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251 나는 끝까지 나를 나는 끝까지 나를박현경 (화가, 교사) 이삿짐을 싼다는 건 힘든 일이다. 물건 하나하나를 집을 때마다 거기 깃든 추억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오늘, 관사 퇴거 작업을 했다. 2023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지낸 방이다. 먹고 자고 고민하고 그림 그리던 이 공간에서 나의 흔적을 지워 내는 건 시간도 힘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여행 온 것처럼 단출히 지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그동안 쌓인 책이며 옷이 왜 이리 많은지……. 책을 한 권 들어 올릴 때마다 그 책을 사던 날의 기분, 그 책을 읽다가 했던 전화 통화 따위가 자꾸만 떠올랐다. 옷을 한 벌 집어 들 때마다 그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 미워했.. 2025. 2. 25. 이전 1 다음