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선생1 <111호> 종이 선생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집에는 짙고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니, 그에 따라 내면도 자연스레 변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냈으며,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나는 종종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죽음 앞에 벌거벗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떠올렸다. 어느 날은 세상만사가 쉬워 보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한없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걸까. 그 무렵 내게는 남의 불행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원인을 해부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불행의 형태는 다 달랐다. 어떤 불행은 처절했으며, 어떤 불행은 천진했고, 어떤 불행은 아름다웠다. 남의 불행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거기서 내.. 2021. 7.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