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라는 정치적인 과제1 <제98호> 책임이라는 정치적인 과제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 나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다. 내가 비겁해서, 무책임해서, 사려 깊지 못해서 그 사람에게 어떤 손상을 만들었음을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냥,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덮어두고 믿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한 쇠붙이들을 불러 모아 방패를 만들고 웅크리고 앉는다. 불안한 마음은 몸과 마음을 천근만근 무겁게 만든다. 아, 내가 별로인 사람이구나. 가슴 깊이 사랑하는 이와 시간을 보낼수록 깨달아가는 진실은 황홀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마음 속 가장 밑바닥에 있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납작한 쇠붙이를 꺼내서 당신과 내가 함께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 납작.. 2020. 7.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