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1일, 인권연대 숨 6월 평화기행은 마석모란공원과 이천민주화운동기념공원을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마석모란공원은 1966년 한국 최초의 사설 공원묘지로 1969년 권재혁선생, 1970년 전태일열사, 1971년 김진수열사, 1973년 최종길열사가 모셔진 이후 40여년에 걸쳐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사회운동, 노동운동, 학생운동을 향한 삶을 살다 희생하신 150여분의 열사들이 모여있는 묘역입니다. 1968년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현장에서 투쟁하신 박영진 열사를 모란공원에 안장하기 위해서 한 달여 걸친 장례투쟁으로 30여명 이상이 구속되는 사건 이후, 모란공원에는 노동자, 민중의 권리 쟁취와 해방을 위해 투쟁하던 많은 민주열사들이 모셔지게 되었습니다.
- 출처: 모란공원사람들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세대
두세대를
건너
만난 사람들과 갔습니다
무거운 침묵을 따라
가만 가만 순례자의 발걸음으로
깃발을 따라 걸어 안심했던 시절
죽었지만 형형한 혁명의 등불이었던
사람들 무덤
서러움에 왈칵
아직 살아남은 자의 설움의 까닭은
미안함 입니다.
- 모란공원과 이천민주화운동기념공원을 다녀와서 -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천민주화운동기념공원입니다. 이곳은 2001년 1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이 결정되었고 2016년에 개원했습니다. 민주열사묘역 이외에도 민주화운동기념관이 함께 위치해있습니다.
인권연대 숨 박윤준 회원 _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모란공원과 민주화운동기념공원 두 곳을 다녀오며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91년 강경대 열사의 죽음 이후 자신의 몸에 불을 붙혀 죽은 이들이 연달아 있었다. 분신정국이라 했다. 그들이 외쳤던 건 대학 등록금 인상 반대. 호헌철폐, 독재타도, 군부 독재에 대한 87년 저항의 물결은 대통령 직선제를 얻고난 이후 91년, 학교 담벼락 안의 문제로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민주화 운동"은 강경대 열사와 분신정국, 여기서 그친다.
이후 계속 이어진 학생운동, 노동운동, 지구화 반대 운동, 농민운동은 "민주화 운동"으로 다뤄지기 보다 각기 별개의 운동으로서 각자 계급성에 갇힌 운동으로서만 받아들여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민주화운동의 "민주"를 계승한다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90년대 초반까지의 민주화 운동 전통을 등에 업고 우리 사회 가장 큰 정치 세력 중 하나로 몸집을 불려왔다. 민주당 내 주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운동권 인사"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그 운동을 전 세계 민중 운동사의 공통자원으로서 다루지 않고 자기 정체세력의 자원으로 독점해왔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민주화 운동"을 강경대까지로 "성역화"하였고, 그 이후 초국적 자본권력이 민중을 억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눈감았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힘을 입고 정치경제적 엘리트 계급으로 수직 상승했다. 성역화되지 못한(?) 농민/노동/소수자/반지구화 운동 등은 민주주의 운동에 새로운 경향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민주화운동으로 호명되지 못했다.
공권력에 의한 선거권 박탈과 고문 등 신체의 자유 침해 등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 내 차별과 불평등, 인권침해 심화로 전개되었지만 소위 "민주화 세력"은 이점을 묵인하고 오히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 180석 공룡정당이 된 민주당은 지금의 불평등 체제를 유지시키는 데 자신의 정치력을 모두 사용하였고, 민중의 심판을 받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은 민주주의 문제다. 중증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한 도시에서 생활할 권리를 빼앗는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의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사회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우리가 힘을 합쳐 싸워야할 문제가 바로 거기에 있다.
성차별, 성폭력에 저항하며 싸우는 페미니스트들의 투쟁 또한 민주주의의 문제임은 너무나 자명한 문제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다시 "민주화 운동"으로 복원하고 한 데 묶어내어 연대의 틀을 굳건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중의 삶뿐만 아니라 자연세계까지 망치고 있는 자본권력에 대한 저항 역시 민주주의의 문제로서, 지구의 거주자인 비인간 존재들까지도 함께하는 운동으로 모여야한다. 이전에는 군부 독재와의 싸움이었다면 이젠 남성의 얼굴을 한 독점적이고 폭력적인 자본권력과의 싸움이다.
민주화 운동을 소수 명망가 문중의 것으로, 운동권의 것으로 성역화하고 독점하려는 행태를 규탄한다. 민주화 운동은 우리 모두의 자원이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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