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먼 길을 달려 우린1 <제86호> 얼마나 먼 길을 달려 우린_박현경(교사) 일요일 아침. 일억 오천만 킬로미터를 달려온 햇살이 우리 방에 쏟아진다. 일주일을 달려온 우리 몸은 햇살에 녹는다. 내 옆에 누운 그대의 잠든 얼굴을 본다. 그 옆에 누운 왕순이의 갸르릉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렇게 나란히 아침볕을 쬐기까지 우린 얼마나 먼 길을 달려 서로에게로 왔는가. 그대는 그해 여름 참 많이 달렸다.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날마다 짧게는 여덟 시간, 길게는 열한 시간 동안 주로 곱창볶음이나 찜닭을 싣고서 원룸촌 골목골목을 달렸다. 야식집 ‘왕십리 순대곱창’에서 일한 지 일 년쯤 돼 가고 있었다. 야식을 주문하는 이들은 대개 혼자 사는 사람들이었고 그대도 일을 마치면 혼자만의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아침이면 두 다리.. 2019. 10.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