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쓸모없지 않을 거라고1 <제91호> 결코 쓸모없지 않을 거라고_박현경(교사) 결혼 전, 남편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 가지 걱정이 된 건 고양이였다. 이 사람과 같이 산다는 건 그와 수년째 함께 지내 온 고양이 ‘왕순이’랑도 한 식구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이 털북숭이 생명체는 아마도 나의 고요를 흐트러뜨릴 거야. 매일 아침 짧게라도 명상하는 시간이 내겐 반드시 필요한데, 차분히 그림 그리고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데, 남편은 이런 나를 잘 이해하고 배려해 주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부산스럽게 굴어서 더 이상 명상도, 그림도, 책 읽기도, 글쓰기도 제대로 못하게 되면 어쩌지? 내 소중한 고요를 침해당할까 봐 두려웠다. 왕순이랑 함께 지낸 지 4년 반이 넘은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정말이지 공연한 걱정이었다. 내 옆이나 무릎 위에 앉아 갸르릉.. 2019. 12.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