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올해 첫 저상버스타고 쏘댕기기를 진행했습니다.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장애인권운동 결과 저를 포함한 장애인들은 ktx와 열차,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저상버스를 통해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이동의 제약을 일상적으로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동권의 제한은 거주지, 휠체어 이용, 자차의 유무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나타나는데요. 특히 자차가 없는 경우 ‘시외 이동’의 벽에 가로막힙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시외로 이동하는 방법과 한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직접 청주시외버스터미널과 오송역을 다녀왔습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매표소로 이동했습니다. 현재 운행 중인 시외버스 중 휠체어 이용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는데요. 휠체어 이용인 승객 중 ‘수동휠체어에 한정해 동행인의 지원으로 휠체어와 이용객이 분리된 상태로 탑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시외버스 이용은 불가능합니다.
국내 휠체어 이용인이 탑승 가능한 시외·고속버스는 전국에 7대뿐입니다. 청주 관할 내 시외버스 약 400여 대 중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습니다.
매표소 문의 후 터미널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버스 탑승은 불가하지만 터미널 내부의 편의시설이 상당 부분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문의했던 매표소 또한 ‘장애인 전용창구’로 휠체어 이용인의 눈높이에 맞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고요.
출입구를 포함한 터미널 내 모든 이용시설은 턱이 없거나 완만한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로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건물 내 점자 블록 또한 끊김 없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 모두 설치되어 있으며 엘리베이터 내부 버튼도 모두 점자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탑승 가능한 시외버스는 없지만 시외버스 하차장에도 경사로가 모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폐쇄되어 있어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편의증진보장법」에 의한 변화의 뿌듯함과 그럼에도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을 뒤로하고 열차이용은 어떨지 오송역으로 이동해보았습니다.
정류장에서 747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안내 정보기가 제 시야보다 너무 높아 동행한 활동지원사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버스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47번 버스가 도착한 후 탑승설비인 휠체어 슬로프를 빼는 과정에서 승차장과 휠체어 슬로프의 높이가 맞지 않아 한차례 조정을 거쳤습니다. 설치 후에도 설비 오작동으로 슬로프가 채 빠지지 않아 턱이 있는 상황이 되었고 뒤에서 활동지원사님이 힘껏 밀어서야 간신히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며 신호를 보냈음에도 “왜 미리 알려주지 않느냐”는 기사님의 불평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기사님이 장애인석을 직접 확보해 주었기에 무사히 오송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청주에서 휠체어 이용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외로 가는 방법은 열차이지만 청주 시내에서 오송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747번과 502번(일부 저상)뿐입니다. 그밖에 오송-대전-세종을 거치는 B2버스와 B3버스는 저상이지만 오송에서 세종으로 직접 넘어가는 B1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닙니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버스를 장애 인권운동 단체에서는 ‘차별 버스’라 부르는데요. 지난 3월 12일 열악한 충청의 광역 이동 현실에 저항해 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충청권 이동권 대응 행동 및 기자회견>을 오송역에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충북도내 인근 지역을 갈 수 있는 열차를 알아보고자 2층 자동 매표기로 이동했습니다. 작은 군 단위에는 ktx역이 없기 때문에 무궁화호를 찾아보았는데요.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열차를 찾은 뒤 매표창구로 이동해 휠체어 이용인 탑승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담당 직원은 대부분의 무궁화호에 휠체어 이용인의 탑승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자동매표기 상으로는 무궁화호의 절반 정도는 휠체어 좌석이 없는지 좌석 선택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승강장에 내려가 보았습니다. 열차에 휠체어 이용인이 탑승하기 위해서는 열차 탑승 15분 전 ‘열차탑승장치 이용신청’을 해야 합니다. 또 열차를 이용할 수 있어도 열차가 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동할 지역에 ktx와 무궁화호역이 없는 경우도 많고, 무궁화호의 경우 확인했듯 열차 내 장애인 좌석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ktx의 경우 열차 당 장애인석은 평균 2석으로 많은 사람이 이동하기에는 양적 제약이 따릅니다. 이런 대중교통이동의 한계를 보안하기 위해서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을 활용해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방식이 제각각이라 시외지역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충북대신문의 배시혜 기자님에게 참여계기와 소감을 들으며 올해 첫 저상버스 타고 쏘댕기기 “시외버스 타러 가봄”을 마쳤습니다. 배시혜 기자님은 ‘지면의 글과 현장은 다르다 생각하여 참여하였다. 직접 확인해 보니 이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당연한 권리 보장을 특혜로 인식하고 있는 시선도 여전히 있다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14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 3명이 대한민국과 서울시, 경기도, 버스회사인 금호고속, 명성운수를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요. 8년 만에 내린 대법원의 판결은 1심, 2심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원고가 모든 노선을 이용할 가능성이 없고’, ‘과도한 비용이 지출된다’는 이유로 1심, 2심에서 버스회사에 내렸던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라는 차별구제조치 명령조차 파기하였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장애우권익연구소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정할 것을 포기한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장애인은 법에 명시된 이동권 조차 권리라고 부르지 못한다. 애초에 이용할 수 없는데 이용 가능성 따지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였습니다.
3월 4일에는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권 투쟁을 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가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제지하기 위한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때로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권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장애인 당사자 유튜버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권연대 숨은 우리의 기본적 권리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공감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와 연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존재하기에 희망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동권이 당연한 권리로써 존중되길 꿈꾸며 저상버스 타고 쏘댕기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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