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언제든 음성군 쏘댕기길 꿈꾸며
- 중요한 것은 이동권을 향한 꺽이지 않는 마음 ‘음성군’으로
2월 15일, 2023년 첫 저상버스 타고 쏘댕기기로 음성군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저와 같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음성군에 갈 수 없었습니다. 음성에 저상버스가 2대 뿐이며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또한 군 거주민만 이용 가능했기 때문인데요. 마침내 이동이 가능해진 음성군의 변화를 돌아보고 앞으로 자유로운 이동을 상상해 보고자 음성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20분 충청북도 인권센터에서 티타임을 가지며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성으로 가는 길에 충북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미진 회원님과 남은결 회원님이 함께 해 주셨어요. 충청북도 인권센터 김민석 주무관님이 챙겨준 초콜릿 등의 간식 덕분에 늦어진 점심으로 인한 허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11시 10분에 상당공원 방면 버스정류장에서 747번 저상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음성군으로 가는 시외버스 중 저상버스는 없기에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오근장역이나 청주역에는 저상버스가 없거나 아주 드물게 운행되고 있어서 30-40분에 한 번꼴로 저상버스가 운행되는 오송역으로 갔습니다. 저상버스를 탑승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버스 탑승 후 장애인석 의자가 접히지 않아 자리 잡는데 조금 애를 먹었어요. 다행히 난감해하고 있는 모습을 본 버스 승무원 분이 의자를 접어주어 무사히 탑승했습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17조에는 교통약자 등의 탑승보조 등의 교통이용서비스편의제공을 명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의 친절에 기대어야 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또 버스를 타면 안전장비를 착용할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은데요. 무게가 있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할 때는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수동휠체어의 경우 불안함으로 버스 탑승이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송역에 도착해 2층 매표소에서 미리 예매해 놓은 무궁화호 열차의 리프트 신청을 했어요. 열차 출발 15분 전에는 리프트를 신청해야 합니다. 15분 전보다 늦을 경우 해당 열차를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무궁화호를 예매하면서 알게 된 것은 KTX와 달리 열차의 절반 정도는 휠체어 이용인 탑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청주에서 음성으로 가는 열차 11대 중 5대만 이용이 가능한데 코레일상담원 말에 따르면 열차 문이 좁아 휠체어 리프트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2시 28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드디어 음성으로 출발했습니다. 1시 18분 음성역에 도착하자마자 격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미정 소장님,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실장님, 음성타임즈 고병택 대표님, 박흥식 음성군의원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매우 친절한 환대가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음성에 오는 게 다음에는 좀 덜 특별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음성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지난해 8월 24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어 음성군에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는데요. 당일 이용도 할 수 있지만 차량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주일 전부터 예약을 해야 했고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했고 주말 중 일요일의 경우에는 단 한 대의 차량도 운행되지 않아 이동이 불가능했습니다. 동승인원도 당사자 외 보호자 1인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청주시의 경우 당사자 외 2인이 동승할 수 있으며 관련 규칙-행정규칙이 아닌 내규-을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습니다. 반면 음성군은 이와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고 차량도착 안내 문자 등 시스템적인 측면 또한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버섯전골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이동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간담회에는 송춘홍 군의원님이 함께 했으며 도시 쏘댕기기와 저상버스 타고 쏘댕기기에 대한 소개와 음성군 이동권의 실태와 대안을 토론했습니다. 도로의 방지턱 구간을 일일이 조사했다는 음성타임즈 고병택 대표님의 이야기는 놀라웠고요. 보행로의 문제, 장콜 운행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음성에 계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동인권센터 활동가 분들의 노고와 이동권에 대한 열정을 느꼈습니다. 음성타임즈와 군의회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교통수단이 없어 비를 맞고 걸어가야 했다는 당사자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님의 이야기에서 아직 이루어 나가야 할 변화들이 많다는 것 또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금빛공원까지 걸으며 경사로와 도로 상태를 보았습니다. 인도 자체가 없어 차도로 다녀야 하는 구간들이 많으며 경사진 보행로에서 휠체어가 옆으로 기울어지며 쏠리기도 했습니다. 보행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의 변화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도착한 금빛공원은 금잔디가 예쁘긴 했지만 공용 화장실이 없고 벤치와 그늘막도 없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만들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음성지역 활동가들의 문제제기로 급하게 시멘트를 발라 만들었다는 공원의 경사로는 여전히 가팔랐으며 숨길 수 없는 엉성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공원 투어를 마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돌아와 5시에 예약해 놓은 장애인콜택시로 음성역에 이동해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청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쏘댕기기를 통해 지역의 권리보장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음성군의 이동권을 향한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지만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권리를 외치는 지역의 활동가 분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이 있기에 밝은 변화가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진심어린 환대로 맞아주고 여정의 출발부터 끝까지 함께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분들과 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실장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더 자유로운 이동을 꿈꾸며 음성에 다녀온 소회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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