는 단어이고 싶다는 꿈을 다시, 꾼다. 나에게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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